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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자식보다 낫다, 이웃에게 5억 증여···中서 뜨는 후견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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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의 독거노인 마(馬) 모(88) 는 3년 전 이웃 과일가게 주인 샤오유(35)를 후견인으로 삼았다.

부인과 아들을 차례로 떠나보내고 의지할 곳이 없던 차에 아들의 장례를 살뜰히 치러준 이웃에 남은 생을 의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마 노인은 샤오를 '의정(意定) 후견인'으로 지정하고 300만 위안(5억원)에 달하는 부동산도 증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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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의 한 노인이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이웃인 과일가게 주인에게 5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증여하며 의정후견인으로 지정했다. 사진은 CCTV 프로그램에 등장한 노인과 후견인. [CC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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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의정 후견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중국 CCTV와 신징바오 등이 보도했다.

2017년 도입된 이 제도는 독거노인이거나 자녀가 없는 노부부들이 주로 이용한다.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잘 돌봐주고 마지막까지 지켜줄 사람을 자기 뜻(意)에 따라 지정(定)해 대리인 역할을 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의정' 후견인이라고 불린다. 신징바오에 따르면 의정 후견인이 법원이 정하는 법정 후견인보다 우선시 된다고 한다.

또 다른 중국 노인 왕 모(77) 역시 의정 후견인을 지정했다. 그는 부인과 이혼 뒤 하나뿐인 아들과도 연락이 끊겼다. 이후 재혼한 부인도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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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딸 천(오른쪽)을 의정후견인으로 지정한 왕 모(왼쪽) [CC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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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깊이 고민한 끝에 조카딸인 천을 의정 후견인으로 결정했다. 믿을 수 있고 무엇보다 자신을 잘 돌봐줄 것이란 판단에서다. 왕은 자기 재산의 절반을 천에게 물려줄 계획이다. 왕은 "나를 보살펴준 사람이 많은 재산을 가져가는 게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의정 후견인이 되는 데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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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증인 리천양. [CC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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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이 동의하면 일단 의정 후견인이 될 자격을 갖추게 되는데 반드시 제삼자에 공증을 받아야 한다. 공증인은 후견인이 악의적으로 노인을 방치할 가능성이 없는지, 노인을 속이거나 협박한 정황이 없는지 꼼꼼히 따진다. 후견인이 유산만 노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공증인은 후견인이 지정된 이후에도 노인을 잘 돌보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신징바오는 전했다.

공증인으로 근무하는 리천양(李辰陽)은 "공증인들은 중국 공산당 기율위원회 직원처럼 ‘불시검문’을 진행하기도 한다"면서 "노인이나 후견인에게 별도의 통지를 하지 않고 이들이 거주하는 곳을 방문해 노인의 상태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앞서 사례에서 언급한 마 노인의 경우 샤오를 의정 후견인으로 지정한 뒤 집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일이 생겼다. 샤오는 마를 즉시 병원으로 옮기고 돌봤다. 이후 마는 샤오의 가족들까지 자기 집으로 와서 같이 살 것을 권해 새로운 형태의 가정을 이뤘다고 한다.

올해 중국 노령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2억5000만명에 달해 전체 인구의 18%를 차지했다.

서유진 기자·장민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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