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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꺼져가는 재선 불씨에도... 美 반중 인사들은 여전히 "트럼프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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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변호사, 톈안먼 시위 주역, 예술가 등
中 망명그룹 트럼프 '사기선거' 주장 옹호
"강경 반중 태도에 매료"... 中 재부상 우려
한국일보

중국 인권 변호사 천광청이 8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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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군인 공화당 인사들마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2020년 대선 승복을 요구하고 나선 지금, 민주주의와 인권 수호를 이유로 중국을 떠난 망명객들이 끝까지 '골수 도우미'를 자처하고 있다. 트럼프식 강경 제재 만이 중국과 공산당의 패배를 이끌어낼 것이란 확신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작지 않은 이들의 집착 탓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기 선거’ 논리를 옹호하며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2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보면 미국에서 영향력이 큰 주요 반중(反中) 인사들 대다수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선거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중국에서 노동자ㆍ농민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다 망명한 천광청(陳光誠) 변호사, 반중 인권단체 ‘차이나에이드’의 설립자 푸시추 목사, 1989년 톈안먼 시위 학생 주역이자 성(性)소수자 권리 운동가 왕단(王丹), 중국의 반체제 예술가인 아이웨이웨이 등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유명인들은 죄다 트럼프를 지지한다. WSJ는 “망명 인사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베네수엘라, 쿠바, 중국 등 공산세력의 선거 개입설을 부추기거나 미 언론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만 우호적 보도를 이어간다는 식의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념도, 세대도 다른 망명객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한 이유는 오직 반중ㆍ반공산당이다. 그러나 중국에 강하게 맞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에만 매달린 나머지 인권과 민주주의를 훼손해온 그의 수많은 정책은 등한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뤼이중 키신저 미중연구소 연구원은 신문에 “반중 인사들은 트럼프를 국내 정책에 따라 판단하지 않는다”며 “트럼프는 그들에게 중국에 대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미 비슷한 성향이 홍콩 민주화 인사들에게서도 나타났다. 홍콩 민주파 언론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는 미 대선을 앞둔 지난달 25일 자사 신문에 기명 사설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을 때 좀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며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미중 갈등 수위가 높아지면서 ‘중국인과 본토 태생 망명자’라는 두 가지 정체성이 결합해 새로운 유권자 계층을 형성했다고 진단한다. 이들은 자신을 중국인으로 인식하는 중국계 미국인들과 달리 뚜렷한 반공주의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내세운다. 올해 주요 경합주(州)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반좌익 쿠바계 유권자들과 유사하다. 신문은 “반중 인사들은 ‘독재자 트럼프’의 이미지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유일한 대항마’로 받아들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선언을 지지하는 배경에는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 출범이 결국 중국의 재부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도 자리잡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도 기본적으로는 대중 강경책을 예고했지만, 민주당이 세계 경제의 파국을 원치 않는 금융ㆍ경제계의 후원을 받고 있는 만큼 정책 강도는 옅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장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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