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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가수 정미조 "바람 같은 삶을 살고 보니 지금 이 순간이 제일 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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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7일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가수 정미조는 훌륭한 작곡가, 작사가, 프로듀서 덕에 제3의 인생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왕나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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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정미조는 바람 같은 삶을 살았다. 20대 때는 데뷔하자마자 스타가 됐고 7년간 정상급 인기를 누리다 불쑥 파리로 건너가 전공인 미술을 다시 시작했다. 처절한 고독 속에서 박사학위를 땄고 돌아와 오랜 기간 대학 강단에 서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교수 은퇴 후엔 37년 만에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바람 중에서도 그의 삶은 강풍이었다.

최근 새 앨범 ‘바람 같은 날들을 살다가’를 내놓은 정미조는 지난 17일 “은퇴한 뒤 여행이나 다니며 느긋하게 살면 어떨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여전히 바쁘게 사는 게 너무 즐겁다”며 “평생 일할 팔자인가 보다”라며 웃었다.

이번 앨범은 가수 복귀 후 내놓은 세 번째 앨범이다. 2016년 ‘37년’을 낸 뒤 이듬해 ‘젊은 날의 영혼’을 발표했고 3년 만에 다시 정규앨범을 내놨다. 젊은 가수 못지않은 부지런한 행보다. ‘37년’을 총지휘했던 손성제가 다시 작곡과 프로듀서를 맡았다. 정미조의 나지막하면서 깊은 목소리와 소속사 JNH뮤직 대표이기도 한 작사가 이주엽의 섬세한 노랫말, 손성제의 꼼꼼한 프로듀싱이 결합해 또 한번 빼어난 작품집을 만들어냈다.

제목처럼 이번 앨범의 주제는 삶과 시간이다. 노래 속 화자는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아름다웠던 내 삶에 감사’(‘삶에 감사를’)함을 느끼고, ‘바라는 것 없이 남기고 갈 것도 없이 / 어떤 후회도 미련 하나 없이’(‘바람 같은 날을 살다가’) 떠나갈 거라고 노래한다. 이별 앞에서 ‘그대 가는 길이 강물처럼 흘러서 / 바람보다 더 멀리 자유롭게 가길’ 기원하고, 다음 생에선 ‘외딴 언덕 나무 한 그루’ ‘수평선을 바라보는 나무’(‘다시 태어나면’)가 되길 꿈꾼다.

바람 같은 지난 날을 되돌아본 시선의 끝은 회한이 아니라 감사와 긍정이다. ‘후회 없이 행복했네’(‘삶에 감사를’)라며 ‘이 순간을 사랑하기 / 나를 한번 안아주기’(‘습관처럼’)로 한다. ‘꽃들은 피고 지고 또 계절은 돌’(‘순환’)듯 삶은 그렇게 돌고 도는 것이라 말한다. “어쩌면 이렇게 구구절절 제 마음을 표현하는지 신기할 뿐이죠. ‘바람 같은 날을 살다가’를 연습하면서는 눈물이 터져서 그만 엉엉 울어버린 적도 있어요. 노랫말처럼 인생이란 바람 같이 살다가 휙 하고 가버리면 그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년 전만 해도 정미조는 ‘개여울’ ‘휘파람을 부세요’ 같은 히트곡으로 기억되는 추억의 가수였다. 가수 최백호의 제안으로 다시 노래를 부르게 됐을 때도 그는 그저 “기념앨범 하나 내고 끝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람이 그를 놔두지 않았다. 특히 평단과 후배 가수들의 극찬이 이어졌다. 후배 가수 아이유는 ‘37년’에 담긴 ‘개여울’에 깊은 인상을 받아 이 곡을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그는 “훌륭한 작곡가, 작사가, 프로듀서가 있어서 제3의 인생을 살게 됐다”며 “이렇게 여건이 완벽하니 즐겁게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목소리가 나올 때까지는 계속 노래할 것"이라고도 했다.

바람 같은 삶을 살아오며 깨달은 건 지금이 소중하다는 사실이다. “예전엔 나만의 목표를 세우고 멋있는 결말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아버지가 허무하게 떠나가시는 걸 보면서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창한 목표보다는 하루하루가 중요한 거죠. 그래서 제겐 오늘 이 순간이 최고의 순간입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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