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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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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 25일 열려

쿠키뉴스

[쿠키뉴스] 배성은 기자 =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인수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는 소송에 휘말리며 첫 고비를 맞게 됐다.

경영권을 놓고 대립해온 '3자 연합'이 법원에 한진칼을 상대로 신주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하 산은)의 자금 투입을 바탕으로 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3자 연합이 한진칼 지분 확보를 위한 현금 마련에 주력하며 맞서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KCGI가 신청한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이 이달 2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한진칼 3자 연합은 사모펀드인 KCGI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반도건설 등으로 구성됐으며 올해 주주총회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조원태 회장 등과 한진칼 경영권 분쟁을 펼치고 있다.

KCGI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이후부터 산은의 한진칼 투자가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지배권 방어를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해 왔다. KCGI는 산은이 참여하는 한진칼의 50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KCGI가 신청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된다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산은의 한진칼 투자가 없다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자금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처분 신청 인용 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거래는 무산될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차선책을 신속히 마련해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3자 연합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수 과정에서 산은이 한진칼 지분 약 10.7%를 확보해 조 회장에 우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산은은 이번 딜에서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한다. 5000억원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로, 3000억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형태다.

현재 3자 연합 측 지분율은 46.71%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41.4%)에 앞서지만, 유상증자 이후 상황은 3자 연합에 유리하게 전개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러한 KCGI 측의 반발에 한진그룹은 적극 해명과 함께 방어에 나섰다. 한진그룹은 “KCGI는 자신들의 돈은 한푼도 들이지 않고 투자자들의 돈으로 사적 이익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일 뿐”이라며 “소수 투자자들의 사익추구가 목적인 사모펀드가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존폐와 10만여명의 일자리가 걸려 있는 중요한 결정에 끼어들 여지는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진그룹은 지난 23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한진칼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도 경영권 분쟁 상황이라도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 정관이 정한 범위 내에서의 제3자 배정 신주발행은 적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한진 측은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현재 주요 주주들이 추가적인 인수 능력을 갖췄는지 의문”이라며 “실권주 인수의 경우 밸류 대비 주가가 과하게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진그룹은 “국내 항공산업 생존을 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긴급한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최소 2~3개월 소요되는 주주배정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며 “이에 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게 됐다”고 덧붙했다.

그러면서 한진 측은 “코로나19로 회사가 존폐의 위기에 몰려 있을 때 아무런 희생이나 고통분담 노력도 없었고 항공산업의 생존을 위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KCGI는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는 점에서 이번 딴지걸기가 아전인수격”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한진그룹은 “자신들이 주주인 한진칼이 자회사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는 걸 반대한다는 의미는 결국 회사의 이익과 발전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다는걸 방증한다”고 비판했다.

seb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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