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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정세균 측근에 슬쩍 "바이든 당선되면 나한테 좋은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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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세균 국무총리는 17일 수도권·강원도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단계에서 1.5단계로 격상했다. 정 총리는 "시민들은 일상에서 큰 불편을 겪게 되고 소상공인의 부담이 다시 커질 것이지만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훨씬 더 큰 위기가 닥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여러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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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당선되면 나한테도 좋은 거 아닌가.”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기 직전 정세균 총리는 더불어민주당의 측근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바이든은 갈등이 아닌 통합을 강조해 왔고 경륜에 걸맞은 합리적이고 안정감을 주는 이미지”라며 “(정 총리가) 그런 차원에서 자신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 듯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다른 자리에서 정 총리는 “정치적 행보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차기 대선 도전의 마음을 굳혔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충분한 표현이다.

실제로 최근 정 총리는 코로나19 방역과 부동산 대책 등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현안에 대응하는 틈새를 이용한 행보에 ‘통합’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7일 포항→11일 부산→14일 울산·경주 등 영남권에 발걸음을 자주 옮기는 게 단적인 사례다. 포항에 가는 날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포항의 사위”라고 썼다. 정 총리의 부인 최혜경(67) 여사는 포항 흥해읍 출신의 독립운동가 고(故) 최홍준 선생의 딸이다.

정치적 스킨십의 컨셉도 ‘통합’이다. 정 총리는 지난 9일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20여 명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 초청했고 16일엔 최강욱 대표 등 열린민주당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곧 국민의힘 지도부에게도 만찬을 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달 정 총리와의 만찬에 다녀 온 한 의원은 “시종일관 부드러운 분위기였다”며 “총리와 처음 만난 이들도 자연스레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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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경북 포항을 방문한 정세균 총리(가운데)에게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지진 피해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정 총리는 스스로를 '포항의 사위'라고 소개하는데 부인 최혜경 여사가 지역 명문인 경주 최씨 집안에, 포항 흥해읍 출신이라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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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은 양산박”



‘선거계의 조용한 제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정 총리가 행보만큼 신경 써 온 건 조직이다. 지난 1월 국무총리 비서실 인선이 공개되자 민주당에선 “정 총리가 총리실에 양산박을 꾸렸다”(한 중견 당직자)는 말이 나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민주당 비대위 대표이던 시절 대변인을 지낸 김성수 전 의원을 비서실장에, 정동영·안철수 전 의원의 책사였던 정기남 전 국민의당 홍보위원장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 대선캠프의 핵심이었던 권오중 전 서울시 정무수석을 민정실장에 앉힌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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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총리는 2012년 6월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국민이 믿는 든든한 경제대통령 되겠다"고 했었다. 기업인(쌍용양회) 출신에 노무현 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내는 등 민주당 대표급 인사 중에선 많지 않은 '시장경제통' 이미지가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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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이 다양한 인사들의 조합인 ‘양산박 컨셉’은 지난 6일 발표된 특보단 인사에서도 눈에 띄었다. 숫자는 이유진(46) 녹색전환연구소 이사, 지영미(59) WHO(세계보건기구)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긴급위원회 위원 등 그린뉴딜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염두에 둔 환경·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민주당 인사들의 눈길은 국민소통분야에 위촉된 한상익(51)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부교수, 김현성(49) 중소기업유통센터 상임이사에 쏠렸다. 한 교수는 최근까지 이해찬 대표 시절 정무실장으로 일했고 김 이사는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한동안 SNS 홍보를 총괄했던 인사다. 정 총리의 한 측근 인사는 “공식적으로 위촉할 수 있는 특보와 자문위원에는 한계가 있다”며 “주변의 자문교수그룹도 소장파를 중심으로 재조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세균계(SK계) 의원들도 정 총리의 잰 걸음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김영주·이원욱·안규백·김교흥·안호영 의원 등이 주축이 된 공부 모임인 ‘광화문 포럼’은 지난달 26일 3개월만에 첫 모임을 열었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느라 미뤄 온 행사에는 40여 명이 참석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민주당에 계파가 있다면 SK계가 유일하다”며 “정 총리가 대선 도전 깃발을 들면 고민 없이 따라갈 사람이 30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텝은 치료제와 백신에 달려”



민주당 내에서 정 총리의 대선 도전을 의심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지만 본인은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도전 의사를 묻는 말에 “주어진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답한 게 전부였다. 문제는 언제 총리직을 내려놓느냐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정 총리가 모양 좋게 도전하기 위해선 코로나 확진자 발생 숫자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상황과 치료제 개발 시점이 맞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와 가까운 한 여권 인사는 “총리 주변에선 연말 연초에 자리에서 내려와 재보선 승리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견과 3~4월까지 방역과 경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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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총리(가운데)가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를 찾아 "백신개발과 성공은 우리 국민과 인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므로 사명감을 갖고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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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1일 발생 코로나 확진자 수가 300명을 오르내리는 상황은 정 총리에겐 경고등처럼 다가올 수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코로나 방역, 치료제 및 백신 개발 현황, 연동된 경제활동 실태 등을 챙기는 데 쓰고 있다”며 “보고만으로 궁금증이 소화가 안 돼 전문가들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일도 잦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을 찾았던 것도 백신개발에 나선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있어서다. 정 총리는 현장에서 “백신개발과 성공은 우리 국민과 인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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