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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서 불안한 한국…화목사회 위한 처방 [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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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풍요중독사회
김태형 지음
한겨레출판 | 288쪽 | 1만6000원

21세기 한국은 과거보다 잘 먹고 잘살게 됐는데, 삶의 질은 왜 떨어진 것일까. 갑질·분노형 범죄 관련 기사는 왜 끊이지 않는 걸까. 이러한 의문에 사회심리학적 진단과 처방을 주는 사회비평서다. 저자는 풍요와 화목을 기준으로 사회를 분류하고, 한국을 ‘풍요-불화사회’로 지목했다. 풍요-불화사회는 “인류 역사상 가장 불안한 사회”이며 한국인의 삶은 “학대를 피해 미친 듯이 위계의 사다리를 올라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한국은 ‘콩 한 쪽이라도 나누어 먹는’ 가난-화목사회에서 1990년대를 기점으로 ‘먹을 것이 넘쳐나지만 극소수가 독차지해 남은 사람들끼리 서로 싸우는’ 불평등사회로 변화했다. “돈이 유일하고 가장 강력한 보상”인 사회에서 위계 상승에 대한 욕구는 필연적이다. 존중받지 못할까봐, 남에게 뒤처질까봐, 또는 우월적 쾌감을 느끼고 싶어 풍요에 집착하는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가지지 못한 사람의 불안 심리를 부추긴다.

저자는 “과도한 소유나 소비 욕구, 과시적 소비는 인간의 본성과는 무관하며, 풍요-불화사회가 강요한 병적인 욕구이자 사회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절벽 아래에 구급차를 대기시키거나 절벽 중간에 안전망을 설치하거나 절벽 끝에 차단막을 설치하는 데에만 주력해왔다”며 “개인들에게 사이좋게 지내라고 호소하기 전에 서로 싸우지 않아도 괜찮은 사회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불안 해소, 기본소득제, 조직민주주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네 가지를 꼽았다. 세부적으로는 무상의료, 임대주택 제도, 노동자 경영 참여, 색깔론 타파, 노동의 의미 재정의 등을 언급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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