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4월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 원장은 이날을 마지막으로 '야인(野人)'으로 돌아가겠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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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꼽히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여권의 대선주자를 잇따라 만났다. 내년 4월 서울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차기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친문 적통 경쟁’이 조기에 불붙는 상황을 피하고 '원팀'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양 전 원장이 미치는 영향력과 시점을 감안할 때, '판 짜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15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양 전 원장은 최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광재 민주당 의원, 김두관 민주당 의원 등과 잇따라 접촉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이날 “경기에 거주하는 양 전 원장은 이 지사와 꾸준히 만남을 이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동산 문제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만남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 이 대표 역시 최근은 아니지만 추석 연휴를 전후해 양 전 원장과 접촉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양 전 원장은 이들 대선주자들과의 접촉 등을 통해 친문재인(친문)계 의원들이 대거 참여하는 ‘민주주의 4.0 연구원’ 출범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해철ㆍ도종환 등 친문 현역 의원 60여명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4.0 연구원'은 22일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당 내부에서는 '표심을 확정하지 않은 친문 그룹이 제3의 후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며 잠시 술렁였다. 이에 대해 양 전 원장이 여권 내부의 ‘원팀’ 기조에 분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주의 4.0 연구원'에 참여하는 한 의원은 이날 “민주주의 4.0은 특정 의원을 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당 4기 정부에서 고민해야할 과제를 제시하기 위한 모임”이라며 “양 전 원장이 연구원의 성격을 오해하고, 과한 우려를 한 것 같다 ”고 했다.
민주연구원장으로 4ㆍ15 총선 전략을 짰던 양 전 원장은 총선 압승 직후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하지만 양 전 원장이 당의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인사들을 두루 접촉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특히 양 전 원장 행보를 두고 내년 4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판 짜기’에 돌입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양 전 원장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로 장외에 머물러 있긴 하지만, 정권 창업공신에 21대 총선 압승에 기여했다는 측면에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양 전 원장과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당정청을 잇는 네트워크가 여전히 가동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양 전 원장이 공식 직함이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행보를 이어갈 경우 '비선'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연말 개각을 앞두고 양 전 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맡고 이를 위한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양 전 원장은 대선주자들과의 잇따른 만남에서 본인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했다고 한다. 친문 진영의 한 의원은 이날 “양 전 원장은 청와대의 결속을 꾀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누구보다 비서실장에 어울린다"면서도 "다만 야당의 비판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어 우려하는 여론도 있다”고 그의 거취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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