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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일관성 있는 철학도 좋지만 때로는 ‘플랜B’가 필요할 때도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5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비너 노이슈타트 슈타디온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친선경기에서 2-3 패배를 당했다. 한 골 차 승부였지만 경기 내용만 보면 멕시코가 일방적으로 몰아친 경기였다.
원래 공격적인 성향의 멕시코는 경기 내내 라인을 올리고 강한 압박을 구사하며 한국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조직적인 프레싱과 빠른 템포의 패스 플레이, 위협적인 마무리를 통해 멕시코가 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위의 강호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벤투호의 대응법이었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줄곧 빌드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골키퍼부터 시작되는 짧은 패스 플레이를 추구하고 있다. 롱패스는 지양하고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들어가는 바르셀로나 스타일의 ‘티키타카’가 벤투 감독의 지향점이다. 그러나 이날은 강팀 멕시코를 맞아 빌드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포백은 강한 압박에 당황하며 패스 미스를 남발했고, 중원도 잠식 당해 전진 패스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이재성이나 손흥민 등이 개인 기량으로 압박에서 벗어나 전진할 뿐 벤투 감독이 강조하는 패스 플레이를 통한 짜임새 있는 공격은 자취를 감췄다. 오히려 센터백들의 결정적인 패스 미스로 인해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빌드업 축구가 독으로 작용하는 모습이었다. 벤투 감독 스스로도 “우리 진영에서 볼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직 월드컵까지는 2년이 남아 있는 만큼 벤투 감독의 철학은 존중 받을 필요가 있다. 벤투 감독이 원하는 방향으로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훈련과 경기로 일정한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빌드업 축구가 마냥 비판의 대상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플랜A를 강화하는 것만큼이나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법을 익히는 것도 필수다. 월드컵에서 어떤 변수를 만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한국은 이미 지난 월드컵에서 주전급 선수가 부상으로 대거 빠지는 경험을 했다. 100% 전력을 내지 못한다면 돌아가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이번 경기가 그랬다. 한국은 사실상 주전 포백인 김진수와 홍철, 김영권, 김민재, 이용, 그리고 김문환 등을 모두 잃었다. 전문 센터백은 권경원 한 명만 남았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는 플랜B를 활용하는 것도 팀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발이 빠른 손흥민이나 황희찬, 엄원상 등의 속도를 활용해 뒷공간을 노리는 방법이 있다. 킥과 창조성이 좋은 이강인이 있는 만큼 라인을 올리고 약점을 노출한 멕시코 수비 라인을 공략할 방법은 충분했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90분 내내 후방 빌드업을 고집하다 수비가 무너지고 경기를 놓치는 결과를 야기했다. 월드컵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차라리 이번 경기를 새로운 전술을 시험하는 장으로 삼았다면 소득은 더 컸을지도 모른다. 벤투 감독의 유연한 대처가 아쉬움으로 남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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