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발표
주5일 작업 확산…건강진단 의무 부과
산재 적용제외, 불가피한 사유로 제한
사회적 논의 통해 택배가격 구조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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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정부가 택배기사의 과로 문제를 막기 위해 사업주 의무를 강화하고 갑질 관행을 막는다.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당연적용을 추진하는 한편 노사 협의를 통해 토요일 휴무제 등 주 5일 업무를 확산할 계획이다. 택배기사 처우 개선을 위한 택배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택배 업무가 급증하면서 올해에만 택배기사 10여명이 사망하는 등 과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택배기사는 대부분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에 해당돼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고,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 등으로 산재 가입률이 낮아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또한 택배사는 대리점과, 대리점은 택배기사 계약을 맺은 형태여서 과로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했다.
이에 정부는 장시간·고강도 근로 방지를 위한 사업주 조치 의무를 구체화한다.
택배사별 여건을 고려해 1일 최대 작업시간을 정하도록 하고, 택배기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물량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때는 물량 축소, 배송구역 조정 등 조치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한다.
택배물량 조정으로 배송이 지연될 경우 택배기사에 대한 불이익 조치는 금지한다.
주간 택배기사에는 오후 10시 이후 심야배송 제한을 권고하는 등 적정 작업시간을 유지토록 하고, 노사 협의를 거쳐 택배기사의 토요일 휴무제 등 주 5일 작업체계 확산을 유도한다.
이재갑 장관은 "택배사가 심야배송 제한 등 작업체계 조정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은 경우에는 택배 전용차 증차를 규제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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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택배업체의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신설된다. 택배기사에 대한 ▲휴식시간?공간 제공 ▲안전운행에 필요한 주행로 등 확보 ▲기상악화 시 안전대책 마련 등도 규정한다. 택배기사 작업장소인 서브터미널의 컨베이어 벨트 등 시설·설비 관리 의무도 강화된다.
대리점에는 택배기사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상 건강진단 실시 의무를 부과한다. 현행 산안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비사무직 근로자에 대해 매년 건강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내년 예산에 산재보험 가입자 1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검진 지원 비용 7억원을 반영했다.
건강진단 결과 뇌심혈관질환 등 건강상의 문제가 우려되는 경우 대리점주가 작업시간 조정 등 조치를 협의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혈압, 혈당, 비만도 등이 높은 뇌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택배기사 1000여명에 대해 내년 3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심층진단 비용을 지원해준다.
저조한 산재보험 가입률의 원인으로 꼽혔던 적용제외 신청을 줄인다. 택배기사에 대해 산재보험 당연적용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적용제외 신청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에는 특고의 ▲질병·부상,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1개월 이상 휴업 ▲사업주 귀책사유에 따른 1개월 이상 휴업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 등에 한해서만 적용제외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택배기사에게 비용·부담을 전가했던 각종 불공정 관행과 갑질도 막는다. 대형화주(온라인쇼핑몰 등)의 백마진 관행을 개선하고, 택배기사에게 위약금을 내게 하는 등의 불공정 거래와 계약조건을 금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택배사-대리점, 대리점-택배기사와 협의해 적정 작업시간 등 조치를 위한 표준계약서 마련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제10차 고용위기 대응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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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가격 구조도 손 본다. 택배기사 처우 개선을 위한 인력 확충, 설비 투자, 적정 배송 수수료를 제공하려면 택배가격 구조 개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택배가격 인상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회적 논의를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택배기사 과로방지대책 협의회'를 구성해 사업자·종사자 등 이해 관계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밖에 택배 배송시간 단축을 위해 공유형 택배분류장을 2023년까지 30개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인프라를 늘리고, 자동화 설비 도입을 위한 정책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택배기사 대책이 추진되려면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과 산재보험법 개정 등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올해 안에 입법을 추진해 내년에는 대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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