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후보 가운데선 압도적 1위
윤석열 검찰총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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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11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지지율) 조사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윤석열 현상'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길리서치·쿠키뉴스가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2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윤 총장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24.7%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22.2%였고, 이 지사는 18.4%였다. 윤 총장과 이 지사의 격차는 오차범위(6.2%) 밖으로 벌어졌다.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양강 구도를 윤 총장이 깨고 '3자 구도'를 형성할 조짐을 보인다는 얘기다.
야권에는 윤 총장 적수가 없다. 같은 조사에서 범야권으로 분류된 대선주자 중 지지율 20%를 넘은 것은 윤 총장이 유일했다. 유승민 전 의원(9%), 홍준표 무소속 의원(7.7%) 등은 한자릿수 지지율에 그쳤다.
윤 총장의 힘을 빼기 위한 여권의 압박이 거세질 때마다 윤 총장 지지율이 오르는 건 역설이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1% 내외 미미한 지지율을 보이던 윤 총장이 3위권으로 뛰어오른 것은 지난 7월 2주차 조사에서였다. ‘검ㆍ언 유착’ 사건과 관련해 윤 총장이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자신은 지휘에서 손을 떼겠다고 하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즉각 거부하면서 갈등이 부각된 시기다.
윤 총장의 지지율은 한달 뒤인 8월 2주차 조사에서 9%로 다시 한 번 뛰어올랐다. 추 장관이 대검 요직에 일명 ‘추 장관 라인’으로 분류된 인사들을 포진시키며 논란이 된 직후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흔들수록 윤 총장에 환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윤 총장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당황스러운 것은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정치 도전 여부조차 불투명한 윤 총장이 야권 원톱 지위를 굳히면서 다른 주자들은 ‘뭘 해도 뜨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이 여권이 아닌 야권 지지율을 잠식하는 것도 국민의힘의 고민이다. 정치권 인사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보면 가뜩이나 없는 집안 살림을 윤 총장이 거덜내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이 여야 모두에 딜레마인 셈이다.
그러나 대선주자로서 윤 총장의 지지율은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지지율은 현직 검찰총장으로서 정권 압박에 굴하지 않고 부당함에 침묵하지 않는 ‘이미지’가 만들어낸 것이지, 그의 정치적 역량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서다. 여야 모두 “윤 총장이 총장직에서 물러나면 바로 꺼질 거품”이라고 보는 이유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11일 “현재 정치를 하지 않고 있는 윤 총장의 대선 후보 지지율이 올라간 것은 이 정부의 폭정과 추 장관의 행태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라고 보고 있다”며 “여론조사는 변하는 것이니까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자세한 조사 개요는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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