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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美추기경 성학대 보고서 낸 교황청…"사건 은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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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여쪽에 내부 조사 내용 상세히 담아…의혹 경시한 책임은 인정

연합뉴스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과 시어도어 매캐릭 전 추기경(오른쪽).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시어도어 매캐릭(90·미국) 전 추기경의 아동 성 학대 사건과 관련해 장기간에 걸쳐 이를 소홀히 한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은폐 시도는 없었다는 교황청 보고서가 10일(현지시간) 공개됐다.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청은 이날 이러한 내용을 담은 450여 쪽의 진상 보고서를 펴냈다.

미국 가톨릭계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매캐릭 전 추기경은 1970년대 초 10대 신학생들과 동침하는 등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2018년 추기경직에서 면직됐다. 이어 작년 초 교회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되면서 사제직마저 박탈당했다.

매캐릭 전 추기경 관련 의혹은 수십 년 전부터 미국 교계에서 소문으로 돌았다.

하지만 그는 2000년 미국 워싱턴DC 대주교로 임명된 데 이어 2001년에는 가톨릭교회 교계제도에서 교황 다음으로 높은 추기경직을 꿰차는 등 승승장구했다.

당시는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으로 재위하던 때로, 교계 안팎에서는 교황청이 관련 의혹을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교황청이 공개한 보고서에는 이러한 의혹 전반에 대한 지난 2년간의 내부 심층 조사 내용이 상세히 담겼다.

보고서는 매캐릭 전 추기경 관련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사실관계 확인 및 진상 규명을 소홀히 한 책임을 인정했다.

당시 관련 의혹에 대해 그는 교황 바오로 2세에 개인적으로 서한을 보내 미성년자와 동침은 했지만 성관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동침 자체가 부적절한 행위였지만 이에 대한 별다른 처분은 없었다.

다만, 보고서는 당시 워싱턴 주교들이 해당 의혹에 대한 불완전하고 잘못된 정보를 교황청에 제공해 그 진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점 등을 들어 교황청 차원의 은폐가 있었다는 주장은 배척했다.

매캐릭 전 추기경 관련 의혹은 2005년 즉위한 베네딕토 16세 때에도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다가 2017년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 그의 성 학대 사실을 폭로하고 나서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교황청 사무를 총괄하는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 총리는 "사건 피해자와 그 가족,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보편 교회에 상처를 준 데 대해 슬픔을 함께한다. 보고서의 규모와 그 안에 담긴 문서 및 정보의 양에서 볼 수 있듯 진실을 추구했고 관련된 모든 의혹에 답을 하려 했다"며 진정성을 강조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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