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예배당을 없애고 그 보증금을 신자들에게 돌려준 한 작은 교회 이야기를 얼마 전 뉴스룸에서 전해드렸는데요. 이 교회 목사가 지난달, 신학교에서 해오던 수업을 그만두게 됐습니다. 세월호 단식 농성에 참여한 다음 날 벌어진 일입니다.
강나현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집보다 가족, 즉 예배당보다 신자가 소중하다며 예배당을 없애고 신자들에게 기본소득으로 돌려줬던 씨앗교회 이규원 목사는 지난달, 8년 전부터 해오던 교단의 신학교 강의를 갑작스레 그만둬야 했습니다.
[이규원/목사 : '다른 것이었다면 용납할 수 있지만, 세월호 단식장을 가기 위해서 휴강한 것에 대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많은 분들이 문제 제기를 해왔다'라고 하시면서…]
이런 내용의 전화로 해촉 통보를 받기 전날, 이 목사는 청와대 앞에서 기독인의 세월호 단식 농성에 함께했습니다.
농성 전날, 열 명 남짓한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해 다음 날 예정돼 있던 수업을 휴강하되, 주중에 영상으로 수업을 올리기로 돼 있었습니다.
학교 측은 강사는 학생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수업 전날 휴강을 통보해 학습권을 침해했다며 학기 도중에 수업을 그만두라고 한 겁니다.
또한 이 목사도 이 조치를 받아들여 '해직'이라 보긴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이규원/목사 : 유가족을 위해서 곁을 내준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더 이상 함께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어 (수긍했습니다.)]
학생들 상당수는 왜 선생님이 갑자기 바뀌었는지 알지 못한 가운데, 이 목사는 12년 동안 몸담았던 교단에도 더 머무를 수 없다고 판단해 오늘, 탈퇴하겠다는 내용증명을 제출했습니다.
[이규원/목사 : 신학교 대다수 운영위원들이 교단의 관계자들로 구성됩니다. 학교의 결정과 교단의 결정이 동일하다고 볼 수밖에 없죠.]
해당 교단은 이 목사의 해촉 사실을 보고 받았다면서도 강사 채용 문제는 학교가 결정하는 사안이라 교단이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규원/목사 :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것, 어려운 자들과 우리가 곁을 나누는 것에 냉혹해져 가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강나현 기자 , 주수영, 손준수, 최대환, 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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