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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고교 동창 SNS의 호화 외제차 사진에 ‘흔들린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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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됐나 보네’ 납치 후 강도 시도하다 실패

법원, “죄질 나쁘다”… 1심 깨고 실형·법정구속

세계일보

고교 시절 동창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을 보고 ‘아, 그때는 몰랐는데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제법 성공했나 보네’ 하는 생각에 납치해서 돈을 뜯어낼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기려 한 30대 남성이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았다.

A(32)씨와 B(32)씨는 고교 동창생이다. 학교 다닐 때에는 B씨와 별로 친하지 않았던 A씨는 고교 졸업 후 한참 지나 우연히 B씨의 SNS 계정을 방문했다. B씨가 외제차 사진을 SNS에 올린 것을 본 A씨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B씨가 아주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 시절엔 잘 몰랐는데 B씨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지금도 성공한 삶을 누리고 있는 듯했다.

당시 급전이 필요했던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선배 C(37)씨에게 ‘B를 납치해 돈을 뜯어내자’는 제안을 했다. C씨도 흔쾌히 동의하며 행여 나중에 문제가 되더라도 ‘B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서 그랬다’는 취지로 해명하면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A씨와 C씨는 차량 3대, 그리고 청부업자들까지 동원해 B씨를 미행하다 강제로 차에 태워 납치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B씨는 격렬하게 저항했고 납치 후 거액을 뜯어내려던 A씨와 C씨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검찰 수사를 받고 특수강도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C씨는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범행을 주도한 A씨와 C씨를 질타하면서도 “잘못을 인정·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1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이 법원 형사5부(부장판사 윤강열 장철익 김용하)는 최근 A씨와 C씨 항소심에서 집유를 선고한 1심을 깨고 각각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한 뒤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두 피고인은 사전에 범행계획을 수립하고 역할을 분담한 뒤 범행 현장에서 피해자에 대한 납치를 시도하기까지 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만약 피해자가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 못했다면 피고인들에게 납치돼 더욱 큰 피해를 보았을 것임이 명확하다”고 A씨와 C씨를 매섭게 꾸짖었다. 이어 “피고인들이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고 반성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원심처럼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벼워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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