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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야구모자에 광고 대신 '우주정복'…야구도 게임도 홈런친 '택진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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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9년만에"…첫 정규시즌 정상 등극 영예 안은 엔씨다이노스

엔씨소프트 IT 기술만난 엔씨다이노스…"김택진 실용야구 통했다"

뉴스1

김택진 구단주가 24일 오후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NC의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 확정 후 우승 소감을 전하고 있다. 2020.10.24/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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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14년, 엔씨소프트 야구단 엔씨다이노스 선수들이 쓴 모자 옆면에 '우주정복!'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선수의 몸이 곧 광고판인 야구시장에서 가장 높은 광고 단가를 가진 '모자'에 모기업의 대표 서비스나 사명이 아닌 '우주정복'이라는 글자가 붙으면서 업계는 의문을 표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우주정복'을 회사의 캐치프레이즈로 삼았고, 구단과 모기업의 정신을 공유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같은 해 10월, 엔씨소프트는 하반기 채용공고에서도 '우주를 정복할 자, 탑승하라'라는 홍보문구를 내세웠다. 당시 인사담당자는 "남들이 가보지 않은 곳에 먼저 도전하자는 의미를 회사의 최고 가치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정복을 꿈꿨던 엔씨다이노스가 지난 24일 창단 9년 만에 감격적인 첫 정규시즌 정상 등극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2011년 프로야구 제9구단으로 창단하고 2013년 처음 1군 무대에 진출한 뒤 8번째 시즌 만이다.

이날 경기장에서 직접 우승 현장을 지켜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겸 엔씨다이노스 구단주는 우승이 확정된 뒤 손을 흔들며 팬들의 환호 속에 그라운드로 내려왔다. 모자를 벗어 관중의 박수에 화답한 그는 선수들과 기쁨을 만끽했다. 일부 팬들은 '택진이형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열렬히 환호했다.

김 구단주는 울먹이며 "창단 때부터 바랐던 꿈 하나를 이루어 냈다"면서 "다음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던 그의 오랜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글러브 대신 손에 쥔 건 컴퓨터지만 날 지탱한 건 야구"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초등학교 시절 육상선수로 활약했다. 학교 대표로 지역대회에 출전할 만큼 실력이 뛰어났지만 정작 지역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세상엔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은 그는 '경쟁 속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읽은 야구 만화 '거인의 별'은 그에게 야구선수의 꿈을 키워줬다. 당시 거인의별에 푹 빠져있던 그는 만화주인공처럼 모래주머니를 발과 팔에 차고 학교에 다녔다. 책방에서 책을 보고 커브볼을 던지는 방법을 연구했고, 골목에서 야구공을 던지며 시간을 보냈다.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입학하며 자연스레 야구선수의 꿈을 접은 그가 야구를 업으로 삼게된 건 선수가 아닌 경남 창원을 연고로 둔 엔씨다이노스의 '구단주'가 되면서다.

김 대표는 지난 2011년 창단 기자회견에서 "야구는 나에게 가슴 뛰게 하는 한 편의 드라마이자 삶의 지혜서"라며 "글러브 대신 손에 쥐어진 것은 컴퓨터지만 나를 지탱해준 것은 야구"라고 말한 바 있다.

엔씨소프트가 야구단 창단의향서를 냈을 당시, 다른 구단주들은 당시 매출 1조원도 내지 못하는 게임사가 연 최소 200억원 이상이 드는 프로야구단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겠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김 대표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언론 앞에 나서 "야구단 운영에 우려하는 분위기를 잘 알고 있지만 내 재산만으로 야구단을 100년은 할 수 있다"며 우려를 일축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IT 기술 만난 엔씨다이노스의 야구 전략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거두고 이동욱 엔씨다이노스 감독은 "좋은 구단주를 만난 나는 행복한 감독"이라면서 "구단주께서 여러 부분에서 부족함 없이 지원을 많이 해주셨다. 덕분이 우리 팀이 더 강해질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실제 김 구단주는 선수를 소중히 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엔씨다이노스는 지난 2014년부터 KBO 최초로 원정경기 시 모든 선수에게 1인1실 숙박을 제공하고 있고, 나이가 많은 선수도 후한 연봉을 제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호준 등 30대 후반 선수도 연간 수억원의 연봉계약을 맺었고, 구단은 은퇴 선수에게 코치로 뛸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김택진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IT기술을 야구에도 접목했다. 지난 2013년 엔씨다이노스는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전력분석영상시스템 'D라커'를 도입해 이용하고 있다.

D라커는 전력분석 부서에서 제공하는 영상과 보고서를 선수와 코치들이 태블릿PC를 이용해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사이버 코치다. 현재 엔씨다이노스는 2군까지 포함된 모든 선수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해 D라커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있다. 구단은 데이터와 숫자를 기반으로 선수 맞춤형 전략을 세우고 있다.

◇택진이형의 '우주정복'은 계속된다

'우주정복'이라는 엔씨소프트·엔씨다이노스의 캐치프레이즈는 시간이 흐르며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왔다. 그러나 김택진 대표의 우주정복을 위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이를 위해 엔씨소프트는 단순한 게임회사가 아닌 종합 ICT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택진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정치권 인사들과 만나 "제조업으로 따지면 로봇 없는 제조업은 경쟁력이 없듯, 미래 문화콘텐츠는 디지털 액터(디지털로 연기까지 할 수 있는 액터(배우)를 만들어내는 것)에 기반해 만들어질 수 있다"며 "로봇이 제조업을 가능하게 했듯이 디지털 액터가 앞으로 미래 산업을 건설하는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는 높은 수준의 '디지털 액터'를 구현하기 위해 게임 개발 외에도 인공지능(AI) 연구조직, AI센터, 사운드 센터, 비주얼 센터 등을 두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AI는 기사 작성, 영상 편집, 금융 상담 등 게임 외 분야에 진출하며 이미 기술력을 입증받고 있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선 엔씨다이노스의 시즌 우승을 두고 '엔씨소프트의 IT 기술을 만난 야구, 즉 실용야구가 통했다'고 평가한다"며 "사내에서 '우주정복'이 종종 회자될 만큼 새로운 분야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엔씨소프트의 정신이 잘 담긴 캐치프라이즈로 김 대표의 경영철학이 잘 반영된 문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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