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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애틋한 서사에 화려한 무대연출 눈길…뮤지컬 '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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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뮤지컬 '고스트'
[신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7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고스트'는 마술과 뮤지컬을 합쳐 부르는 '매직컬'이라는 수사가 따라붙는 작품이다.

영화 '사랑과 영혼'(1990)을 고스란히 무대 위로 옮긴 이 작품은 남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주는 감동은 물론 화려한 무대 연출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극은 죽은 '샘'이 영혼이 돼서도 연인 '몰리'를 지키기 위해 심령술사인 '오다메'와 함께 위험을 헤쳐나가는 이야기다.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면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영혼인 샘을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할지였다. 이는 공연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고스트'는 고민 끝에 마술을 차용했다. 영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마술 감독인 폴 키이브가 제작에 참여했고, 샘이 문을 통과하거나 몰리가 읽던 편지지가 자동으로 접히는 장면 등에 특수효과가 적용됐다.

이렇게 연출된 장면들은 허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정밀해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조명을 활용한 착시효과인지, 보이지 않는 투명 장치가 설치됐는지 애써 찾아보려 해도 감쪽같다. 어떤 '트릭'(속임수)이 쓰였는지는 아직도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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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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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외에도 샘을 따라다니는 푸른빛의 조명은 영화에서 반투명하게 보이는 샘의 모습에 못지않게 신비롭게 만든다. LED판 7천개로 구성된 구조물이 시시각각 무대 배경으로 활용되고, 무대 곳곳에 숨겨진 9대의 빔프로젝터가 쏘는 영상은 아름다움과 역동성을 더한다.

무엇보다 '고스트'는 짜임새 있는 서사와 음악, 노래, 안무 중 어느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균형 있게 보여준다.

여기에는 캐릭터가 갖는 힘이 크다. 작품은 샘과 몰리의 사랑을 큰 축으로 한 서사지만, 두 사람 못지않게 주변 인물들도 각자의 개성 강한 매력을 뽐내 지루할 틈이 없다.

푼수기로 등장할 때마다 웃음을 터트리는 심령술사 오다메는 사랑스럽기 그지없고, 샘을 죽음으로 몰고 간 칼은 카리스마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강렬한 퍼포먼스로 긴장감을 높이는 지하철 유령과 에너지 넘치는 안무로 극의 중간중간 활기를 불어넣는 앙상블도 눈길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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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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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관객들은 사랑이라는 주된 감정선을 이어가면서도 범죄 사건의 스릴과 유쾌한 캐릭터가 주는 웃음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주원, 아이비, 최정원 등 7년 전 초연을 함께했던 배우들이 대거 합류한 덕분인지 배우들 간 호흡도 자연스럽다.

다만 '사랑과 영혼'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라는 부담감은 완전히 내려놓지 못한 듯하다. 영화 속 명장면으로 꼽히는 샘과 몰리가 도자기를 만드는 장면은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가 스치듯 지나가 버린다. 감동보다는 이 장면을 꼭 넣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느껴진다.

1990년 영화를 따라가서인지 관객들의 웃음을 공략하기 위해 비속어를 남발하는 장면이나 돈에 집착하는 과장된 캐릭터 설정 등에서는 다소 촌스러움이 묻어나기도 한다.

지난 6일 개막 이후 지금까지 2차례 벌어진 무대장비 고장으로 인한 공연 중단도 아쉬운 부분이다. '매직컬'의 명성을 이어가려면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연은 내년 3월 14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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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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