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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불량은 암'…'출근안해도 된다'던 혁신가 이건희... 삼성총수 33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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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사상 최다 매출액 낸 삼성전자

오늘의 삼성 있게 한 故이건희 회장의 33년 경영

헤럴드경제

故 이건희 회장 관련 어록 [헤럴드DB]


[헤럴드경제=기획취재팀]'세계의 거인' 삼성을 일궈낸 혁신가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28일 영면(永眠)에 들었다. 1987년 총수 취임 후 삼성의 최고경영자로 업적을 쌓아온 지난 33년. 삼성은 국내를 넘어 세계까지 위용을 떨치는 초일류 기업이 됐다.

이 회장의 영결식이 있고 하루 뒤인 지난 29일, 삼성전자는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액 66조9642억원을 기록했다. 이번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2조원을 넘어섰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에 취임했던 1987년 당시와 비교하면 매출은 58배, 영업이익은 155배 증가했다.

올해 예상되는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업계는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238조1133억원, 37조269억원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이처럼 성장한 데에는 이 회장이 강조한 '신경영'. 신경영의 중심에 있던 '혁신'이 있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이 회장의 혁신과 사례들을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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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취임식 자리에서의 故 이건희 회장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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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부 도장 찍으러 회사 나오지 마라...다 바꿔라"이 회장의 혁신경영하면 자주 회자되는 일화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임원 회의다. 이 회장은 당시 삼성 임원들을 모아놓고서 '삼성의 혁신'을 주문했다.

당시 이 회장이 남긴 발언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출근부 찍지마라"는 내용이다. 이 회장은 출근부를 없애라고 강조하며 "집이든 어디에서든 (직원들이) 생각만 있으면 된다"며 "구태여 회사에서만 할 필요 없다. 6개월 밤을 새워서 일하다가 6개월 놀아도 좋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양보다는 질'의 중요성 강조했다. 이 회장은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아내와 자식 빼고 다 바꿀 각오"로 삼성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생산 현장에 나사가 굴러다녀도 줍는 사람이 없는 조직이 삼성전자이고, 3만 명이 만들고 6000명이 고치러 다니는 비효율, 낭비적인 집단인 무감각한 회사(가 삼성전자)다." "불량은 암이다. 삼성은 자칫 잘못하면 암의 말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 회장과 관련된 주옥같은 어록들이 1993년 임원 회의에서 나왔다. 당시 임원회의는 삼성의 신경영이 처음 시작된 시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10년 후, 이 회장은 신경영 10주년을 맞이한 자리에서 "신경영을 안 했으면 삼성이 2류, 3류로 전락했거나 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라면서 "신경영의 성과를 어려운 국가 경제위기 극복과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확산시켜 나가자"는 자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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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건희 회장.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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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의 '전설'된 불량품 소각삼성은 대구 경북 지역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병철 선대회장이 1938년 창업한 삼성상회가 삼성 그룹의 모체로 알려져 있다. 대구 경북 지역에는 삼성과 관련된 다양한 일화들도 많이 전해진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애니콜 화형식'으로도 알려진 불량품 소각이다.

이 회장이 1995년 구미공장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이 회장은 품질이 불량한 휴대전화가 많이 발생한다는 보고를 받고서, 불량품 15만대를 가져오라고 임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이 회장은 한 데 모인 불량품들을 한자리에 쌓아놓고 소각을 지시했다. 제품의 품질을 중요시했던 이 회장의 철학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당시 구미공장의 직원들은 마당에서 불타고 있는 불량제품들을 지켜보며 가슴아파해야 했다. 현재까지도 애니콜 화형식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 사건은 삼성휴대전화가 세계적인 제품으로 자리잡는 자양분이 됐다.

현재도 구미에는 삼성전자 계열사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외 故 이건희 회장 관련 어록

▷회장 취임사 (1987년 12월 1일 오전 10시 호암아트홀)

우리는 지금 국내외적으로 수많은 시련과 도전이 몰려드는 격동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삼성 제2의 창업'의 선봉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여 그 소임을 수행할 것입니다. 삼성은 이미 한 개인이나 가족의 차원을 넘어 국민적 기업이 되었습니다. 삼성이 지금까지 쌓아 온 훌륭한 전통과 창업주의 유지를 계승하여 이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며, 미래 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통해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첨단 기술산업 분야를 더욱 넓히고 해외사업의 활성화로 그룹의 국제화를 가속할 것이며,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교육시키며 그들에게 최선의 인간관계와 최고의 능률이 보장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입니다. 새로 출범하는 삼성의 제2 창업에 찬란한 영광이 돌아오도록 힘차게 전진합시다.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 회의

뛸 사람은 뛰어라. 바삐 걸을 사람은 걸어라. 말리지 않는다. 걷기 싫으면 놀아라. 안 내쫓는다. 그러나 남의 발목은 잡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왜 앞으로 가려는 사람을 옆으로 돌려놓는가?

출근부 찍지 마라. 없애라. 집이든 어디에서든 생각만 있으면 된다. 구태여 회사에서만 할 필요 없다. 6개월 밤을 새워서 일하다가 6개월 놀아도 좋다. 논다고 평가하면 안 된다. 놀아도 제대로 놀아라.

결국, 내가 변해야 한다.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야 한다. 극단적으로 얘기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불량은 암이다. 삼성은 자칫 잘못하면 암의 말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생산 현장에 나사가 굴러다녀도 줍는 사람이 없는 조직이 삼성전자이고, 3만 명이 만들고 6천 명이 고치러 다니는 비효율, 낭비적인 집단인 무감각한 회사다.

▷1993년 7월 중순 오사카 회의

한손을 묶고 24기간 살아봐라.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이를 극복해봐라. 나는 해봤다. 이것이 습관이 되면 쾌감을 느끼고 승리감을 얻게 되고 재미를 느끼고, 그 때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1995년 베이징 특파원 간담회

우리나라의 정치는 사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삼류, 기업은 이류다.

▷2003년 5월 사장단 간담회 후 기자들만나

인재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

▷2002년 4월 사장단 회의

제트기가 음속(1마하)의 두 배로 날려고 하면 엔진의 힘만 두 배로 있다고 되는가. 재료공학부터 기초물리, 모든 재질과 소재가 바뀌어야 초음속으로 날 수 있다.

▷2002년 6월 인재 전략 사장단 워크숍

200∼300년 전에는 10만∼20만명이 군주와 왕족을 먹여 살렸지만 21세기는 탁월한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 명의 직원을 먹여 살린다.

▷2003년 6월 신경영 10주년 기념사

신경영을 안 했으면 삼성이 2류, 3류로 전락했거나 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하다. 신경영의 성과를 어려운 국가 경제위기 극복과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확산시켜 나가자. 신경영은 세기말적 상황에서 경제전쟁에서의 패배, 일류 진입의 실패는 경제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역사인식과 사명감에서 출발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외부 환경 탓도 있지만 과거 선진국도 겪었던 '마의 1만불 시대 불경기'에 처한 상황으로 신경영 선언 당시와 유사하다. 따라서 우리가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일류 선진국이 될 수도,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은 당장의 제몫 찾기보다 파이를 빨리 키워, 국민소득 만불 시대에 돌입하기 위해 온 국민이 다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2010년 3월 경영복귀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2011년 1월 신년사

삼성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라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기꺼이 협력하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2013년 10월 신경영 20주년 만찬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 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해야 한다.

기획취재팀=배두헌·김지헌·김성우 기자

zzz@heraldcorp.com

※ '성시경 쇼'는? = 헤럴드경제 기획취재팀 3명의 젊은 기자들이 모여 만드는 시사경제 팟캐스트. '성공에는 별 도움 안되는 시사경제 토크쇼'의 준말이다. 주요 경제 뉴스를 딱딱하지 않게 소개하고 재미있게 분석하는 게 목표다.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과 오리지널 ES 계약을 맺고 방송을 송출한다. 팟빵에서 '성시경 쇼'를 검색하면 각 에피소드를 찾아 청취할 수 있다.

故이건희 삼성 회장 경영 리더십 정밀분석!(feat.이건희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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