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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권오준의 은퇴... 박수받을 자격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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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30일 NC전 출전... 통산37승24세이브87홀드3.64

NC와 삼성이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두 팀은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연장 12회 접전을 벌였지만 4-4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삼성은 5회 다니엘 팔카의 3점 홈런으로 승기를 잡았지만 4-3으로 앞선 9회 오승환이 애런 알테어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하면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사실 이미 1위와 8위로 순위가 결정된 NC와 삼성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은 사상 초유의 2~5위 싸움이 벌어진 올 시즌 야구팬들의 관심에서 다소 벗어난 경기였다. 하지만 삼성팬들에게 10월30일은 순위 싸움과는 별개로 오래도록 기억되는 날이 될 전망이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22년 동안 활약했던 '저승사자' 권오준이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은퇴 경기와 은퇴식을 치른 날이기 때문이다.

세 번의 팔꿈치 수술

선린인터넷고 출신의 권오준은 199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1라운드로 삼성에 지명됐다. 권오준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곧바로 프로에 입단했지만 팔꿈치가 좋지 않아 수술을 받고 2000년 시즌이 끝나고 해병대의 상근예비역으로 입대했다(비록 출퇴근하지만 상근예비역도 엄연히 현역병이다). 그리고 2004년 KBO리그에 병역비리사태가 터지면서 권오준의 해병대 복무는 재평가됐다.

2003년 입단 5년 만에 1군 데뷔전을 치른 권오준은 선동열 감독이 수석코치로 부임한 2004년 풀타임 1군 선수로 활약하며 11승을 기록했다. 전반기까지 마무리를 맡은 2005년에는 전반기에만 17세이브를 수확했고 후반기부터 셋업맨으로 변신해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9승1패2세이브32홀드 평균자책점1.69를 기록했던 2006년에는 오승환과 함께 'KO펀치'로 불리며 삼성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다.

하지만 2004년부터 3년 동안 정규리그에서만 160경기에 등판해 296.1이닝을 소화한 권오준은 2007시즌부터 구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8년19경기에서 3홀드에 그친 후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그 사이 삼성의 불펜은 정현욱(삼성 불펜코치)과 권혁(두산 베어스),안지만을 중심으로 재편됐고 두 번의 수술 후 구위 회복이 불투명한 권오준이 설 자리는 더욱 줄어 들었다.

하지만 권오준은 2010년 건강하게 복귀해 2011년부터 2년 연속 두 자리 수 홀드와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좌완 권혁과 '쌍권총'으로 불리며 삼성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2012 시즌 막판 팔꿈치 통증으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된 권오준은 2013년1월 세 번째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국내 투수 중 3번의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선수는 이동현과 권오준 정도 밖에 없다).

2013년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권오준은 재활 도중 오른팔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한 데다가 팔꿈치 재활마저 늦어지는 바람에 2014년에도 1경기 등판에 그쳤다. 2015년 부상을 떨치고 30경기에서 28이닝을 소화했지만 승, 패, 세이브, 홀드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채 평균자책점 8.04로 크게 부진했다. 류중일 감독(LG트윈스)이 더 이상 구위가 떨어진 권오준을 주요 보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삼성에 대한 헌신

2015년 말 불법도박 스캔들로 인해 임창용(KIA타이거즈)이 방출되면서 권오준은 삼성의 최고참 투수가 됐다. 그리고 맏형의 책임감이 생긴 권오준은 2016년 1승3패7홀드3.88을 기록하며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9위로 추락한 2016년 시즌 삼성의 불펜에서30경기 이상 등판해 3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심창민과 권오준 밖에 없었다. 권오준은 2017 시즌에도 1승2패1홀드5.14를 기록한 후 삼성과 2년6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프로 데뷔 19년 만에 FA계약까지 체결했지만 또 한 살 나이를 먹은 권오준은 여전히 삼성 마운드에서 뒷전이었다. 삼성에는 30대 후반의 노장투수 권오준보다는 심창민, 장필준, 이승현, 최채흥, 양창섭 등 미래를 보고 키워야 할 젊은 투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2017 시즌을 앞두고 4년 65억 원의 거액을 주고 영입한 FA사이드암 우규민도 2018 시즌부터 불펜으로 변신하면서 권오준의 입지는 더욱 줄어 들었다.

권오준은 2018년부터 필승조와 완전히 멀어지며 선발이 일찍 무너진 날 등판하는 추격조나 마무리 투수까지 등판한 후 더 이상 나올 투수가 없을 때 등판하는 '잉여자원'으로 전락했다. 그래도 권오준은 2018년과 작년 시즌 각각 47경기와 43경기에 등판해 3승씩 기록하며 노장의 힘을 이어갔다. 권오준은 FA계약기간이 끝난 올해도 8000만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하며 삼성에서의 22번째 시즌을 맞았다.

삼성의 허삼영 감독은 권오준이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불펜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어느덧 한국나이로 41세가 된 권오준에게는 더 이상 1군 마운드에서 생존할 힘이 남지 않았다. 올 시즌 1군에서 17경기에 등판한 권오준은 2패1홀드8.44의 성적으로 추격조로서도 팀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결국 권오준은 30일 NC전에서의 마지막 등판을 끝으로 22년의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2006년 홀드왕과 3개의 우승반지 등 꽤 화려한 전성기 시절을을 보내기도 했지만 권오준은 세 번의 팔꿈치 수술과 긴 재활로 인해 전성기가 짧았던 투수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권오준은 삼성이 잘 나갈 때나 못 나갈 때나 기꺼이 마운드에 오르며 팀을 위해 헌신한 투수다. 쟁쟁한 스타들이 거쳐간 명문 삼성에서 권오준이 8번째 은퇴식의 영광을 누릴 자격이 충분한 이유다.

양형석 기자(utopia6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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