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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이 남긴 숙제, SK는 해답을 가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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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감독 선정에 고심... 하마평에 오른 후보들 평가 엇갈려

2020시즌 KBO리그 9위에 그치며 최악의 시즌을 보낸 SK 와이번스가 시즌 종료와 함께 발빠르게 변화에 착수했다. SK는 30일 염경엽 감독의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염 감독은 최근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SK와 2021시즌까지 계약되어있던 염감독은 남은 임기 1년을 채우지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염경엽 감독은 현역 시절에는 비교적 평범한 선수였지만 은퇴 이후 프런트와 지도자를 넘나들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뤄낸 독특한 경력의 인물이었다. 본격적으로 감독 경력을 시작한 히어로즈에서는 팀을 사상 첫 한국시리즈 진출과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이끌며 '염갈량'이라는 별명으로 찬사를 듣기도 했다. SK와는 2017년 단장직을 맡으며 첫 인연을 맺었다.

당시 히어로즈를 떠나 SK로 자리를 옮기는 과정부터 잡음이 있었다. 염 감독은 히어로즈 사령탑을 맡던 시절부터 구단과의 불화설에 이어 SK의 차기 감독으로 내정되었다는 소문에 휩싸였다. 염 감독은 당시 이를 강하게 부정했지만, 히어로즈에서 사임한 이후 감독은 아닌 단장으로서 SK로 향했다. 우회하기는 했으나 2019년에는 끝내 SK의 차기 사령탑까지 올랐다.

프런트로서의 1막은 성공적이었다. 단장 시절이었던 2018년 당시 트레이 힐만 전 감독을 잘 보좌하며 본인이 지도자로서 이루지 못한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 미국으로 돌아간 힐만 감독의 후임으로 SK의 7대 사령탑 자리에 오르면서 지도자로 복귀한 이후로는 평가가 급락했다. 염 감독은 임기 첫해 전반기까지는 압도적인 정규시즌 1위를 질주했으나 후반기 두산의 맹추격에 대역전극을 허용하며 다 잡은 우승을 놓쳤다. 설상가상 포스트시즌에서는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에 완패하며 한국시리즈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2020년은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에이스 김광현과 앙헬 산체스가 떠나면서 생긴 마운드의 공백을 새로운 선수들이 제대로 메우지 못했고, 믿었던 장타력과 불펜의 동반침체,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줄부상 등 악재가 겹쳤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두드러진 염 감독의 경기 운영 능력과 리더십을 둘러싼 의구심도 지속되며 염 감독은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아야했다.

급기야 지난 6월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더블헤더 1차전 경기도중 감독이 덕아웃에서 실신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다행히 빠른 응급처치로 큰 불상사는 막았지만 정상적으로 팀을 이끄는게 불가능해지며 박경완 감독대행에게 지휘봉을 넘겨야했다. 염 감독은 약 2개월간 치료와 휴식을 거친 끝에 지난 9월 1일 68일 만에 다시 사령탑 자리에 복귀했지만 불과 6일만에 다시 몸상태가 나빠지며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고 결국 시즌이 끝날 때까지 복귀하지 못했다.

올시즌 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경기에서 SK의 승률은 고작 .253(12승 35패)에 불과했다. 염 감독은 히어로즈 시절을 포함하여 지도자로서는 끝내 한번도 정상에 올라보지 못했다. 특히 이미 지난 2019시즌 후반기부터 드러난 팀의 하락세를 막지못하며 강점으로 꼽혔던 위기관리 능력과 선수단과의 소통능력에서도 오히려 의문을 자아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승전력이었던 SK의 급추락과 맞물려, 전 소속팀인 히어로즈는 염 감독이 물러난 이후 장정석-손혁-김창현 대행 체제에서 연이어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하며 염 감독의 지도력도 과대평가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또한 두 번이나 건강문제로 사령탑이 자리를 비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시즌이 끝날 때까지 감독직을 유지했던 염 감독의 행보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던게 사실이다.

이제 팬들의 관심은 SK의 차기 사령탑에 모아진다. 창단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낸 SK로서는 차기 사령탑 인선에 무엇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다. 올시즌 SK의 전력이 많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9위를 할 정도의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는게 야구계의 전반적인 평가였다. 패배주의를 일신하고 팀분위기를 다잡아야할 신임 감독의 리더십과 비전이 중요한 시점이다.

올시즌 감독대행으로 염 감독을 대신하여 팀을 이끌었던 박경완 대행이 후보군으로 크게 거론되지 않는 것은 다소 의외다. SK는 박경완 감독대행이 팀을 이끈 경기에서 39승 1무 57패를 기록했다. 염 감독이 이끌던 경기보다는 다소 나아진 승률이지만 팀성적을 크게 반등시킬 정도는 되지 못했다.

염 감독 시절에 비하면 조금 더 수비적인 야구를 펼쳤다는 정도를 제외하면 특별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고, 투수운용이나 주전 의존도에서 아직 경험이 부족한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박경완 대행의 신분은 어디까지나 정식 감독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임시 감독'에 불과했고, 그래서 기존의 틀을 크게 벗어나기 어려웠다는 점도 감안해야한다.

SK의 차기 사령탑은 내부 승격보다는 외부 영입설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트레이 힐만같은 외국인 감독을 다시 영입하는 것보다는 국내 감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과 김원형 두산 투수코치, 김재현 해설위원 등이 유력한 후보로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지명도가 높은 인물은 단연 선동열 감독이다.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투수 레전드로 꼽히는 선 감독은 삼성과 KIA, 국가대표팀 등에서 감독직을 경험하여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경험하는 등 지도자 경력이 풍부한 '스타 감독'이다. 하지만 지도자 경력의 성공이 대부분 초창기에 몰려있고, 친정팀인 KIA에서의 실패와 국가대표팀 감독 시절의 각종 구설수로 감독으로서의 평가는 썩 좋지 않다는 게 변수다.

김원형 코치와 김재현 위원은 모두 SK에서 선수생활을 보낸 경력이 있으며 2000년대 후반 SK 왕조의 주역으로도 꼽힌다. 구단의 전통과 팀문화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SK가 구단의 황금시대를 이끈 민경삼 전 단장을 최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여 복귀시킨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해석되는 대목이다. 어떤 면에서는 현장의 리더십보다 '프런트야구'를 더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겠냐는 분석도 있다.

SK가 창단 이후 초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경우는 4대 이만수 감독이 유일하다. 그나마 이만수 감독은 SK에서 이미 수석코치와 감독대행으로 오랜 시간 경험을 쌓고 나서 자연스럽게 지휘봉을 물려받은 사례지만 감독으로서의 역량은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원형 코치는 SK와 롯데 코치를 거쳐 현재는 두산의 투수코치를 맡고 있으며, 김재현 위원은 한화와 국가대표팀의 타격코치를 맡은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코치 시절에 보여준 지도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는 편이다. 둘 다 감독 경험은 전혀 검증되지않은 초보 사령탑이라는 점에서 도박이 될 수도 있다.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놓인 SK 구단이 '파격과 안정' 사이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이준목 기자(seaof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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