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토요리뷰] 안녕하세요? 제가 우주정거장에 다녀오긴 했습니다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U+VR 앱 통해 공개한 '우주정거장 체험' 영상 시청해보니

흥미롭긴 했지만 "2편 또 볼래" 물으면 답은 "아이돌 볼래"

뉴스1

LG유플러스의 U+VR. 2020.10.31/뉴스1 © News1 조소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비록 아직까지 인터스텔라를 보지 못했지만 아기공룡 둘리의 얼음별 대모험을 시작으로 스타트렉 시리즈까지 챙겨보면서 기자는 본인이 우주에 흥미가 있음을 확신했더랬다. 이번 리뷰 소재는 이런 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로웠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체험해보라니, 딱 내 취향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9일 기자는 우주정거장에 다녀왔다. 유인 우주선을 직접 타지는 못했다. 대신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LG유플러스의 U+VR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우주정거장을 볼 수 있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2일 U+VR앱을 통해 '우주정거장 체험'(Space Explorers: The ISS Experience) 콘텐츠를 공개했다. 이 VR콘텐츠는 LG유플러스가 초대 의장사를 맡은 글로벌 5세대(5G) 콘텐츠 연합체 'XR 얼라이언스'의 첫 번째 프로젝트(라고 쓰고 야심작이라고 읽는다)다. 우주에서 실제 촬영한 영상을 '3D 360도 VR'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총 4부작의 에피소드(각 25분)로 만들어졌는데 기자는 31일 현재까지 공개된 1편(적응하기)을 U+VR을 통해 시청했다.

영상은 시작부터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우주로 오기 전에는 꼭 가족들에게 애틋한 작별인사를 하고 잘못했던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온다는 한 여성 우주인이 등장하면서다. 그녀가 무중력 상태에서 둥둥 떠다니며 '우주인으로서의 적응기'를 담담히 들려준다.

나는 그녀의 말에 끄덕거리는 한편 반대편으로 살며시 몸을 돌려봤다. 360도 VR인 만큼 몸을 돌린 모든 곳이 또 다른 편의 우주정거장이기 때문이다.

뒤를 돌아보니 우주정거장 내 둥그런 통로 저편으로 다른 공간이 보인다. 그쪽으로 가면 새로운 공간이 펼쳐지는 것일까? 호기심이 생겨 홀린듯이 발걸음을 옮겨보다 갑가지 정강이에 찌릿한 통증이 온다. 이런. 집안 식탁에 부딪혔다.

이후에도 영상은 '우주에서 적응하기'라는 주제에 충실하게 흘러간다. 잠을 잘땐 어떤 것도 치지 않게 꼭 발을 고정시켜야 하고 내부를 돌아다닐 때에도 아무 선이나 잡아선 안 된다. 이는 자칫 발로 혹은 손으로 어떤 선이나 버튼을 잘못 치거나 잡으면 우주정거장은 물론 동료들의 안전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읽혔다.

영상에서 보이는 우주정거장은 '공장 분위기를 살린 카페'처럼 철골(여러 선이나 버튼들)이 그대로 드러난 구조였다. 열심히 트레드밀을 타며 운동하는 우주인들의 모습도 계속해서 나왔다. 무중력 공간에서 매일 떠다니다보니 팔·다리에 힘쓸 일이 지구보다 적고 이는 땅을 발에 디뎌야 하는 우주인들의 지구 복귀 때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가장 흥미진진(?)했던 부분은 우주인들이 모두 함께 모여 음식을 먹을 때였다. 한 남성 우주인이 크림을 바른 크래커를 공중에 둥둥 뜨도록 하고 손을 사용하지 않은 채 받아먹으려 하는데 주변 사람들은 가만히 숨을 죽인다.

"여분의 옷이 얼마 없으니 크림 등이 묻지 않게 조심하라"는 이유다. 기자를 포함한(!) 동료들의 관심 반, 걱정 반 상황 속 이 우주인은 한 차례 삐끗했으나 결국 '손을 사용하지 않고 우주인답게 공중 크래커 받아먹기'에 성공한다.

뉴스1

LG유플러스 관계자들이 '우주정거장 체험'(Space Explorers: The ISS Experience) 에피소드1을 체험하는 모습. (LG유플러스 제공/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흥미로웠냐고 하면 비교적 그렇다고 할 수 있던 VR체험이었고 정말 우주정거장에 있는 듯한 실감이 났느냐고 하면 3D인 점을 감안했을 때 나쁘지 않았던 듯 싶다. 우주에서 보는 일출 장면도 나름대로 볼만했다.

그렇지만 다음에 '우주정거장에 또 갈래?'(2편을 볼래?)라고 물어보면 망설여 질 것 같다. 최선의 기술로 만들어졌겠지만 영상 화질이 썩 좋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인지 학창시절 과학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보여준 오래된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난 게 아쉬웠다.

25분이라는 시간도 VR기기의 오랜 시간 사용시 느껴지는 발열과 같은 부분을 고려했을 때 한 번에 보기에는 다소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을 다 보고 나서 벗으니 약간의 어지러움증도 느껴졌다. VR기기 사용에 따른 어지러움증은 VR 기술 개발 초기부터 지적되던 문제다. 아직 다 해결되진 않았나보다.

머리에 눌러 쓴 VR 헤드마운트 기기는 10~15분 정도지나니 꽤 무게감이 전해졌고, 얼굴에 밀착한 상태이기 때문에 발열감도 만만치 않게 느껴졌다. 눈 찜질기가 아닌데도 말이다.

또 VR콘텐츠 제작 기술도 진짜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었다. VR콘텐츠 제작을 위해 정부부터 산업계까지 각계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데,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다행히(?) U+VR 앱 안에는 걸그룹 에이프릴과 함께 일상생활을 즐기는 영상도 있었다. 적어도 우주정거장보다는 더 생생하고 흥미로웠다. 역시. 우주에 흥미가 있었던 게 아니라 스타트렉이 재미있었던 걸로.
cho11757@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