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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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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땡볕에 17명 쓰러져도 88분 연설… 바이든은 19분 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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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플로리다 탬파에서 같은 날 ‘격돌’한 두 후보…선거 막판 남부 ‘선벨트’ 여론은 초접전 양상

29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서부의 도시 탬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격돌’했다. 같은 날 같은 도시에서 열린 두 후보의 유세전은 극단적으로 다른 양측 전략을 압축해 놓은 모습이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불볕더위로 17명이 쓰러지는 가운데 88분간 연설을 이어갔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찾아온 사람도 돌려보내는 철저한 코로나 방역 조치 속에 단 19분만 연설했다.

트럼프 측 유세장인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 북쪽 주차장 앞의 보안 검색대에는 오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참가엔 어떤 제한도 없었다. 신원도 묻지 않았고, 방역을 위한 체온 측정도 없었다. 소지품 검사만 받으면 누구나 입장이 가능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6피트(약 1.8m)의 사회적 거리 두기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트럼프는 오후 1시 55분쯤 부인 멜라니아 여사를 ‘깜짝 동반’하고 등장했다. 부부가 함께 유세에 나선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작년 9월 주소지를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옮긴 트럼프는 “우리 집이 있는 플로리다주에 오게 돼 매우 기뻤다”며 “5일 후면 우리는 플로리다에서 승리하고 백악관에서 4년을 더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 주 안에 (코로나) 백신이 나올 것”이라며 “그렇지 않더라도 그것은 한 풀 꺾였다(rounding the turn)”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의 지휘 아래 플로리다의 관광 산업은 빠르게 되살아날 것”이라며 “(바이든은) 플로리다의 관광 산업을 죽이고 미국 전역을 봉쇄할 것”이라고 했다.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플로리다의 여론을 의식한 발언들이었다.

이날 미국 정치 분석 기관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발표한 최신 여론조사 평균에 따르면 플로리다에서는 바이든 후보(48.4%)의 지지율이 트럼프 대통령(47.2%)의 지지율보다 1.2%포인트 높았다. 지난 석 달간 줄곧 바이든이 앞서 있었지만, 이틀 전 트럼프(48.2%)가 바이든(47.8%)을 0.4%포인트 앞서는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가 바이든이 ‘재역전’한 것이다. 반면 지난 3개월 동안 줄곧 바이든 후보가 2~5% 정도 앞서나가고 있던 애리조나주의 여론조사 평균은 이날 47% 대 47%로 동률을 기록했다. 미 대선(11월 3일) 레이스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남부 ‘선벨트(북위 37도 이남의 일조량이 많은 주들)’ 민심이 혼전에 빠진 것이다.

트럼프 입장에선 경합주 중 가장 많은 수(29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플로리다를 꼭 차지해야 한다. 아직 경합주에서 밀리고 있는 트럼프는 절박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이날 88분이나 연설을 이어갔다. 섭씨 30도가 넘는 플로리다의 땡볕 속에 긴 유세가 이어지자, 곳곳에서 더위에 쓰러지는 사람이 나왔다. NBC방송은 이날 유세에서 17명이 의료적 처치를 받았고 12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저녁 7시쯤 플로리다 스테이트 페어그라운즈 공터에서 열린 바이든 유세는 정반대였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에 초청된 차량 285대만 입장할 수 있었다. 진입로마다 비밀경호국과 보안관들이 출입자를 통제했다. 유세를 보러 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차량이 계속 이어졌다. 입장하지 못한 일부 지지자는 유세장 인근 미국 국도 301호선 주변에 모여 깃발과 피켓을 흔들었다.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는 여기에서 또 수퍼 확산 행사를 가졌다”고 트럼프의 유세 방식을 비판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코로나 바이러스만 퍼트리는 것이 아니다. 그는 분열과 불화를 퍼트린다”며 “우리는 우리를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통합할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지자들은 차량 경적을 “빵빵” 울리며 호응했다. 잠시 뒤 세찬 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내리기 시작하자 바이든은 “(투표는) 미루지 말고 어서 빗속에서 벗어나자”며 19분 만에 연설을 종료했다.

바이든은 탬파 도착 전 플로리다주 브로워드카운티에서도 유세에 나섰다. 그는 여기에서 “플로리다의 여러분이 열쇠를 쥐고 있다. 플로리다가 (민주당의) 파란색으로 물들면 선거는 끝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탬파(플로리다)=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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