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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뇌졸중 응급처치 80분→38분… 뇌세포 손상 줄인 ‘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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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베스트 닥터]남효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2005년 ‘패스트 트랙’ 시스템 고안

원무과부터 관련 의료진까지 일사불란 움직여 치료시간 줄여

최근엔 CT실서 혈전용해제 투입

동아일보

남효석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중풍(뇌졸중) 환자의 응급 처치 과정을 효율화함으로써 골든타임을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한 베스트닥터다. 남 교수는 갑자기 극심한 두통 등의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당장 병원에 갈 것을권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뇌중풍(뇌졸중)은 크게 뇌경색과 뇌출혈로 나눈다. 혈관이 막히면 뇌경색, 터지면 뇌출혈이다. 과거에는 뇌출혈과 뇌경색의 비율이 6 대 4 정도였다. 건강검진 등을 통해 혈관 파열 이전에 발견하는 환자가 늘면서 최근에는 2 대 8로 역전됐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혈액이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지 못한다. 1분 만에 200만 개의 뇌 신경세포와 12km에 이르는 신경섬유가 죽는다. 신속한 치료가 중요한 까닭이다. 뇌출혈은 직접 뇌를 여는 응급 수술을 할 때가 많다. 뇌경색은 혈전용해제를 투입해 혈전을 녹이거나 제거한다. 뇌출혈의 ‘골든타임’은 2, 3시간, 뇌경색은 4시간 30분 정도다. 이 시간 이내에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뇌 기능 회복은 둘째 치고 생명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

남효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48)는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혈전용해 및 제거를 통해 치료하는 의사로 정평이 나 있다. 남 교수는 “응급 처치 시간을 20분만 줄여도 4000만 개의 뇌 세포를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남 교수는 응급 처치 시간을 크게 앞당긴 주역이기도 하다.

○ 응급 대처 시간 절반으로 단축

16년 전인 2004년에는 얼마나 신속하게 대처했을까.

응급실에 뇌졸중 환자가 실려 오면 원무과 접수부터 해야 했다. 접수가 끝나면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먼저 보고, 신경과 의료진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는 그 후에 시행됐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혈전용해 치료 결정이 떨어졌다.

당시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환자가 들어온 순간부터 치료 결정 때까지 걸린 시간은 79.5분이었다. 환자가 일찍 발견된 경우라면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지만 늦게 발견됐다면 병원 처치 과정에서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세브란스병원뿐 아니라 당시에는 거의 모든 대학병원이 이랬다.

2005년 세브란스병원은 ‘베스트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뇌졸중 환자 응급 처치를 위한 일종의 ‘패스트 트랙’이다. 병원 내 컴퓨터 처방 시스템에 ‘베스트’ 버튼을 추가한 뒤 뇌졸중 환자가 들어오면 누른다. 그러면 원무과부터 응급의학과, 신경과 의료진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자 놀랍게도 응급 처치 시간이 56분으로 줄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첨단 의료기술을 도입한 건 아니다.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결과는 놀랍다. 당시 이 프로그램을 지휘한 의사가 바로 남 교수다. 남 교수는 “당시만 해도 국내는 물론 외국 어디에서도 이런 식의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국제 학술지에도 게재됐다.

최근에는 응급실 CT실에서 곧바로 혈전용해제를 투입하는 방식을 추가했다. 그 결과 시간을 더욱 단축해 38분대에 응급 처치를 끝낸다. 이 프로그램은 국내의 다른 대학병원으로도 확산됐다. 현재 10개 이상의 대학병원이 이와 비슷한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 “혈전용해 치료 적절성 여부 밝혀내”

남 교수에 따르면 혈전용해 및 제거를 통해 혈관을 다시 뚫는 확률은 80∼90%에 이른다. 상당히 성공률이 높은 셈인데,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남 교수는 “치료가 성공했더라도 환자의 절반 정도는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낀다. 증세가 다시 악화되는 환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어떤 환자는 치료도 잘되고 부작용도 없는데, 어떤 환자는 치료도 잘 안 되고 부작용도 크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남 교수는 2016년부터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그 이유를 밝혀내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3년간 진행된 이 연구를 통해 남 교수는 6개 지표를 찾아냈다. 당뇨, 위궤양, 심근경색, 심부전, 전이성 암, 초기신경학적 장애 여부에 따라 치료 효과에 차이가 있다는 것.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현재 의학 저널의 심사를 받고 있다. 남 교수는 6개 지표를 입력하면 환자의 6개월 이내 사망 확률을 수치로 보여주는 의료진용 모바일 앱도 개발 중이다.

남 교수는 “이 연구로 혈전용해나 제거 치료가 좋은 환자 그룹도 있지만 적절하지 않은 환자 그룹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그 환자들에게는 혈전용해제로 혈관을 뚫는 치료가 최선이 아닐 수 있으니 다른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 교수는 “그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더 찾아내는 것이 의학계의 숙제”라고 덧붙였다.

○ 뇌졸중 치료 효과 높이기 위한 방법 몰두

혈전용해 및 제거 치료에서 또 하나 염두에 둬야 할 것이 혈압이다. 혈관을 너무 깨끗하게 뚫어놓으면 혈압이 높아져 출혈의 위험이 있다. 반대로 혈관을 덜 뚫으면 피가 돌지 않아 뇌경색 부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문제는 오랜 논란거리이기도 하다.

지난해 남 교수는 이와 관련한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644명의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A그룹은 수축기 혈압을 적극 관리해 140mmHg 미만을 유지한다. B그룹은 ‘통상적 수준’으로 관리해 140∼180mmHg를 유지한다. 이 임상시험은 4년 후 종결된다. 그때가 되면 어느 수준으로 혈압을 관리해야 치료 효과가 높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지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뇌졸중 입원 환자들의 관리도 남 교수가 신경 쓰는 대목이다. 남 교수에 따르면 환자 10명 중 3명꼴로 입원 과정에서 상태가 더 나빠진다. 남 교수는 그 이유와 치료법을 찾기 위한 연구를 요즘 진행하고 있다.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전 단계까지 왔으며 내년 말에 종료할 계획이다.

남 교수는 “아직까지는 다양한 방법을 찾는 단계”라고 했다. 그중 하나가 이산화탄소 치료다.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뇌혈관을 확장하는 방법인데, 모세혈관 부위에서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 남 교수는 “사람에게 직접 적용하기는 이르지만 일단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뇌졸중의 5가지 전조증세 ▼반쪽 마비-두통 심하면 의심
시각-언어장애, 어지럼증도

뇌중풍(뇌졸중)은 겨울에 더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혈관이 수축하고, 그 결과 혈압이 올라 혈관이 터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뇌출혈에만 해당한다. 뇌경색은 계절에 상관없이 발생한다. 일년 내내 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뇌 안에서 출혈이 일어났다면 대부분은 갑자기 쓰러진다.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다가 구토를 할 때가 많다. 그 다음에는 몸의 절반이 마비됐다가 의식이 나빠지거나 호흡곤란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악화하면 24시간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높다.

신속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후유증도 크다. 일단 손상된 뇌 세포는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신체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남효석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1분 1초라도 빨리 발견해, 빨리 병원에 가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증세를 잘 살펴야 한다. 남 교수는 “핵심은 ‘갑자기’ 증세가 나타난다는 것”이라고 했다. 남 교수에 따르면 만성 두통이나 평소에 자주 손발이 마비되는 경우라면 뇌졸중과 관련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상 증세가 나타날 때 뇌졸중을 의심하라는 것. 남 교수는 크게 다섯 가지 의심 증세를 제시했다.

첫째, 반쪽 마비다. 갑자기 한쪽 얼굴이나 팔다리에 힘이 없어지거나 저리고 감각이 없어진다. 둘째, 심한 두통이다. 일생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을 정도로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나타난다. 이때 의식을 잃거나 구토 증세가 동반되기도 한다.

셋째, 시각장애다. 갑자기 한쪽이 흐릿하게 보이거나 잘 안 보인다. 또는 사물이 이중으로 보일 수도 있다. 넷째, 언어장애다.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발음이 둔해지거나 말을 제대로 못 한다. 듣는 사람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횡설수설할 수도 있다. 다섯째, 어지럼증이다. 갑자기 주위가 뱅뱅 도는 것처럼 심하게 어지럽다. 혹은 멀쩡히 걷던 사람이 갑자기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린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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