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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언제 그런 말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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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먹을래요?"

이영애가 툭 던진 명대사는, 별로 로맨틱하지 않은 라면을 가장 로맨틱한 암호로 승화시켰습니다.

거기서 나눠먹는 것은 두 사람의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사람은 밥, 라면만 먹는 게 아닙니다.

이 호주 정치인은 얼결에 파리를 먹고, 미국 학자는 약속을 지키려고 벌레를 먹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말도 먹습니다. 뱉어냈던 말을 주워 담아 꿀꺽 삼키는 묘기, 식언을 펼쳐 보입니다. 안면 바꾸기는 보다 고도의 기교와 눈속임이 필요합니다. 목소리까지 남녀를 오가는 반남반녀의 이 미스터 트롯처럼 말입니다. 순식간에 탈을 바꿔 쓰는 오광대, 끝없이 안면을 몰수하는 중국 변검도 즐겁습니다.

그런데 혐오스러운 묘기도 있습니다. 세상을 향해 큰소리로 자랑스럽게 토해냈던 호언장담을 도로 삼키면서 도리어 근엄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

민주당이 결국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5년 전 당시 문재인 대표가 넣었던 당 혁신 조항 '중대한 잘못으로 열리는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그러기에는 아직 이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지요.

"새누리당은 여기 고성에서 무책임하게 또다시 후보를 내놓고 또 표를 찍어달라고…" "후안무치한 행태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양대 도시 서울과 부산의 수장이 보여 준 권력형 성비리와 위선은 시민은 물론 전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 상처가 아직 가슴속에 그대로 자리잡고 있는데 민주당은 그 위에 소금을 뿌렸습니다.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공당의 책임' 이라고 했습니다. 말장난이지요. 국민과 한 약속을 이렇게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무슨 책임을 어떻게 지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공수처법만 해도 그렇습니다. 야당에게 공수처장 비토권을 줬으니 절대로 일방통행할 수 없을거라고 해 놓고선 언제 그랬냐는듯 도리어 큰소리를 치고 있지요. 선거법 개정을 밀어붙인 뒤 절대로 비례당을 안 만들겠다더니 그때도 역시 금방 말을 바꿨습니다.

이 정도면 습관적 말 바꾸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치가 아무리 비열한 게임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윤리와 도덕까지 면제되는 건 아닐 겁니다.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보다 빠르게 튀어나간 말을 붙잡아 삼키는, 저 전광석화 묘기에 할 말을 잃습니다.

10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언제 그런 말 했나요' 였습니다.

신동욱 기자(tjmic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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