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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최장집 “금태섭 내치는 게 요즘 민주당…보수 재건 기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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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30일 서울 여의도 정치문화플랫폼 하우스(How's)에서 '위기의 한국민주주의, 보수정당이 한국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길'을 주제로 강연했다. 최 교수는 이날 "보수 정당은 촛불 시위를 기점으로 궤멸됐지만, 동시에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맞았다"고 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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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에 이견을 낸 한 명의 정치인(금태섭 전 의원)도 용인 못 하는 게 오늘날 민주당이다. 보수 정당은 반대로 여러 파벌을 명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이런 다양성이 보수의 살 길이다”

진보 원로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30일 보수 정당의 재건을 위한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이날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정치문화플랫폼 ‘하우스(How’s)가 주최한 초청 강연에서 강연자로 나섰다. 최 교수는 “국내 정치는 민주화 이후 보수ㆍ진보를 대표하는 정당을 통해 진행됐는데, 최근엔 보수 정당이 궤멸됐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보수 정당이 이처럼 ‘궤멸 상태’에 이른 기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부른 ‘촛불 시위’라고 봤다. 최 교수는 “촛불 시위 이후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진보는 국가주의ㆍ민중주의ㆍ포퓰리즘ㆍ민족주의를 결합한 ‘민중주의적 민족주의’로 우리 사회 헤게모니를 장악했다”며 “반면 보수는 영향력을 대부분 상실했다”고 했다.

그는 그 결과 우리 사회가 다원주의가 아닌 단원주의로 퇴행됐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국가 권력이 지나치게 팽창돼 시민 사회의 자율성은 매우 축소됐다”며 “진보 정부가 성립운영되는데 진보 정당이 아닌 시민 운동이 동원됐고, 시민 운동은 ‘(정부에 대한) 지지와 (정부로부터의) 혜택’이란 구조 속에 국가에 흡수됐다”고 했다. 이어 “다원주의가 없는 시민사회가 도래하면서 언론의 자유, 비판, 자유로운 이견이 허용되기 어려운 사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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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진보 정부 출범 뒤 다원주의가 없는 시민사회가 도래하면서 언론의 자유, 비판, 자유로운 이견이 허용되기 어려운 사회가 됐다"고 진단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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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이런 위기가 반대로 국민의힘 등 보수 정당이 재건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최 교수는 “보수 정당은 재건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역사적 기회를 맞은 것”이라며 “그 기회는 바로 자유주의에 있다”고 제시했다. “과거 냉전을 내세운 보수가 수용하지 못했고, 현재는 진보 세력이 내버린 자유주의를 보수가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 관계, 노사 관계, 경제 측면에서 보수가 나아가야할 구체적 방법론도 제시했다. 최 교수는 “보수 정당은 진보가 추구하는 ‘남북 통일’이 아닌 ‘평화 공존’을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 보수 정당은 흡수 통일이 목표랄 정도로 강경한 대북 정책을 폈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면서다. “평화 공존이란 무력 사용 중단을 넘어서, 남북 관계가 제도적 차원에서 관리될 수 있는 상태”라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같은 평화 공존을 위해 외교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냉전 시대처럼 한미 관계에만 매달려서는 안보를 성취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수가) 인정해야 한다”며 “한미 관계는 여전히 우리의 중심 축이지만, 한일 관계도 지금보다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 일본과의 갈등에 대해선 “역사 청산, 위안부 문제 등은 그것대로 대응하되, 외교 관계는 다르게 접근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 뿐 아니라 일본도 그 같은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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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보수도 노사 관계에서 민주주의 원리를 수용해야 한다. 무조건 노동자의 편이 돼라는 것은 무리이지만, 노사 관계 속에서 민주주의 원리가 실현되도록 보수 정당이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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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정당이 노사 관계에 대한 관점을 확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등 보수 정당은 권위주의적 산업화 시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당”이라면서다. 최 교수는 “보수 정당이 촛불 시위 이전으로 돌아가면 민주당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며 “노사 관계에 있어서 민주주의 원리를 수용해야 한다. ‘무조건 노동자의 편이 돼라’고 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노사 관계 속에서 민주주의 원리가 실현되도록 보수가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과거부터 지속돼 온 국가와 기업간의 ‘종속적 위계 관계’를 보수 정당이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한국 대기업은 세계 기업 반열에 올라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줄을 서야 한다”며 “국가와 기업, 더 나아가 노동자 대표들까지 합의하고 상호 발전하는 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원리를 확대할 방안을 보수 정당이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보수 정당도 힘들겠지만, 혹독한 생존의 벼랑에 서서 개혁이 요구될 때 달라질 여지가 생긴다”며 강연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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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의원이 30일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의 특강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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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승민 전 의원도 강연장을 찾았다. 유 전 의원은 마스크를 쓰고 자리 한편에서 조용히 강연을 들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병국ㆍ김영우 전 의원 등도 참석했다. 강연을 개최한 ‘하우스’는 야권 소장파들이 모여 만든 정치 협동조합으로 지난 26일 문을 열었다. 오신환 전 의원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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