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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역대 가장 작은 ‘떠돌이 행성’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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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하 원반 위치에서

중력렌즈 현상으로 확인

한국천문연 망원경도 기여


한겨레

미시중력렌즈 방법으로 발견한 떠돌이 행성(가운데 푸른색 천체)의 상상도. ⓒ Jan Skowron, 바르샤바대 천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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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하에서 지구 만한 떠돌이 행성(또는 나홀로 행성)이 발견됐다.

행성은 보통 특정한 중심별(항성) 주위를 도는 천체를 말하지만, 떠돌이 행성은 중심별에 속하지 않고 우주 공간을 홀로 떠다니는 행성(Free floating planet 또는 rogue planet)을 말한다.

폴란드 바르샤바대학 소속 므로즈(P. Mroz) 박사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진은 29일 우리은하 원반 위치에서 지구 질량의 0.3배인 떠돌이행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까지 발견된 나홀로 행성 중 가장 작은 질량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이번 발견에는 천문연의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 관측 자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발견 성과는 미국 천문학회가 발행하는 ‘천체물리학저널레터’(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10월29일치에 실렸다.

국제천문연맹(IAU)의 정의에 따르면, 행성은 태양 주위를 돌아야 하고, 둥그런 형태를 띠어야 하며, 공전 궤도에 홀로 존재해야 한다. 태양계에는 이런 행성이 지구를 포함해 8개 있다. 그런데 태양계 밖의 외계행성은 지구로부터 거리가 먼 데다 스스로 빚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직접 관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행성이 주기적으로 중심별을 통과할 때 별을 가리는 현상을 포착해 이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외계행성의 실체를 확인한다. 현재까지 발견된 4천여개 외계행성 대부분이 이런 과정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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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나홀로 행성의 중력으로 인해 배경 별빛이 증폭되는 현상을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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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심별이 없는 떠돌이 행성은 이런 방법을 쓸 수도 없다. 떠돌이 행성을 발견하는 방법은 미시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미시중력렌즈는 천체의 중력으로 인해 배경별의 빛이 왜곡돼 증폭되는 현상을 말한다. 관측자와 배경별 사이에 어떤 천체가 일직선상에 놓일 때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이때 천체가 마치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해서 중력렌즈라고 부른다. 관측 도중 배경별의 빛이 증폭되는 양과 지속 시간을 분석하면 떠돌이 행성의 질량을 추정할 수 있다. 현재 천문연에서는 1.6m 광시야 망원경을 칠레, 남아공, 호주에 각각 설치해 미시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한 외계행성 탐색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행성이 별의 궤도를 돌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8천문단위(AU) 거리 안에는 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천문단위는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인 1억5천만km다.

이번에 발견한 미시중력렌즈 현상은 42분간 지속됐다. 이는 지금까지 관측된 미시중력렌즈 현상 중 가장 짧은 지속시간이다. 연구진은 "아마도 지구보다는 적은, 화성 만한 천체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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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문연구원의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 1.6m 광시야 망원경. 천문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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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이후 100개 확인


미시중력렌즈 방법을 이용한 외계행성 발견은 2004년 처음 이루어졌고, 이 방법으로 현재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은 최근 100개를 넘었다. 한국천문연구원 이충욱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KMTNet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2015년 10월부터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은 65개인데 이 가운데 이번 연구를 포함한 52개의 외계행성 발견에 천문연 관측자료가 활용됐다”고 말했다.

떠돌이 행성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별이 태어나듯이 가스가 우주공간에서 서로 뭉치면서 생겨났을 가능성과, 처음엔 별 주위를 도는 궤도 운동흘 하다가 어떤 요인으로 인해 별의 중력권 밖으로 튕겨 나갔을 가능성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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