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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가까스로 닻 올린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여야 신경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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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초대 처장을 뽑기 위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30일 닻을 올렸다. 위원장은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맡는다.

중앙일보

박병석 국회의장이 30일 오전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위촉식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 의장은 "한마리의 새에게 머리가 2개인데, 서로가 다투면 그때는 새가 죽어버린 다는 말이 있다"며 "충분히 토론하되, 국민들 눈높이에 맞는 후보를 되도록 조속한 시일내에 추천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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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위는 조 처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 당연직 3명과 여당이 추천한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와 박경준 변호사, 야당이 추천한 임정혁ㆍ이헌 변호사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으로부터 위촉장을 받고 첫 회의를 열었다. 공수처 출범 법정 시한인 7월 15일로부터 107일 만이다.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추천위는 대법관인 조 법원행정처장을 위원장으로 정했다. 또 후보 선정 방식과 각 위원들이 원하는 후보 명단을 제출할 시한도 논의했다. 선정 방식은 “위원회에서 처음부터 함께 명단을 추리는 게 아니라, 각 위원들이 사전에 본인 동의를 받아 심사 대상자를 최대 5명씩 정해 오면 그들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 논의하는 방식”이라고 복수의 위원들은 전했다. 명단은 다음 달 9일 오후 6시까지 제안해 취합하기로 했고, 2차 회의는 다음 달 13일에 열린다.

다만 최종 2명의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시한은 정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여야 추천 위원들의 입장은 미묘하게 갈렸다. 여당 추천 위원인 박경준 변호사는 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저희 입장은 가능한 한 빨리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추천 위원인 이헌 변호사 역시 “연내 출범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고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그런 분을 추천하는 것에 정부 및 여당 추천위원들께서 동의해줘야 한다”라는 전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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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들이 위촉식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박 의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정혁 변호사 박경준 변호사, 이헌 변호사. 일각에선 위촉식 직후 열린 회의에서 여야 추천 위원들간 신경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지만, 박 변호사는 "회의 분위기는 괜찮았다"고 전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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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공수처에 대한 상당수 국민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며 “특정 정당에 속했다거나, 특정인의 선거 캠프에 몸담았다거나 하는 이력 등이 있으면 그런 것들도 하나의 기준으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납득할만한 인물이 없으면 비토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수처장 최종 후보 2명은 추천 위원 7인 중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만 추천할 수 있다. 야당 추천 위원 2명이 반대할 경우 후보 추천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향후 심사 대상자 압축 과정에서 여야 간 치열한 대리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추천위 밖에서의 여야 간 충돌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26일 야당의 비토권에 대해 “혹시라도 공수처 출범을 가로막는 방편으로 악용하려 한다면 우리 당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반대로 후보 추천이 지연될 경우 공수처법을 개정하는 ‘플랜 B’도 즉각 시행하겠다는 의미다. 이미 “추천위원회는 30일 이내에 처장후보자 추천을 위한 의결 절차를 마쳐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한 개정안이 백혜련 민주당 의원 이름으로 제출돼 있다. 민주당은 추천위 진행 상황과는 별도로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법안 검토 절차는 진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 개정은 '거여(巨與)'에도 큰 부담이다. 야당의 비토권은 공수처법 처리 당시 ‘정권 호위 기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여당이 스스로 내세운 논리였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지도부는 고의 지연시 법 개정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경우 여권도 말바꾸기에 따른 비난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측도 여당의 이같은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비토권은 기준에 안 맞으면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한인데, 민주당이 무슨 근거로 제한할 수 있냐”며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야당 몫 추천위원 두 사람을 선정해줬음에도 법 개정을 밀어붙인다면, 국민에게 그 속내를 들키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헌 변호사 역시 "현행법에 따라 추천위를 꾸리고 일도 시작했는데 동시에 밖에선 법 개정을 추진한다면, 추천위를 계속할 수 없지 않겠냐"며 "그거야말로 공수처 추천위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윤정민ㆍ김홍범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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