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63802097 0562020103063802097 02 0201001 6.2.0-RELEASE 56 세계일보 0 false true false false 1604037600000 1604043316000

검사들 ‘커밍아웃’ 혼낸 임은정 “어찌 바른 자세라 하겠나?”

글자크기

후배 검사들은 “물타기”·“정치검사” 반발

세계일보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 연합뉴스


전·현직 법무부 장관이 현 정권의 검찰개혁을 비판한 평검사를 상대로 ‘좌표찍기’와 ‘협공’으로 응수한 것을 두고 일선 검사들이 “나도 커밍아웃하겠다”며 집단 반발하고 있는 상황을 두고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이 “어찌 바른 검사의 자세라 하겠느냐”며 일갈하고 나섰다. 이에 후배 검사들은 “물타기”라거나 “정치검사”라는 등 비판을 쏟아냈다.

임 부장검사는 30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형이 확정됐다”면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2007년 이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의혹,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을 무혐의 처분한 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관련 검찰 수사, 고(故) 김홍영 검사 사망 사건 등을 거론하며 “검찰의 업보가 너무 많아 비판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마땅히 있어야 할 자성의 목소리가 없는데 우리 잘못을 질타하는 외부에 대한 성난 목소리만 있어서야 어찌 바른 검사의 자세라 하겠느냐”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을 비판한 검사들을 나무랐다.

그러면서 임 부장검사는 “종래 우리가 덮었던 사건들에 대한 단죄가 뒤늦게나마 이뤄지고 있는 이때 자성의 목소리 하나쯤은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 부장검사의 이런 글이 올라온 뒤 그의 후배 검사들 사이에선 비판적인 의견이 잇따랐다. 한 후배 검사는 “죄송하지만 제게는 물타기로 들린다”며 “더 죄송스러운 말씀을 드리자면 이제 부장님을 정치검사로 칭하는 후배들이 있다는 것도 기억해주셨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검사는 “임 연구관님 혼자만 자성하고 나머지 검찰 구성원은 자성하지 않는다는 듯한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8일 이환우 제주지검 형사1부 검사가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현 정권과 추 장관 등을 작심 비판했다. 그는 “내년부터 시행될 (검경) 수사권 조정, 설치 예정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시스템 변화에도 검찰개혁은 근본부터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싶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남용 방지라는 검찰개혁의 핵심적 철학과 기조는 크게 훼손됐다”고 강조했다. 이 검사는 추 장관을 겨냥해선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지휘권·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의도를 가지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추미애 장관을 공개 비판한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는 어떤 사람?’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지난해 보도된 한 기사 링크를 올리며 좌표찍기에 나섰다. 해당 기사는 2017년 인천지검 강력부 소속 한 검사가 동료 검사의 약점 노출을 막으려고 피의자를 구속하고 면회나 서신 교환을 막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기사다. 추 장관도 잠시 뒤 SNS에 해당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 해주시면 (검찰)개혁만이 답입니다”라고 적었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선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대응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세계일보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인 최재만 춘천지검 형사1부 검사는 이프로스에 “저도 커밍아웃하겠다”고 글을 올린 뒤 “혹시 장관님은 정부와 법무부 방침에 순응하지 않거나 사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지 않는 검사들을 인사로 좌천시키거나 감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다른 검사들도 커밍아웃하겠다는 댓글을 잇따라 달았고, 그 수는 이날 오전 130여명을 넘어섰다. 이 정도면 검란(檢亂)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검사들은 추 장관을 향해 “치졸하고 졸렬하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도 일갈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