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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양현종 상대로 8연속 10승, 환하게 웃은 두산 유희관[SS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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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두산 선발투수 유희관이 역투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시즌 마지막 날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 2014년 메이저리그 워싱턴 소속이던 조던 짐머맨이 정규시즌 최종일에 노히터를 달성한 것을 떠올리며 예상치 못한 기록은 언제든 작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두산 유희관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유희관은 2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정규시즌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했다. 두산은 30일 잠실 키움전으로 시즌을 마무리 한다. 유희관 입장에서는 자신의 올시즌 최종전은 30일이 아닌 29일인 셈이다. 이날 등판은 개인과 팀에게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9승(11패)을 따내 8연속시즌 두 자릿수 승리가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설상가상 이날 KIA 선발이 홈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등판을 자처한 양현종이라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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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왼쪽)이 2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원정경기에서 시즌 10승째를 달성한 유희관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제공=두산 베어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양현종은 우리 타자들이 쉽게 공략할 수 있는 투수가 아니다”라며 경계심을 드러낸 뒤 “왜 하필 오늘 나오느냐. 31일이 최종전 아니냐”고 가시 담긴 농담을 했다. 정규시즌 2위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은데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러야 한다면 1승만 따내면 되는 4위가 유리하기 때문에 이날 경기를 포함해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김 감독이 써놓은 ‘완벽한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우선 이날 경기를 이겨야 했다. 여러모로 유희관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팽팽할 것으로 예상되던 경기는 의외로 전개됐다. 1회초 리드오프로 나선 허경민이 초구를 공략해 좌전안타를 때려내더니 1사 1, 2루에서 김재환이 우월 3점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박세혁과 김재호가 연속안타로 1, 3루 기회를 만들었고 정수빈의 2루 땅볼과 조수행의 좌전적시타로 1회에만 대거 5점을 뽑아냈다. 양현종에게 무려 5점을 뽑아냈으니, 승리 8부 능선에 오른채 경기를 시작한 것으로 봐도 무방했다.

1회말을 삼자범퇴로 가볍게 출발한 유희관은 2회 1사 1, 2루, 3회 2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기며 8연속시즌 10승 사냥 의지를 드러냈다. 4회말 황대인에게 솔로 홈런, 5회말 최형우에게 중전 적시타로 2실점했지만, 타자들이 7점을 뽑아준 덕분에 홀가분하게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김 감독은 이미 경기 전부터 “동원가능한 모든 투수를 기용할 것”이라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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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오른쪽)이 29일 광주 KIA전에서 8연속시즌 두 자릿수 승리 진기록을 달성한 뒤 주장 오재일에게서 꽃다발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공=두산 베어스


유희관은 48일 만에 9승째를 따낸 지난 15일 “야구를 해온 날보다 할 날이 더 적은 나이다. 새삼 야구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우리팀은 날씨가 추워질수록, 팬이 많을수록 힘을 내는 팀이다. 나도 함께 잘해서 웃을 수 있는 시즌을 만들고 싶다”는 말로 진기록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KBO리그에서 8연속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낸 투수는 해태 이강철(1989~1998년·현 KT 감독)과 한화 정민철(1992~1999년·현 한화 단장), 두산 장원준(2008~2011년, 2014~2017년) 등 세 명만 밟은 땅이다.

이날 9-2 승리를 견인해 진기록을 달성한 유희관은 “개인적으로 의미를 가장 크게 부여하는 기록을 달성하게 돼 기쁘다. 8승 후 2군에 내려갔을 때에는 사실 기록을 포기했는데, 좋은 팀과 감독님, 동료들을 만나 기록을 달성할 기회가 오지 않았나 싶다. 10연속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목표로 계속 달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 기쁨은 오늘로 잊고, 팀이 조금 더 높은 순위로 가을야구를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하겠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단기전 경험이 많은 팀원들과 함께 내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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