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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열사병에 픽픽 쓰러지면서도 수천명 “트럼프! 4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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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보다 4시간여 먼저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유세

29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탬파의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 북쪽 주차장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유세 현장은 코로나가 존재하지 않는 별세계였다.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줄을 지어 유세장에 입장한 지지자들의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기는커녕 갖고 오지도 않은 듯 했다. 간혹 마스크를 쓴 사람도 대개는 백발의 노년층이었다. 마스크보다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고 쓰인 빨간 모자가 필수품처럼 보였다.

30도가 넘는 더운 날씨 탓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코로나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에릭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한 지자자는 “코로나 위험이 과장됐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대응을 잘못했다고 비판하지만 중국인 입국을 금지시켰을 때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판했었다”고 말했다. 80% 이상의 참가자는 백인이었고, 라티노·흑인은 적은 편이었다. 아시아인은 극소수였다.

트럼프 진영은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로 예정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탬파 유세에 대응하기 위해 전날 급하게 탬파 방문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낮 12시쯤 이미 수천 명이 주차장에 들어찼다. 미 대선을 닷새 앞둔 이날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가 발표한 최신 여론조사 종합 결과에 따르면 플로리다에서 바이든 후보는 48.3%, 트럼프 대통령은 46.9%의 지지율을 기록해 바이든 후보가 1.4%포인트 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보다 30분쯤 늦은 이날 오후 2시쯤 유세를 시작했다. ‘갓 블레스 아메리카’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유세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마치 축제의 현장 같은 열광의 도가니가 펼쳐졌다. 지지자들은 “유에스에이(USA)” “유에스에이”를 연호하거나 “당신들을 사랑한다(We Love You)"라고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멜라니아 여사가 먼저 연설에 나섰다. 멜라니아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나라를 전진시켰다. 이 나라는 공허한 말과 약속이 아니라 결과로 확인시켜주는 대통령을 가질 자격이 있다”면서 “그(트럼프)는 일들을 해낸다(gets it done)”라고 말했다. 지지자들은 “4년 더! 4년 더(Four more years)”를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의 집이 있는 플로리다주에 오게 되어 신나있다”면서 “5일 후면 우리는 플로리다에서 (선거를) 승리할 것이고 4년을 더 얻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의) 경제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것보다 4배나 더 성장했다“며 “졸린 조(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불황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재선되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지만, “바이든이 승리하면 중국이 이 나라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 나라를 더 부유하고 강하게 만들었다”며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란 아름다운 말을 되살릴 것"이라고 했다.

일명 ‘트럼퍼’로 불리는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열광했다. “(헌터 바이든에 대한) 지옥에서 온 노트북이 발견됐는데 주류 언론은 제대로 보도하지도 않는다”고 말하자, 지지자들은 스타디움 뒷편 기자석을 향해 야유했다. “가짜 여론조사(fake polls)”, “CNN이 문제(CNN sucks)”란 구호도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뉴욕타임스에 자신을 비판하는 익명 기고를 하고 책까지 썼던 마일스 테일러 전 국토안보부 장관 비서실장이 “기소돼야 한다”며 “이런 인간 쓰레기들에게 중죄를 물어야 한다”고 했다. 지지자들은 헌터 바이든과 마일스 테일러 등을 겨냥해 “그들을 가둬라(Lock them up)”고 외쳤다.

공화당 소속인 론 드샌티스 주지사 등도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기 전 지원 유세를 했다. 드샌티스 주지사는 “펜스 부통령은 ‘친구라면 친구가 혼자 투표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 법’이라고 했다”며 “너무나 중요한 이번 선거를 위해 가족, 친구를 모두 데리고 투표하러 가라”고 했다. 트럼프 측은 일부러 사전 현장 투표소가 설치된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 옆 주차장을 유세장으로 골랐다. 투표소 150피트(약 45m) 이내 구역에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 운동이 금지된 법을 지키기 위해, 관할인 힐스보로 카운티 선관위는 이날 아침부터 투표소 반경을 통제하고 투표를 할 사람만 이 구역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제한했다.

더운 날씨 탓에 이날 유세 현장에서는 열사병으로 기절하는 사람이 적지 않게 나왔다. 곳곳에서 픽픽 사람이 쓰러질 때마다 군중들은 “메딕!”이라며 의료진을 불렀다. 한 지지자가 쓰러진 사람을 향해 “가기 전에 투표는 꼭 하라”고 외치는 모습도 목격됐다. 소방차에서 한 동안 물줄기를 분수처럼 군중들 쪽으로 뿌리기도 했다.

[탬파(플로리다)=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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