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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단독]코로나성금 신속 집행 협조했다가 뒤통수 맞은 구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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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재해구호협에 이사회 없이 성금 전달했다며 ‘주의’ 처분

성금 빨리 주자는 정부 요구에 협조한 구호협 "뒤통수 맞은 격”

성금 특정 지역 쏠리면 비판받을까 협의체로 '책임전가' 비판도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전국에서 960억원가량 모인 코로나19 국민성금을 배분할 때 이사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국재해구호협회가 정부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 측은 국민성금을 빠르게 전달해달라는 정부 요구에 협조한 것이라며 뒤통수를 맞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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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과 희망브리지가 전달하는 마스크 세트를 트럭에 실은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사회 없이 성금 전달했다며 ‘주의’ 처분

29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전국재해구호협회(협회)에 지난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 간 사무검사를 진행한 뒤 최근 총 9건에 대한 처분요구서를 송달했다. 코로나19 기부금 모금·배분 시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았다며 관계자에 대한 ‘주의’ 조치를 요구한 것.

앞서 협회는 코로나19 국민성금을 목적으로 지난 7월 말 기준 962억원을 기부 받았다. 이 중 일반 국민 대상 모금활동으로 모은 기부금은 82억원이다. 나머지 875억원은 대부분 기부자인 기업·지자체가 지원 대상·목적을 특정한 ‘지정 기부금’에 해당한다.

협회는 사용 목적이 지정된 기부금 875억원 중 569억원을 협회 규정에 따라 협회장 승인을 얻어 집행했다. 그러자 행안부는 협회가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기부금을 집행한 점을 문제 삼았다. 현행 기부금법 4조는 모금한 기부금을 사용할 땐 이사회를 열어 이를 의결토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협회의 기부금 집행이 행안부 주관 기부금협의체에서 협의를 거친 뒤 결정된 사안이라는 점이다. 기부금 집행까지 1년 이상 소요될 수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였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재난 상황을 감안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협회는 국민성금을 신속히 전달하기 위해 정부에 협조했다가 갑자기 뒤통수를 맞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산불·감염병 등으로 인한 사회재난 상황에선 기부금을 피해자에게 전달할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자연재난은 재해구호법에 따라 행안부 관리 하에 재해구호협회가 성금을 총괄해 배분하지만 사회재난은 그렇지 않아서다. 행안부에 성금 관리·감독권한이 없다 보니 모금기관별로 일일이 이를 배분해야 하는 탓이다. 지난 2016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 당시에는 성금 모금부터 실제 전달까지 1년게 넘게 소요됐다.

행안부 책임 떠넘기기란 지적도

올해 초에도 대구·경북지역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국민성금을 신속히 전달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행안부가 주관하는 기부금협의체가 구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협의체에는 전국재해구호협회를 비롯해 적십자·사회복지공동모금회·대구시청·경북도청 등이 참여했다. 협회 관계자는 “행안부가 주관한 기부금협의회를 10여 차례나 개최했고 코로나 성금을 빠르게 집행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며 “그래서 이에 협력해 대구·경북지역에 평균 한 달이 걸려 성금을 배분했는데 이제와서 그 방식이 위법하다고 지적하는 건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행안부의 이번 주의 조치가 ‘책임 전가’에 해당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성금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기부금이 특정 지역에 편중, 비판이 나올 수 있어서다. 행안부가 이를 피하기 위해 법적 근거가 없는 협의체를 운영한 뒤 책임을 협회에 떠넘기고 있다는 것.

논란이 커지자 행안부는 아직 처분요구서가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며 협회의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코로나 성금을 신속하게 집행하기 위해 행안부가 참여한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아직 징계 처분 요구서가 확정된 사항은 아니라 협회의 이의 신청을 받은 뒤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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