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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승산 있다" 판단에… 스스로 만든 규정 폐기하는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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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깨고 후보 공천나선 배경은

오거돈 부산시장 낙마땐 무공천 고려

박원순 성추행 사태 겹치며 상황 급변

우리나라 제1·2 도시 수장 선출

단순 재보선 아닌 ‘대선 전초전’으로

무공천땐 지지자들 거센 비판 불보듯

당내 “서울시장 승산 있다” 판단도

전문가 “명분 약해… 정치 신뢰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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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얘기 나누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오른쪽)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김태년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걸림돌이 된 당헌 내용은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만든 규정이다. 당이 새롭게 거듭나자는 차원에서 발족한 김상곤 위원장의 혁신위원회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당시 문 대표는 2015년 10월 11일 군수 재선거가 치러지는 경남 고성을 찾아 “새누리당은 재선거의 원인 제공자이기에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당의 헌법인 당헌대로라면 민주당은 내년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면 안 된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세상을 떠나면서 공소권이 사라졌지만 박 전 시장의 궐위 상태로 ‘혈세’를 들여서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하는 상황이 초래됐다. 박 전 시장의 소속 정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무겁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본인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당헌에서 말한 ‘중대한 잘못’에 해당된다. 당시 당헌 개정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당헌에서 말한 ‘중대한 사유’에는 성 관련 범죄가 포함된 의미라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사실 민주당은 지난 4월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이 터졌을 때만 하더라도 내년 보궐선거 무공천 카드를 고려한 바 있다. 부산에서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에 비판적인 여론이 거세고 오 전 시장이 성추행 건으로 불명예 퇴진한 만큼 무공천으로 명분이라도 지키자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지난 7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나라 제1·2도시 수장을 뽑는 보궐선거를 포기하고 야당에 서울·부산시장을 모두 넘겨주면 차기 대선도 어려워진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민주당 내에서 영향력이 커진 권리당원들이 이런 흐름을 주도해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의 서울·부산시장 선거 참여 분위기를 당 지도부 입장에서도 무시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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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왼쪽)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당내에는 박 전 시장의 유고 이후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군이 적지 않다. 현역 의원과 현직 장관 일부가 자천타천 거론되는 상황에 이낙연 대표가 무공천카드를 제시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연말이 되면 주요 후보군들이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판이 다 벌어지는데 그 전에 국민들께 사과하고 매 맞을 건 깔끔하게 맞고 당헌을 고쳐서 심판을 받자는 뜻에서 서울·부산시장 후보 추천 쪽으로 발표했다”고 전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등을 꺾어야 하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한 뒤 최소한 서울시장이라도 건지면 대권가도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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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에서는 전체적인 판세는 어려운 국면이지만 서울시장 선거는 승산이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야권의 후보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지만 후보 대 후보로 보면 면면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며 “지지율을 놓고 봐도 현재 서울에서도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서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6일부터 사흘간 전국 유권자 1516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지지율 조사(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에서 민주당은 36.7%, 국민의힘은 27.6%를 받았다. 서울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35.3%, 국민의힘이 31.2%를 나타냈다. 부산·울산·경남에서는 민주당 35.1%, 국민의힘 35.2%로 백중세였다.

민주당은 서울·부산시장 선거 참여 여부를 전당원 투표에 부친다고 발표했지만, 당원 투표 결과에서는 ‘공천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실상 후보를 낸다는 발표를 한 셈이다.

민주당은 당원들의 뜻이 당헌 개정으로 모이면 현행 당헌에 ‘다만 최고위 의결이 있을 경우에는 달리한다’는 식의 단서 조항을 붙여 서울·부산시장 보선 공천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하지 않는 대신 지도부의 정치적 결단으로 돌파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 황규환 부대변인은 “전당원투표가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나. 그러고선 마치 ‘당원의 뜻’이 곧 ‘국민의 뜻’인 것마냥 포장하려는 민주당의 행태가 비겁하다”며 “진심으로 공당의 도리를 다하고 싶다면, 국민에게 진정으로 사죄한다면 후보를 내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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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왼쪽), 박형준


◆국민의힘 “재보선 승리”… 反文연대 꾸리나

국민의힘이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승리를 위한 ‘반문(반 문재인) 연대’를 꾸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인 조경태 의원은 29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정권을 교체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제 정파, 제 세력들은 포용하고 함께해야 된다는 입장”이라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뺄셈정치가 아니라 모두를 다 같이 통합해내는 덧셈정치를 해야만 무도한 정권에 맞서 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소속) 홍준표 전 대표뿐만 아니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있다”고 강조했다.

당내에는 국민의힘 내부 인물만으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승기를 잡을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지금이라도 안 대표 등 범야권 후보군을 껴안아야 한다는 기류가 흐른다. 한 초선 의원은 “지금으로선 서울시장에 안철수 대표가 자기 당 후보로 나가고 우리가 밀어주는 게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김태호 의원도 이날 김무성 전 의원이 주도하는 ‘마포포럼’ 강연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범야권 대연대의 새 판을 짜야 한다”며 “지독한 진영 논리를 극복하고자 하는, 모든 세력이 함께하는 범야권 대연대”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안 대표, 금태섭 전 의원 등을 열거하며 “어떤 사람도 이 무대에 올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쓸모와 역할이 있지 않을까 고민한다”며 대권 도전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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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진 의원들은 전날 김상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경선준비위원장을 만나 ‘당 내외 잠재적 서울·부산시장 후보군을 존중해 달라. 안 대표를 비판하는 듯한 공개 발언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박형준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탈당 후 8년 만에 국민의힘으로 복당했다. 박 전 위원장은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공천에서 제외되자 탈당했다.

한편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는 이날 회의에서 ‘시민검증위원회’를 설치해 당헌당규 상의 결격 사유 외에도 권력 남용, 성비위, 갑질, 파렴치한 행위 등 기준에 따라 엄격한 후보 검증을 거치기로 했다. 재보궐 경선은 예비경선과 본경선으로 나눠 실시하고 예비경선을 거쳐 본경선에 진출하는 후보자는 5인 이내로 하기로 정했다.

최형창·장혜진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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