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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폭동으로 번진 필라델피아 시위… 주방위군 긴급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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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갈등이 정치 갈등으로… 대선후 소요 사태 더 커질 듯

조선일보

지난 27일(현지시각) 미 펜실베이니아주 최대 도시 필라델피아에서 27세 흑인 남성에 대한 경찰 과잉 진압 치사 의혹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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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의 최대 경합주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격렬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벌어져 정치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서 대선일인 다음 달 3일 이후 혼란과 폭력이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필라델피아에선 28일(현지 시각)까지 사흘째 흑인 등 유색인종과 진보 단체의 시위와 폭동·약탈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정신 질환을 앓는 월터 월리스(27)란 흑인 남성이 거리에서 칼을 들고 이상행동을 하다 백인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 때문이다. 처음엔 평화적인 추모 시위로 시작됐으나, 1000여명이 자동차 수십 대를 불태우고 상점 수백 곳을 부수고 약탈하는 폭동으로 번졌다. 지금까지 경찰 50여명이 부상을 입고 시위대 170여명이 체포됐다. 28일부턴 주방위군이 투입되고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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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미 펜실베이니아주 최대 도시 필라델피아에서 27세 흑인 남성에 대한 경찰 과잉 진압 치사 의혹을 규탄하는 시위가 격화돼 방화와 약탈, 폭동이 이어지면서 주방위군이 투입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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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지난 5월 미네소타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비슷하다. ‘흑인이 차별을 받는다’는 분노가 백인 중심의 공권력을 향하며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폭동으로 번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시위와 폭동이 대선과 맞물리면서 격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고, 그것이 미국 사회를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브루킹스연구소도 27일 “올해 인종 시위는 보수·진보 진영의 극단적 대립 양상을 띠고 있어, 대선을 둘러싼 소요 사태에 가깝다”고 했다.

이번 필라델피아 사태에 앞서 펜실베이니아주에선 인종 문제를 내세운 진보 단체와 백인 극우 무장단체 간 충돌이 잦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1860년대 내전(內戰) 격전지였던 게티즈버그에선 지난 7월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백인들이 민병대를 조직해 세를 과시하는 무장 집회를 자주 열었다. 이를 유색인종에 대한 투표 방해 행위로 간주한 진보 단체도 맞불 시위를 벌여왔다.

대선 후보들도 이런 상황을 서로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려 하고 있어 갈등 양상을 증폭하고 있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터질 때마다 ‘법·질서’를 내세워 백인·보수층의 불안감을 자극한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네바다 유세에서도 “필라델피아가 조 바이든(민주당 후보)이 후원하는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찢겼다”며 “바이든은 경찰을 향한 폭력과 증오를 부채질한다”고 했다. 조 바이든도 시위대에 자제를 요청하면서도 "트럼프는 오직 분열만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양극단으로 분열된 미국을 가장 극적으로 대변하는 지점이 바로 대선 캠페인이 됐다”고 했다. 무력 분쟁·테러 자료를 분석하는 다국적 단체 ACLED와 밀리샤워치는 28일 공동 보고서에서 “대선일 전후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 미시간, 위스콘신, 오리건주에서 극우 민병대의 활동이 증가할 위험이 크다”고 했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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