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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옵티머스 939억, 8명 개인 계좌로 들어간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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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들 어디에 썼는지’ 수사 주목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주민철)는 지난 6월 24일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본사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 수색했다. 사무실 건물에 주차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차량을 수색하던 검찰 직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고 한다. 차량 내부에서 1000만원짜리 수표 15장과 10만원짜리 수표 10장, 5만원짜리 지폐 180장 등 1억6000만원이 넘는 현금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과 금감원 조사 결과, 이 돈은 김 대표가 옵티머스 펀드에서 빼돌린 돈 중 극히 일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일보

옵티머스 투자금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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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옵티머스 일당이 펀드 투자금 중 939억원을 자신들의 개인 계좌를 통해 빼돌린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옵티머스는 2017년 6월부터 2020년 5월까지 공공 기관 매출 채권 등에 투자한다고 투자자를 속여 총 1조5279억원의 투자금을 모집했다. 이 돈 중 1조4878억원이 아트리파라다이스(4652억원), 대부디케이엠씨(3686억원), 씨피엔에스(2935억원) 등 옵티머스가 실소유 한 17개 페이퍼컴퍼니와 대부업체 등으로 흘러들어 갔다. 이 중 5359억원은 김 대표 등 옵티머스 관계자 8명의 개인 계좌로 흘러들어 갔다가 4420억원은 다시 페이퍼컴퍼니와 대부업체 등을 거쳐 ‘펀드 돌려 막기’ 또는 옵티머스가 추진한 부동산 사업 투자 등에 쓰였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939억원은 옵티머스 일당이 수표 또는 현금으로 인출했는데,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개인에게로 흘러가 사라진 돈 중 상당액이 로비에 쓰였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모(구속) 옵티머스 2대 주주의 개인 계좌에서 사라진 돈이 32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씨는 아트리파라다이스와 대부디케이엠씨 등 옵티머스의 ‘자금 정거장’ 역할을 한 업체들을 운영한 인물이다. 박모 전 엠지비파트너스 대표의 개인 계좌에는 272억원이 들어갔다. 엠지비파트너스는 옵티머스가 성지건설을 무자본 M&A할 때 자금 정거장 역할을 한 업체다. 김재현 대표는 개인 계좌로 209억원을 빼돌렸다. 하지만 검찰은 김 대표가 다른 이들의 계좌를 이용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돈을 가로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모 전 해덕파워웨이 대표 계좌로는 142억원이 들어갔다. 해덕파워웨이는 옵티머스가 무자본 M&A를 한 선박 부품 제조 업체다. 이곳엔 옵티머스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이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사외 이사로 근무했다. 이들은 빼돌린 돈 중 일부를 자신의 가족이나 비서 등 명의로 다시 옵티머스 페이퍼컴퍼니에 입금하기도 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개인 채무 변제에 썼다” “로비스트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도피 중)에게 로비 자금으로 줬다” “주식·선물 옵션에 투자했다가 날렸다”는 등으로 돈의 사용처를 진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금액이 워낙 커 제대로 소명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한다. 특히 계좌상에서 드러나는 939억원 외에도, 옵티머스 ‘비자금 저수지’라고 불리는 페이퍼컴퍼니 트러스트올에서 펀드 투자금 수백억원 상당이 수표로 인출돼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옵티머스 수사팀 검사가 9명에서 18명까지 증원된 것도 이처럼 복잡한 옵티머스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수사팀이 최소 1000억원이 넘는 이 돈의 용처(用處)를 밝히는 것이 옵티머스 로비 의혹 수사의 관건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까지 옵티머스 관계자들의 진술로 로비 의혹이 불거진 곳만 청와대, 금감원, 검찰,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경기도, NH투자증권 등 광범위하다. 검찰은 지난 6월 옵티머스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며 청와대와 정·관계 인사 20여 명의 실명이 적힌 옵티머스 내부의 ‘대책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로비 자금 추적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금액이 워낙 크고 사채 시장이나 외국 업체를 통해 돈세탁이 됐을 가능성도 있어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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