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기업탐방] “등산은 내면 치유 과정”… ‘아웃도어’ 통해 MZ세대 사로잡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속 가능 DNA 품은 ‘블랙야크’ / 美 아웃도어 nau 인수… ‘나우매거진’ 발간 / 친환경 소재 활용… 라이프스타일 추구 / 브랜드 메시지 담은 광고로 차별화 시도 / 지지층 형성… BAC 가입자 20만명 육박

[전경우 기자] MZ세대에게 아웃도어 패션은 한때 ‘부끄러운 것’으로 치부됐다. 젊은 세대는 알록달록한 아웃도어 패션을 차려입고 국내외 주요 명소를 휘젓는 아줌마, 아저씨의 모습을 못마땅해 했다. 중장년층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한 브랜드에서 신규 고객층 유입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지사 였다. 아웃도어 패션의 전성기는 짧았고 매출은 급락하기 시작했다. 블랙야크가 내놓은 해법은 정면돌파다. 블랙야크는 브랜드 이미지를 차근차근 다시 쌓아 올렸다. 자연친화, 야생성 회복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기회가 왔다. ‘아저씨 취미’였던 등산의 가치를 재발견한 MZ세대가 산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산으로 가는 젊은이들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기성세대와 구별짓기를 원하는 MZ세대는 블랙야크가 기존 아웃도어 업계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노회한 브랜드에 다시 피가 돌기 시작했다.

스포츠월드

나우 매거진 서울편.


▲‘지속가능 혁신’의 시작, nau 인수

지난 2014년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nau(나우)’ 전격 인수는 블랙야크 혁신의 신호탄이 됐다. 나우는 힙스터의 성지 미국 포틀랜드에서 나이키와 파타고니아 출신들이 설립한 브랜드다. 나우는 70%의 제품군에 지속가능한 소재나 공정을 사용하고 있다.

당시 언론의 반응은 ‘쌩뚱맞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기존 블랙야크의 브랜드 컬러와 이질적이며, 국내 시장 소비자 정서와도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우는 론칭 이후 상당 기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모체인 블랙야크 역시 브랜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젊은 세대를 겨냥해 스트릿 컬처를 아웃도어에 녹여 봤지만 역시나 드라마틱한 반응은 없었다. 시장의 흐름과 소비자의 성향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큰 실적은 나오지 않았지만, 강태선 회장과 직원들은 새로운 도전의 길을 뚝심있게 걸어갔다.

2017년에는 ‘나우매거진’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책은 독립출판사 로우프레스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 인플루언서와 크루를 조직해 만드는 무크지다. 제작진은 미국 포틀랜드, 대만, 독일 베를린, 이스라엘 텔 아비브 현지를 방문해 우리와 다른 방식의 ‘지속 가능한’ 삶을 사는 이들의 모습을 책에 담았다. ‘나우매거진’은 올 9월 5번째 책을 냈다. 주제가 되는 도시는 서울이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한 사정도 있지만,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의 사회적 인식과 시장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스포츠월드

국내 최대 규모 산행 커뮤니티인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BAC) 활동 모습.


▲BAC 회원 지지 등에 업은 블랙야크의 재도약

나우를 통해 배양한 ‘지속 가능 DNA’는 이내 블랙야크 브랜드에도 녹아들었다. 블랙야크 역시 친환경 소재를 적극 이용하기 시작했고, 제품 광고 대신 브랜드의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익숙한 삶과 결별’은 쉽지 않은 것이다. 변화에 대한 내부 반발도 극심했다. 유통망의 큰 축인 대리점주들을 설득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올바른 길’을 간다는 대의명분은 저항하는 힘보다 강했다. 내부 구성원들의 마인드가 점차 바뀌며 브랜드 혁신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블랙야크 브랜드는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아이돌 팬덤과도 같은 ‘콘크리트 지지층’도 생겼다. 블랙야크가 운영하는 앱 기반의 산 행 커뮤니티 플랫폼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이하 BAC)’은 런칭 8년 만에 멤버 수 14만 명을 돌파, 2020년 하반기 기준 20만에 육박하는 회원을 모았다. 주목할 점은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던 2020년 4월 BAC 신규 가입자 중 절반 이상이 2030세대라는 점이다.

김정배 블랙야크 익스트림팀 부장은 “얼마나 잘하느냐보다는 얼마나 오래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회원들이 재미를 잃지 않도록 다양한 과제를 제시한다”고 했다. 이는 성과보다 도전 자체를 중시하는 MZ세대의 마인드와 일치하는 내용이다.

BAC 회원이 구매한 매출은 블랙야크 전체 매출의 14.9% 수준으로, 지난 해 대비 5.9% 늘어난 수치다. 인스타그램에서 ‘#등산’. ‘#산행’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따라붙는 것이 ‘#블랙야크’, ‘#블랙야크100대명산’이다.

스포츠월드

블랙야크 모델 강하늘이 등장하는 ‘오늘의 하늘’ 캠페인 영상.


블랙야크는 최근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에 대형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블랙야크 100대 명산’을 주제로 한 매장이다. 이번 팝업 행사에서는 BAC라인(블랙야크 알파인 클럽), BCC라인(블랙야크 클라이밍 크루), DNS라인(테크웨어 강조 상품)을 비롯해 평소 매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별도 라인의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는 유명 연예인 모델을 앞세워 패딩과 후리스 등 겨울 의류 판매에 올인하고 있는 여타 아웃도어 업계와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다.

블랙야크도 연예인 모델로 배우 강하늘을 기용하고 있지만 노출시키는 비주얼과 메시지의 결이 다르다.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를 단순 소비하는 것이 아닌, 해당 배우의 라이프스타일과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을때 나오는 시너지 효과를 중시한다.

최근 공개한 ‘오늘의 하늘’ 캠페인 영상은 강하늘이 집 밖을 나서는 것을 시작해 집 앞 마당에서 소소한 캠핑을 즐기고, 의자에 앉아 가만히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을 위트있게 담아내며 일상의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남윤주 블랙야크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은 “MZ세대는 등산을 ‘힘들게 올라가는 행위'에서 ‘자연을 걷고 머무는 내면의 치유'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저성장, 팬데믹 시대에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하나의 놀이문화, 즉 라이프스타일이 된것”이라고 최근 아웃도어 트렌드를 설명했다. 그리고 “특정 액티비티 만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감싸며 함께 확장해가는 플랫폼이 된다면 우리를 지지해주는 브랜드 팬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kwjun@segye.com

사진=블랙야크 제공

ⓒ 스포츠월드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