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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TF현장] 검찰, 정경심 측에 "문해력 떨어진다"…판사도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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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 공판에서 검찰이 변호인을 향해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발언을 해 재판부에게 주의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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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비리 기소, 과도한 사법 심사" 막판 역공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저번 피피티(PPT) 때도 제가 2월 25일이라고 했는데요. (변호인이) 문해력 떨어지는거 아닌가요?" (검사)

"그런 표현하지 마세요, 검사님. 지금 주의드리는 겁니다." (재판부)

"방금 말은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변호인)

검찰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판에서 변호인에게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발언을 해 재판부에게 주의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변론 종결을 앞둔 정 교수 측은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정성 평가를 사법적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런 의문은 변호인의 것만은 아니다"라며 검찰의 입시 비리 기소를 정면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는 29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등 혐의를 받는 정 교수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공소사실에 대한 정 교수 측 서증조사가 진행됐다. 딸 조민 씨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 등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가 주를 이뤘다.

변호인은 공소사실상 허위라고 지목된 동양대 봉사활동과 단국대 인턴십 활동은 실제로 행해졌다며, 발급자가 표창 내용 등을 쓰는 과정에서 학생을 위해 다소 과장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허위 인턴 관련 공소사실에 대해 변호인은 "증명서를 발급한 장영표 교수는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조 씨가 유전자 구조와 복제과정에 대한 이론 강의를 듣고 실험 전반에 참여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변론했다.

조 씨는 이 연구소에서 한 실험으로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장 교수가 조 씨에 대해 후하게 평가하고, (증명서상) 세부적 활동 내용이 과장됐다고 해서 허위 사실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조 씨의 한영외고 동문인 장모 씨의 아버지다. 검찰은 정 교수와 장 교수가 서로 자녀의 입시를 도와주기 위해 '스펙 품앗이'를 했다고 보고 있다. 장 교수는 자신이 교수로 있는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십 증명서를, 정 교수는 남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교수로 있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해 줬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서울대 학술 행사에서도 조 씨가 세미나에 직접 참석하고, 동문인 장 씨 역시 당시 교수인 조 전 장관에게 행사 주제인 사형 폐지론을 배우는 등 활동의 실질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8월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조 씨를 봤다는 김원영 변호사(당시 서울대 로스쿨 재학생)의 증언은 신빙성이 높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이 법정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와 '어떻게 오게 됐느냐'고 묻자 그 여학생이 '아빠 소개로 왔다'고 했는데, 아빠가 누구인지 물어보니 조국 교수라고 했다. '오, 아버지가 서울대 교수야'라는 생각이 들며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10년 전 기억을 더듬은 다른 증인의 증언과 달리, 김 변호사의 증언은 조 씨를 세미나에서 본 것이 그의 인생에서 독특한 경험이었다는 점에서 기반했다"며 "김 변호사는 조 씨의 아버지가 서울대 교수라는 점이, 자기 부모님의 사회적 지위와 다르다는 사실이 이채로워 몇 번이나 친구들에게 얘기를 했다는 등 매우 진솔하게 진술했다"고 강조했다.

부산 호텔 허위 인턴 의혹과 관련해선 공소장에도 정 교수가 증명서 발급과 관련해 어떠한 행위를 했는지 나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허위로 만든 증명서를 의학전문대학원에 내 입시 사정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 공소사실인데, 공소장은 '조민으로 하여금 제출하게 하여', '증명서를 이용하기로 마음 먹고' 라고만 기재돼 있을 뿐 피고인이 어떤 행위를 하고 어떻게 가담했는지 나와 있지도 않다"며 "다른 공소사실은 하다 못해 피고인이 보낸 이메일 하나라도 있는데, 이 부분은 기능적 행위지배는 고사하고 관여한 사실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변호인은 서증조사 중 검찰의 기소를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 입시 특성상 학생의 인턴십 증명서는 실제 활동보다 후하게 적어주는 관행이 있고, 이를 평가할 몫은 입시 담당자에게 있는데 이를 형사재판의 심판대에 올리는 것이 적절한지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변호인은 "이 사건은 평가자의 주관성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정성평가가 허위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1년 가까이 재판이 진행 됐지만 이런 주관적 평가가 진위 판단의 대상이 되는지, 평가자의 평가를 사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이런 의문이 변호인의 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교수가 후한 평가를 했다고 허위로 치부하는 것은 부당하다. 과도한 사법 심사의 칼을 대는 건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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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은 정 교수의 결심 공판을 다음달 5일로 잡았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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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검사는 변호인을 향해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발언을 해 재판부에게 주의를 받기도 했다.

변호인은 키스트 허위 인턴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포렌식 보고서에 날짜 오기가 있다고 지적한 때였다.

키스트에서 활동한 확인서를 스캔하기 3일 전 복합기 설치 드라이버를 업데이트 했다는 날짜가 잘못 기재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 씨의 키스트 인턴 증명서가 스캔된 복합기 드라이버의 업데이트 날짜는 2월 25일인데, 검찰이 3월 25일로 잘못 표기했다는 설명이다. 변호인은 "숫자 하나가 (공소사실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사건 범행 직전에 사용했다는 것을 암시하려고 의도적으로 날짜를 바꾼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검찰은 "보고서가 허위라고 하는데 전에 제가 관련 내용을 법정에서 피피티할 때 분명 2월 25일이라고 했다. 기억이 나지 않으시냐"고 반박했다. 이어 "해당 보고서 내용을 잘 읽어보면 변호인단이 지적한 날짜는 다른 것에 관한 건데 문해력이 떨어지시는거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그런 표현하지 마시라. 지금 주의드리는 것"이라고 제지했다.

정 교수의 다음 공판은 11월 5일 열린다. 해당 공판에선 검찰의 구형이 있을 예정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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