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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31.4%에서 33.1%로…3분기 美경제 화끈한 'V자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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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V자 반등’에 성공한 미국 경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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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3분기 경제 성장률이 33.1%(전분기 대비 연율,속보치)를 기록했다고 미 상무부가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분기 성장률로는 통계를 집계한 1947년 이후 73년만에 가장 높다.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지난 2분기(-31.4%)의 충격을 털어낸 'V자 반등'이다. 다우존스 등의 시장 전망치(32%)를 웃도는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경제 봉쇄 조치가 풀리면서 기업과 소비 활동이 재개된 영향이다.

수직 낙하했던 미국 경제를 견인한 것은 소비지출이다. 3분기 소비지출은 40.7%(전분기 대비 연율) 늘었다. 블룸버그 등의 전망치(39.2%)를 넘어섰다. 통상 분기별로 3% 안팎의 증가세를 보이는 것과 비교하면 폭증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등이 늘어나고 외부 활동이 줄면서 차량이나 가구, 스포츠 용품과 온라인 쇼핑을 통한 식료품 구매 등으로 소비가 증가했다.

소비지출은 200조 달러에 이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2를 차지한다. 성장률의 향방을 좌우하는 셈이다. 마이클 가펜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소비지출) 급등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지출 구성의 변화”라며 “서비스에서 재화로 소비 품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성장률을 펌프질한 소비지출의 증가는 연방 정부의 ‘보이는 손’ 덕분이다. 코로나19로 침체에 빠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연방정부는 연소득 7만5000달러 미만의 개인에게 1200달러의 지원금을 주는 데 수조달러를 썼다.

소비가 3분기 미 성장률을 밀어 올렸다면, 이후 성장률를 끌어 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기업 투자다. 3분기 기업의 고정투자는 28.5% 늘어났다. 2분기 큰 폭의 감소(-29.2%)가 반전될 만큼 미국 기업이 경기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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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부가 29일(현지시간)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을 33.1%(전기대비 연율)이라고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28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가 거래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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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은 담담하다. 증가폭으로만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지만 겉으로 드러난 수치에 현혹되서는 안된다는 분위기다. 3분기의 극적인 반등은 나락으로 떨어졌던 2분기의 기저 효과에 따른 착시현상일 뿐이라는 냉담한 평가마저 나온다. 마켓워치는 “GDP가 30% 하락한 뒤 30% 상승하더라도 경제가 원래의 출발점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며 “원래 출발점 언저리에 가지도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히려 올해 미국의 성장률은 대공황 이후 가장 쪼그라들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브루킹스연구소 등에 따르면 3분기의 선전에도 성장률은 지난해말 수준보다 3~4%포인트 가량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닥을 쳤다 해도 미국 경제 앞에 펼쳐진 길은 울퉁불퉁하다.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9월 실업률은 7.9%였다. 11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상태다. 가계의 소비 여력도 떨어지고 있다. 마켓워치는 “소비 지출이 이미 바닥을 향해 가고 있고 4분기에는 평상시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가 부양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회복세가 주춤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한 의회의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의 재확산세다. 지난 22일 이후 미국에서는 매일 7만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확진자 급증을 막기 위한 경제 봉쇄 조치 등이 취해지면 4분기 성장률도 다시 주저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이클 카펜 이코노미스트는 “2022년 1분기까지 미국 경제가 완전한 회복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3분기 성장률의 반등이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11월 3일)의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새 카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체적인 예상은 흐름을 극적으로 바꾸기엔 역부족이라는 쪽으로 모이고 있다. 크리스토퍼 웨이 미 코넬대 교수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3분기 성장률은 놀랍지만 선거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7000만명이 넘는 유권자가 사전 투표를 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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