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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소녀상, 일본인 차별 부른다” 전범국가 반성 없이 또 ‘피해자 연기’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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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철거 결정됐을 당시 日 "베를린 당국의 전향적(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해 논란 / 일본 극우 언론은 “반일의식 억지로 전파하는 한국 수법은 국제사회에서 더는 통하지 않는다” / 그들의 바람과 달리 소녀상은 지금도 그 자리에서 서있어 / 일본 억지 주장과 강한 반발에 다시금 철거 위기에 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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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 세계일보 사진DB


일본이 독일 베를린 중심가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자체와 일부 시민들의 힘을 모아 소녀상이 설치된 베를린 미테구에 ‘우호도시’라는 점을 강조하며 소녀상 철거 압박 가하고 있다.

이들은 “독일 미테구에 소녀상이 세워져 일본인에 대한 차별이 우려된다”며 조속한 철거를 바란다는 내용의 ‘투서’(投書·의견, 희망, 불만 등을 신문 등의 보도기관이나 공공기관에 보내는 일)를 잇따라 전하고 있다.

28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독일 미테구의 우호도시인 일본 도쿄도 신주쿠구는 지난 21일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서한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요시즈미 겐이치 신주쿠구 구청장은 서한과 함께 “양 도시의 우호를 위해 유익한 결론을 기대한다”며 소녀상 철거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일본 정부는 미테구청의 정식허가를 받은 소녀상이 지난달 25일 설치되자 강하게 반발하며 철거를 요구했다. 이에 미테구청이 입장을 바꿔 지난 7일 철거 명령을 내렸다.

소녀상은 설치를 주관한 현지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와 현지 교민 사회가 연대 집회를 벌이고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철거가 보류됐다.

슈테판 폰 다셀 미테구청장은 13일 철거 보류를 결정하며 “(행정법원이 평화의 소녀상 철거명령 효력 정지 여부를 결정할 동안) 우리는 이 복잡한 논쟁에 대한 모든 관련 활동가들의 주장을 원점에서 다시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물론 일본도 만족할 수 있는 타협안이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소녀상을 둘러싼 독일 법원의 결정은 약 2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 기간 일본 정부는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까지 동원해 철거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 외무성은 최근 홈페이지에 위안부 관련 억지 주장을 담은 홍보물의 독일어 번역판을 게재하기도 했다.

KBS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이 홍보물에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외교장관의 위안부 합의 과정 등을 설명한 뒤 일본은 일한 합의를 통해 약속한 조치를 모두 실시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한국 측에 합의 시행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진지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강제연행’이나 ‘성 노예’라는 표현 외에 위안부의 수를 ‘20만 명’ 또는 ‘수십만 명’이라고 표현하는 등 사실에 근거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주장도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 노예’라는 표현은 사실에 반하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이런 점은 2015년 12월 일한 위안부 합의 당시 한국 측도 확인했다고 명시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성 노예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독일 현지에서는 시민들이 나서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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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시민들이 거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당국의 철거명령에 항의하기 위해 미테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 현지 시민사회에 따르면 시민단체인 ‘오마스 게겐 레히츠’ 회원 10여 명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테구의 거리에 설치된 소녀상 앞에서 구청 측의 철거명령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베를린 시민과 교민들은 소녀상 앞에서 1인 시위도 벌이고, 교민 연주가들도 소녀상 앞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어 소녀상 지키기에 나섰다.

지난 21일에는 테너 목진학과 황성훈, 베이스 황인수, 키보드 문은선 등이 음악회를 열어 주민들에게 소녀상의 설립 취지를 알렸다.

22일에는 핸드팬 연주자 진성은과 가야금 연주자 박현정의 공연이, 23일에는 테너 이주혁과 훔볼트대 환경공학 박사과정인 정호승 등의 공연이 열렸고 24일에는 정은비와 샬린 레비아의 공연이 이어졌다.

한편 독일 언론도 소녀상 철거를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노이에스 도이칠란트는 최근 기사에서 미테구가 설치 허가를 내주고 나서 이유 없이 철거를 명련한 건 일본 외교에 대한 명백한 굴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소녀상은 2차 세계 대전 중 성노예를 당한 여성과 소녀를 기리는 것”이라며 “전쟁에서의 성폭력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역사와 현재에 있어서 얼마나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독일에 (소녀상을 세울) 영구적인 장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소녀상 철거가 결정됐을 당시 일본 정부는 ‘베를린 당국의 전향적(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고, 일본 극우 언론은 “반일의식을 억지로 전파하는 한국 수법은 국제사회에서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의 바람과 달리 소녀상은 지금도 그 자리에서 서 있지만 일본의 억지 주장과 강한 반발에 다시금 철거 위기에 놓였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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