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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국내 대순환'…중국 40년만에 내부로 '중심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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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연결 유지하되 내부서 성장동력 찾는 '쌍순환' 전략

세계 가치사슬서 분리하려는 미국 공세에 '기술 자립'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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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국가주석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중 신냉전이라는 심각한 대외 환경 악화 속에서 중국이 '국내 대순환'을 위주로 한 '쌍순환'(雙循環·이중순환) 발전 전략을 편다는 것은 미국을 추월하는 날까지 안으로 힘을 길러나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긴 역사의 흐름에서 봤을 때, 1978년 개혁개방을 계기로 폐쇄적이던 중국이 외부 세계와의 연결성을 계속 강화해 왔다는 점에서 국내 대순환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40여년 만의 거대한 방향 전환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미국의 압박에 맞선 중국의 선택은 '쌍순환'

중국 공산당의 핵심 권력 기구인 중앙위원회는 29일 폐막한 19기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에서 2021∼2025년 적용될 14차 5개년 경제 계획(14·5계획)과 2035년까지의 장기 경제 발전을 논의했다.

예고대로 중국 지도부는 쌍순환 발전 전략을 2021∼2025년 적용될 14·5 계획 기간은 물론 그 이후까지의 장기 경제 발전을 이끌 핵심 개념으로 제시했다.

중앙위원회는 회의를 마치고 낸 공보(발표문)에서 "높은 질적 발전을 주제로 하고 개혁과 혁신을 근본적인 동력으로 삼아 국내 대순환을 위주로 하고 국내와 국제 쌍순환이 서로 촉진하는 새로운 발전의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쌍순환 전략은 세계 경제(국제 순환)와 긴밀한 연결을 유지하면서도 국내 경제(국내 대순환)를 최대한 발전시켜나간다는 개념으로 지난 5월 당 최고 지도부 회의체인 상무위원회에서 처음 제시됐다.

쌍순환의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쌍순환이라고 쓰지만 사실 초점은 국내 대순환에 맞춰져 있다.

바깥(국제 경제)이 아닌 내부(국내 경제)에서 생존 동력을 모색하겠다는 쌍순환 전략은 미국의 전방위적인 공세를 맞은 중국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측면이 강하다.

다만 중국 공산당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다는 특유의 현실 인식을 내비치고 있다.

세계은행 부행장을 지낸 린이푸(林毅夫) 베이징대 교수는 28일 열린 포럼에서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겠지만 중국이 거대한 자체 시장을 가진 장점을 활용해 국내 대순환에 바탕을 둔 쌍순환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중국, 첨단산업 육성 통한 내수 확대 '선순환' 기대

그간 추상적 수준에 머무르던 쌍순환 전략이 한층 구체적으로 가다듬어졌다.

쌍순환 전략의 초점은 내수 극대화와 기술 자립을 통한 궁극적인 '자립 경제'의 실현 쪽에 맞춰졌다.

중앙위원회는 먼저 내수 확대 전략과 관련해 "강대한 국내 시장을 형성해 새로운 발전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내수 확대 전력을 공급자 측 구조 개혁과 결합해 혁신을 동력으로 삼아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공급이 새로운 수요를 끌어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중국공산당이 내수 확대를 기술 자립과 서로 긴밀히 연결된 문제로 인식한 점도 눈길을 끈다.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기업인 화웨이(華爲) 제재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이 중국을 세계 가치사슬에서 몰아내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기술 자립'에 그야말로 사활을 걸었다.

중앙위원회가 이번 공보에서 상당 분량을 할애해 기술 자립과 첨단 산업 발전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은 중국 지도부가 현 상황을 얼마나 엄중하게 느끼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앙위원회는 "우리나라 현대화 건설에서 혁신을 최우선 지위에 놓고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국가 전략적으로 지지해야 한다"며 "국가의 혁신 시스템을 완비하고 기업의 기술 혁신 능력을 제고해 과학기술 강국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조업 강국, 품질 강국, 인터넷 강국, 디지털 강국을 추구하면서 산업 기초 시설을 고도화하고 산업사슬 현대화 수준을 높여 새 전략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내수 극대화에 힘을 실으려는 것은 자신의 경제 구조 변화와도 관련성이 깊다.

환구시보는 "개혁개방 이후 40여년 중국 경제는 거대 제조업에 기반한 수출에서 나오는 이익과 철도·도로 같은 인프라 시설 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했지만 2006년 GDP의 35%에 달했던 수출 비중은 2019년에는 17% 수준으로 내려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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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개발에 사활 건 중국(PG)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이번 공보에서 특정 산업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앞으로 14·5 계획 기간 5G 기지국, 데이터 센터, 인공지능(AI), 고속·도시철도, 산업 인터넷 같은 '신형 인프라'에 대대적인 투자를 함으로써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동시에 창출하려 한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식의 계획을 통해 선진국과 무역 분쟁을 피할 수 있고, 먼저 키운 자국 시장에 세계 기업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며 "미국은 중국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지만 중국의 신산업 발전은 이들 기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압력이 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등 상대적으로 뒤처진 분야의 기술을 최대한 빨리 확보하고자 중국은 향후 연구개발 투자도 공격적으로 늘려나갈 태세다.

◇ 마오쩌둥 '지구전'처럼 미 추월 도모하는 중국

미중 전면 갈등이라는 대외 환경의 악화 속에서 중국 경제의 큰 방향성 전환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양적 성장 목표는 전처럼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분위기다.

5년 전 13·5계획(2016~2020년)을 마련하기 위한 18기 5중전회 공보에서는 2020년 국내총생산(GDP)을 2010년의 배로 늘려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만든다는 선명한 양적 목표가 제시됐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이 같은 선명한 수치 목표가 제시되지는 않은 점이 눈에 띈다.

중앙위원회는 14·5 시기의 '주요 목표'로 "향상된 기초 위에서 지속적 경제 발전을 실현하고, 성장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해 경제 구조를 최적화하고 산업 사슬 현대화 수준을 향상하는 것"이라고 제시하면서 전반적으로 질적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공개될 14·5계획에 담길 연평균 경제성장률 목표가 전보다 낮아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일각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경제성장률 목표가 아예 제시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앞서 중국은 12·5계획(2011~2015년)과 13·5계획 기간 연평균 경제성장률 목표를 각각 7%와 6.5%로 정한 바 있다.

전체적으로 중국은 미국의 전방위 공세에 밀려 내부로 발전 방향을 돌린 것으로도 평가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겠다는 공격적인 전략적 목표를 세워두고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지구전(持久戰) 펴기에 나선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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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오사카 회동에서 눈에 힘주고 서로를 바라보는 미중 양국 정상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점에서 중국이 이번 5중전회에서 14·5계획 마무리되는 끝나는 2025년이 아니라 15년 후인 2035년까지의 경제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의미심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위원회는 이번 회의에서 2035년까지 달성한다는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의 기본적 실현'이 "국가 실력, 과학기술 실력 등 종합 국력이 대폭 상승하고 경제 총량과 1인당 국민 소득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전보다 약간 더 구체화한 목표를 제시했다.

눈에 띄는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미국과 중국의 경제력 격차가 더욱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2030년이면 중국의 GDP가 미국의 GDP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GDP 총량 자체가 종합 국력을 곧바로 가리키는 개념은 아니지만 2010년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GDP 총량 기준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을 때처럼 세계 질서의 대변화를 알리는 상징적 사건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중국이 안으로 몸을 돌린다고 해도 이것이 곧바로 마오쩌둥 시대의 '자력갱생' 모델과 같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은 세계와 떨어져 고립되는 것이 미국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보고 개혁개방 확대 등 원칙을 천명하면서 외부와의 긴밀한 연결성은 지속해 유지하겠다는 뜻을 매우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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