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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시진핑의 ‘여우 사냥’에 미국이 칼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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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장이 28일(현지 시각) 미 법무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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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무부가 미국에 거주하는 반중(反中) 인사를 중국에 돌려 보내기 위해 그의 가족까지 협박한 중국인 8명을 28일(현지 시각) 기소했다.

미 법무부는 이날 기소된 중국인들이 중국 당국의 지휘하에 일명 ‘여우 사냥’ 작전을 수행하면서, 미국에 거주하는 반체제 인사의 본국 송환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여우 사냥’ 작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시한 것으로, 중국은 이를 해외로 도피한 부패한 관료를 처벌하기 위한 작전으로 위장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설명했다.

법무부 보도자료와 NYT 등에 따르면 이들로부터 위협을 받은 반체제 인사는 중국 관리 출신으로 아내와 딸과 함께 뉴욕 인근에 살고 있다. 2017년 4월, 이 중국 협박범들은 반체제 인사의 아버지를 갑자기 중국에서 미국으로 데려왔다. 그런 다음 아버지를 아들의 집에 들여보내 중국 귀국을 종용했다. 아들이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아버지와 중국에 남은 가족들이 위험하다고 사실상 협박한 것이다. 이들은 아버지와 아들이 위협을 느끼도록 집 바깥에 차를 주차해놓고 이를 계속 지켜보기도 했다는 것이다.

아버지를 동원한 회유책이 실패하자 2017년 5월부터 2018년 6월까지는 이 반체제 인사의 딸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딸에게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보내 협박하고, 뒤를 밟는 사람을 고용해 딸의 사진을 찍고 녹화하기도 했다. 이 방법도 효과가 없었는지 2018년 9월엔 이 반체제 인사의 집 문 앞에 중국어로 ‘중국에 돌아가서 10년 징역을 살면 아내와 아이들은 괜찮을 것이다. 그러면 끝나는 것’이라고 적힌 쪽지를 붙여놓기도 했다. 2019년엔 ‘아직 중국에 있는 (당신의) 가족들에게 해가 갈 수 있다’는 위협 내용이 담긴 편지와 비디오가 들어있는 소포를 보냈다고 한다.

기소된 8명 중 5명은 체포 상태이며 3명은 현재 중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국제 스토킹 등의 혐의로 최대 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존 디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우리 영토에서 이런 악질적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회견에는 이례적으로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참석했다.

[워싱턴= 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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