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이슈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

美, '열세' 유명희 공개 지지 속내는…中견제·WTO 흔들기(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WTO 일반이사회 "나이지리아 후보가 많은 득표"

USTR "유명희 지지…현장 뛴 전문가가 이끌어야"

靑 "아직 절차 남아"…회원국 입장·기대 종합 판단

뉴시스

[AP/뉴시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최종 3차 라운드에 진출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나이지리아 후보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오른쪽). 2020.10.17.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후보 선출에 제동을 걸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열세인 상황에서 뒤늦게 유 본부장 지지를 공개 선언한 것으로 미국이 WTO에서 중국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겨냥한 것과 동시에 WTO 흔들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무총장 선거를 관장해온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대사급 회의를 열고, 나이지리아 후보가 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결선 라운드에서 더 많은 득표를 했다고 발표했다. 향후 WTO는 전체 회원국의 컨센서스 도출 과정을 거쳐 합의한 후보를 다음달 9일 개최되는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WTO 사무총장으로 승인할 예정이다.

WTO는 구체적인 득표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나이지리아 매체는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164개 회원국 가운데 104개국의 지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지지를 확보했다고 밝힌 아프리카연합,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 아프리카·카리브해·태평양국가기구(OACPS) 등 79개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 26표를 합한 수치로 추정된다.

워커 의장과 이사단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회원국 만장일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라고 권고했다. 사실상 유 본부장의 자진 사퇴를 권고한 것이다. 그간 WTO 사무총장 선출은 최종 라운드 선호도 조사에서 득표수가 적은 후보가 자진 사퇴하고, 한 명의 후보를 추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미국이 나이지리아 후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향후 의견 일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데니스 셰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전날 오콘조이웨알라 임명을 위한 만장일치 결정을 지지할 수 없다고 표명했다. 지난 19~27일까지 진행된 선호도 조사 과정에서 공식 입장 표명은 자제해 왔던 미국이 공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단 회의 직후 "유 본부장은 지난 25년 동안 성공적인 무역 협상가와 무역 정책 입안자"라며 유 본부장 지지를 공식화했다.

USTR은 이어 "지금은 WTO와 국제 무역에 매우 어려운 시기다. 지난 25년 동안 다자 간 관세 협상은 없었고, 분쟁 조정 시스템은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 됐으며, 기본적인 투명성 의무를 이행하는 회원국은 너무 적다"며 "WTO는 중대한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 현장에서 직접 뛴 실제 경험이 있는 누군가가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선호도 조사 결과 마감을 이틀 앞둔 지난 25일 해외 대사관에 각국의 WTO 사무총장 지지 여부를 파악하고, 결정되지 않았다면 유 본부장 지지를 유도하라는 서한을 발송하면서 전방위 지지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막판에 유 본부장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미중 갈등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한 중국을 겨냥한 행보라는 것이다.

중국은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 시작해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이지리아는 중요한 상대국이라는 점에서 한국보다는 나이리지아에 힘을 실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나이지리아는 중국으로부터 많은 액수의 경제 지원을 받고 있어 의사 결정에 중국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며 "미국은 중국이 WTO에서 발언력을 강화하는 것을 싫어해 오콘조이웨알아 취임을 반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뉴시스

[랜싱=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시간 주도 랜싱에 위치한 캐피털 리전 국제공항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2020.10.28.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의 반대가 WTO 흔들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WTO가 중국에 편향돼 있다고 비난하면서 WTO의 대법원 역할을 하는 상소 기구의 위원 임명을 2년간 거부했다. 결국 상소위원 2명의 임기가 지난해 12월 끝나고, 핵심 기능인 분쟁 해결 기능은 마비됐다. 상소기구는 최소 3명이 필요한데 현재는 위원이 1명 뿐이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이 지난 5월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힌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그는 임기 만료일인 내년 8월보다 1년 앞서 8월31일자로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미 행정부의 노골적인 WTO 견제와 미중 갈등 심화가 주효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아베제두 사무총장의 조기 사임 소식에 "WTO는 끔찍하다. 우리는 아주 나쁜 대우를 받았다"며 "WTO는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대하기 때문에 중국은 미국이 못얻는 이익을 많이 누린다"고 비난했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은 중국의 개발도상국 지정에 반대하며 WTO의 상소기구 신규 위원 임명을 저지하는 등 한동안 WTO 운영 방식에 불만을 품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WTO 기구를 사보타주(의도적인 파괴)하려는 시도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향후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에서 미국의 입김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최종라운드 선호도 지지에서 큰 격차를 보였을 경우 사실상 각국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해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발이 심한 상황이라는 점도 막판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는 평가다.

뉴시스

[서울=뉴시스]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8차 RCEP 장관 영상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0.08.27. photo@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는 WTO 사무총장 절차에서 개인별 득표수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으로 일부 외신에서 나온 득표수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164개 회원국의 의견 일치를 통해 추대하는 만큼 반전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선호도 조사 결과가 곧 최종 결론은 아니다"라며 "아직 특별이사회 등 공식 절차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11월3일 미 대통령 선거 결과가 변수도 작용할 지도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외교무역 정책에서 다자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미 대선 결과를 지켜보며 WTO 선거전을 장기화하기보다는 적절한 시점에서 선호도 조사에 승복하는 방안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향후 절차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라며 "회원국들의 입장과 기대, WTO 사무총장 선출 절차를 존중하면서 종합적인 판단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최후의 수단으로 투표를 통해 당선자를 가릴 수도 있다. WTO의 전신인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가트)이 1947년 출범한 이후 단 한번도 투표가 실시된 적은 없었다.

다만 회원국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두 후보가 임기를 나눠 맡은 사례는 있다. 지난 1999년 선거에서 의견 일치에 실패하면서 사무총장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리고 뉴질랜드 총리와 태국 부총리가 3년씩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 뉴시스 빅데이터 MSI 주가시세표 바로가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