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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아버지의 달라진 진술, 김학의 무죄 뒤집은 결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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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김학의(64) 전 법무부 차관이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는 데에는 연예인 아들을 둔 아버지의 달라진 진술이 결정적 근거로 작용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28일 무죄를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김 전 차관에게 징역 2년6월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김 전 차관은 도망의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법정 구속돼 바로 구치소로 향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김 전 차관이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받은 4300여만원의 경제적 이익을 뇌물로 판단했다. 김 전 차관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사적인 모임에서 알게 된 최씨에게 법인카드 대금, 차명 휴대전화 사용대금, 술값 등을 대신 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알선수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뇌물을 주는 목적이 공무원의 직무에 관련됐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단지 ‘뇌물을 주고 잘 보이면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라거나 ‘손해를 입을 염려는 없다’ 정도의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 정도로는 죄가 인정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 대입하면 최씨가 돈을 건넨 이유가 고위직 검사인 김 전 차관에게 수사와 관련한 도움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면 유죄가, ‘나중에 사업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에 돈을 건넸다면 무죄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 1심과 2심은 모두 1998년 최씨에게 일어난 사건에 주목했다. 당시 최씨는 공무원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최씨는 1심 법정에서 “김 전 차관에게 사건과 관련해 상담했고, 저도 수사대상자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며 직후 제 사무실 압수수색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최씨가 구체적으로 김 전 차관에게 직무와 관련한 도움을 받았다는 진술이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최씨의 말을 믿지 않았다. 최씨가 검찰에서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김 전 차관에게 사건 처리에 관한 청탁을 하지는 않았고 여러 가지 넋두리를 했다”고만 말했기 때문이다. 과거 경찰 조사에서는 “김 전 차관이 부탁해 ‘아무 생각 없이’ 차명 휴대전화를 만들어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1심은 “김 전 차관의 조력 여부에 대한 부분이 모두 다르고 진술이 변하게 된 이유도 불분명하다”며 김 전 차관을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최씨의 진술이 달라진 이유가 타당하다고 봤다. 최씨는 2심 법정에서 “아들이 연예인인데 아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에서는 자세한 내용을 이야기하지 않았으나 이후 아들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내용이 보도되어 굳이 감출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최씨의 아들은 밴드의 보컬로 지난해 ‘인기 밴드 보컬의 아버지가 김 전 차관에게 향응 제공 혐의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2심은 이 같은 최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김 전 차관이 과거 최씨의 사건에 도움을 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에게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 최씨가 다시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이 발생하면 다시금 해결하려는 생각이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 역시 최씨가 검찰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있었고, 그에게 다시 사건이 발생한다면 다른 검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봤다.

다른 혐의는 모두 1심과 같이 무죄로 결론 났지만, 하나의 혐의가 유죄로 바뀌며 김 전 차관은 실형을 선고받게 됐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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