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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미국 '극우집단' 큐어넌과 맞서 싸우는 BTS 팬클럽 아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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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블룸버그통신이 28일(현지시간) “케이팝 열성 팬인 아미처럼 큐어넌에 맞서 싸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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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팬클럽 아미(ARMY)가 미국의 극우 음모론 집단인 ‘큐어넌’(QAnon)과 맞서 싸우고 있다. 지난 5월부터 미국 전역에 퍼진 인종차별 반대시위에서 미국 내 케이팝 팬들이 ‘집단 사이버 시위’를 벌인 것이 계기다. 시위에 참여한 케이팝 팬들은 아시아인인 케이팝 스타들과 자신들의 소수자 정체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치의 최전방에 서게 된 케이팝 팬들이 다음달 3일 치러질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도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현지시간) “케이팝 열성 팬인 아미처럼 큐어넌에 맞서 싸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보도했다. 아미를 비롯한 케이팝 팬클럽들이 큐어넌이 올리는 각종 해시태그에 연결된 링크를 BTS 동영상으로 도배하도록 유도하는 ‘트롤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큐어넌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로 악명 높았던 ‘4챈’에서 활동을 시작한 음모론 집단이다. 이들은 미국 민주당을 비롯한 주류 엘리트집단이 ‘딥스테이트’라는 비밀세력과 결탁해 소아성애와 인신매매 범죄를 일삼는다고 믿고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딥스테이트를 막기 위한 비밀업무를 수행한다고 믿는다.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을 계기로 지난 5월부터 미국 전역에 번진 인종차별 반대시위에서 큐어넌은 ‘맞불 사이버 시위’를 벌였다.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구호에 맞서 ‘백인의 생명은 소중하다(#White Lives Matter)’ 해시태그 운동을 벌였다. 이에 맞서 아미는 해시태그에 연결된 링크를 BTS 동영상으로 유도했다. 큐어넌과 ‘백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해시태그에 한국 팝스타 동영상을 담은 트윗이 하루 만에 2만2000개 이상 넘쳐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케이팝 팬들은 지난 6월 미국 경찰이 트위터 계정에서 불법시위 참여자 제보 동영상을 요구하자, 관련 경찰 사이트를 다운시키거나 BTS 영상으로 도배하는 등 집단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경찰의 동영상을 올리는 ‘미러링’을 하기도 했다.

BTS도 지난 6월 흑인 인권 운동에 100만달러를 기부하고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연대 메시지를 낸 적이 있다. 슈가는 6월2일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와 인터뷰에서 “저희 역시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을 경험해 왔다”며 “인종차별이나 폭력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모든 사람의 권리라고 생각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RM은 “편견과 폭력에 반대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 내린 결정”이라며 “우리는 정치인이 아니지만, 모든 것은 결국 정치적”이라고 말했다. BTS가 100만달러를 기부한 다음달인 6월8일 아미도 흑인 인권 운동에 똑같은 금액을 기부했다.

아미가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앞장선 이유는 케이팝 스타들의 ‘소수자 정체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등지에서는 BTS도 아시아인으로서 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캐나다의 백인 뮤지션이 주요 상 후보에 오르는 반면, 인기 있는 흑인이나 아시아인의 음악은 ‘케이팝’ 같은 범주로 강등된다”고 지적했다. 팬 입장에서 케이팝을 좋아하는 것은 ‘하류문화’로 취급받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의 한 TV 진행자는 BTS 멤버가 실제로 남자인지를 물어보며 외모를 놀렸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해 7월 보도했다. 당시 미국 뉴저지고등학교 3학년이자 BTS 팬인 로마 바라데는 “아시아인에게 인종차별주의가 너무 흔해서 아시아인은 모두 똑같아 보이고, 남자는 소녀처럼 보인다”고 했다. 인도계 미국인인 그는 주변에서 “여자처럼 보이는” 보이밴드의 팬이 되는 것에 대해서 조롱받았다고 한다. 미국에서 비백인이 케이팝 팬이라면 이중삼중의 차별적 시선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내 케이팝 팬들과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들이 다음달 3일 치러질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터프츠대는 이날 대선 11일 전인 지난 23일까지 18~29세 청년층 유권자 중 500만명 이상이 사전투표를 마쳤다고 분석했다. 이런 추세라면 청년층 투표율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NN방송은 18~34세 청년 중 적극적 투표층은 51%로 4년 전 30%보다 21%포인트 올랐다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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