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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진은 말한다] 백담사의 전두환, 1988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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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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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부부가 설악산 백담사로 들어간 이후 언론은 사진을 찍기 위해 백담사 문 앞에 모여들었지만 카메라로 쉽게 찍을 수가 없었다. 이튿날 새벽에 다른 기자들 몰래 백담사 대웅전 뒤쪽의 산 능선을 타고 사찰 우물 앞까지 내려갔다. 70m 거리에 400㎜ 망원렌즈를 들고 기다렸다. 아침이 되면 천하의 전두환도 화장실을 가거나 세수는 하기 위해 나오겠지 하고 무작정 기다렸다. 새벽 찬 공기에 하체가 얼어 올 정도로 추웠지만 전두환을 찍는다는 목표로 참았다. 오전 8시께에 헐렁한 잠바에 운동화를 신은 사람이 마당에 나타나서 망원렌즈로 살펴보니 숱이 없는 머리가 햇볕에 번쩍이는 것이 틀림없는 전두환이었다. 얼른 셔터를 눌렀다. 잠시 후 경호원 5명이 숨어 있는 나를 발견했는지 숲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얼른 찍은 필름을 빼서 감췄다. 총을 들고 나타난 경호원 한 사람이 연희동 자택을 찍다가 알게 된 사람이었다. "설악산까지 오셨구먼. 골치 아픈 사람"이라 해서 "아무것도 못 찍고 막 내려가려던 참이었다"고 하니 백담사 정문까지 빠져나가도록 동행해 주었다.

[전민조 다큐멘터리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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