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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무죄→유죄' 뒤집힌 김학의 판결 왜…차명전화 대금 174만원 결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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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최씨로부터 2011년 5월까지 받은 차명폰 사용대금

1심 "뇌물 아냐"→2심 "뇌물"…4200여만원 공소시효 살아나

뉴스1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0.2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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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별장 성접대 의혹과 수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64)이 2심에서는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무죄에서 유죄로 바뀌게 된 데에는 김 전 차관이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받은 차명휴대전화 사용대금의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1심에서는 뇌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28일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6개월의 실형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관련된 뇌물수수 등 혐의는 모두 무죄 또는 공소시효 경과를 이유로 면소판결했다.

또 저축은행 회장 김모씨로부터 56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9500만원을 받은 혐의도 공소시효 10년이 넘어 면소판결한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1심이 뇌물로 보지 않은 2009년 6월부터 2011년 5월까지 받은 차명휴대전화 사용대금 174만여원에 대해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은 휴대전화 사용대금과 관련한 김 전 차관의 일부 금품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직무 관련 청탁을 했다거나, 김 전 차관이 사건 처리에 관여 또는 다른 검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의 직무상 편의를 제공했다고 볼 이유가 없다고 봐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 무죄로 봤다.

이에 따라 1심은 나머지 2000년 10월부터 2009년 5월까지 받은 법인카드, 설날 상품권 등 4700여만원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난 뒤 기소가 돼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뇌물액 1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10년이다.

그러나 2심이 2011년 5월까지 김 전 차관이 최씨로부터 받은 차명휴대전화 사용대금을 뇌물로 인정하면서, 1심에서 공소시효 만료가 된 법인카드 등 부분의 공소시효가 다시 살아났다.

2심은 "최씨가 1998년 자신이 관여한 시행사업과 관련해 담당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검찰 특수부 조사를 거쳐 형사처벌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특수부 검사 출신인 김 전 차관으로부터 수사과정을 알게 되는 등 도움을 받은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씨 형사사건은 1999년 확정됐고 판결 확정 이후인 2000년부터 2011년 사이 최씨는 부장검사와 법무부 검찰과장, 대검 공안기획과장으로 근무한 김 전 차관에게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자신의 시행사업과 관련해 다시 특수부 조사를 받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김 전 차관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김 전 차관은 2000년 10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최씨로부터 현금 수수 및 차명휴대폰 요금 대납, 법인카드 요금 대납 등 다양한 형태로 4300만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공소시효가 완료되기 전의 뇌물수수 행위가 인정되면서, 공소시효 완료가 된 법인카드, 설날 상품권 등의 뇌물수수도 하나의 범죄행위로 묶여 공소시효 만료를 적용받지 않게 된 것이다.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사업가 최모씨의 증언에 대해 다르게 봤다"며 "다른 변호인들과 합의해 상고를 한 후 대법원에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에서는 김 전 차관이 최씨에게 받은 차명휴대전화 요금의 대가성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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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사건'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 2019.4.2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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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차관 사건은 2013년 3월 김학의 당시 대전고검장이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된 뒤 윤중천씨에게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당시 김 전 차관으로 지목된 남성이 등장하는 별장 성접대 동영상을 확보한 경찰은 김 전 차관 등에 대해 출국금지를 신청했으나 검찰은 이를 기각했다. 김 전 차관과 윤씨의 신병 확보 시도에도 검찰은 윤씨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김 전 차관에 대한 체포영장은 기각했다.

경찰이 김 전 차관과 윤씨 등 18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윤씨만 사기와 경매방해 등 혐의로 기소하고 김 전 차관에 대해선 동영상 속 여성을 파악할 수 없다며 증거불충분 무혐의 처분했다.

2014년 동영상 속 피해주장 여성이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종전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한 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했다. 고소인 측 문제제기로 담당검사를 교체했으나 동영상 속 여성과 고소인이 동일인물임을 확인할 수 없다면 김 전 차관과 윤씨를 재차 무혐의 처분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출범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김 전 차관 사건을 조사하라고 대검 진상조사단에 권고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김 전 차관은 소환조사에 불응하면서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후 출범한 수사단은 윤씨와 김 전 차관을 구속기소했다. 별장 성접대 의혹이 제기된 지 6년여 만이었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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