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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멜라니아와 180도 다른 질바이든···뛰어든 시위자 낚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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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수정헌법 19조 비준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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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영부인 후보들의 대비되는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부인 질 바이든(69)은 연일 광폭 행보를 이어가며 남편보다 오히려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50)는 대선 일주일여를 남겨두고 느지막이 선거전에 합류하는 등 '조용한 퍼스트레이디'의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멜라니아, 코로나19 음성 판정 이후 첫 유세 합류



“우리는 도널드가 백악관에 계속 있게 해서 시작한 일을 끝내게, 그리고 미국이 계속 번영하게 해야 합니다.”

27일(현지시간) 멜라니아는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에서 단독 유세에 나섰다. 10월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첫 공식 행보다. 그가 남편을 위해 유세에 나선 건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재선 도전을 선언한 작년 6월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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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가 2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공화당 위원회의 자원봉사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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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아 여사는 이번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냉담한 교외 지역 여성 유권자를 겨냥했다.

그는 “환자로서, 또한 걱정하는 엄마 및 아내로서 코로나19의 직접적 여파를 경험했다”며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에 공감과 지지를 표현했다. 어어 미국이 코로나19를 결국 이겨낼 것이라면서 "도널드는 전사다. 그는 이 나라를 사랑하고 여러분을 위해 매일매일 싸운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도 "남편이 말하는 방식에 자신도 매번 동의하는 건 아니다" 라고 농담을 던졌고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조용하면서도 고집 센 멜라니아, 가족에 집중



슬로베니아에서 건너온 이민자 출신 모델이었던 멜라니아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은둔형 퍼스트레이디’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변 인사들도 멜라니아가 말이 없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성격을 가졌다고 전한다. 미 언론은 멜라니아가 헌신적인 어머니의 역할을 보이는 등 전통적인 퍼스트레이디이면서도, 통상 요구되는 기대를 가볍게 무시하는 경우가 많아 그리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멜라니아의 부재는 트럼프 캠프 내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멜라니아가 무언가를 하기 싫어한다면, 자신을 포함한 그 누구도 그녀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은 잘 알고 있다”고 한다. 2016년 대선 당시의 캠프 관계자는 “멜라니아 여사는 그때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는데,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멜라니아가 여러 번 구설에 오르게 되자 모습을 감추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일 멜라니아의 옛 친구 스테파니 윈스턴-울코프는 저서 ‘멜라니아와 나’에서 멜라니아가 2018년 온갖 감시와 평가를 받아야 하는 퍼스트레이디 역할에 종종 짜증을 냈다고 밝혔다.



적극적인 질, 바이든의 가장 가까운 참모



반면 질 바이든은 남편의 대선 행보 곳곳에서 등장한다. 남편과 동행 유세를 하지 않을 때는 가상 모금 행사나 '드라이브-인 집회' 등의 소규모 유세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미 언론은 남편과는 별개로 질 바이든이 퍼스트레이디에 도전하는 것 같은 인상이라고 논평할 정도다.

그런 질을 CNN은 “그 어떤 전임자들보다도 영부인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상상을 가장 많이 했을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8년간 세컨드 레이디(부통령 부인)로 지내며 퍼스트레이디를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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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020년 미 대선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8월 18일, 부인 질이 전당대회 마지막 연사로 나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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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이 질을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교육학 박사인 질은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이민자 등 소외계층에 영어를 가르치는 전업 교수다. 현재 선거운동을 위해 휴직 중인데, 남편이 당선되면 다시 교수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231년 미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직업을 가진 퍼스트레이디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변호사였던 힐러리 클린턴과 미셸 오바마 등이 백악관 생활을 하며 일을 그만뒀던 것과 대조된다.

질 바이든의 이런 적극성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자주 관찰된다. 지난 3월 ‘슈퍼 화요일’ 경선 이후 로스앤젤레스 집회에서 시위자들이 연단 위 바이든에게 뛰어들자 질 여사는 '빛의 속도로' 시위자 손목을 낚아채 밀쳐내기도 했다. 당시 미 언론들은 그의 강인한 면모가 유약해 보이는 바이든의 이미지를 보완했다고 전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남편의 참모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배우자가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참모가 되길 바라지 않나요. 그게 결혼 아닌가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바이든도 CBS에서 “질은 내 주변인 중 누가 나와 가장 잘 맞는지 가장 잘 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바이든이 부통령 후보군을 20명에서 11명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일부 후보자는 질과 화상 면접을 했다.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삼겠다는 바이든의 결정을 당내 부통령 선정위원회에 통보한 것도 질이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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