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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투명 벽 너머 "어서오세요"…돌아온 타다 '라이트' 직접 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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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VCNC는 28일 타다 라이트를 출시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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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강남역. 휴대폰에서 타다 앱을 열고 목적지를 입력하자 ‘라이트’와 ‘플러스’ 중 고르라는 문구가 나왔다. 요금이 싼 라이트를 선택했다. 5분여 뒤 ‘타다 라이트’라고 적힌 하얀색 택시가 도착했다. 뒷좌석에 타자 투명한 플라스틱 격벽 너머 운전석의 기사가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VCNC가 가맹 택시 ‘타다 라이트’로 돌아왔다. 지난 4월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 베이직’을 중단한 지 6개월 만이다. VCNC는 차량 공유 회사 쏘카 자회사로 타다 서비스 운영사다. 시범 운영이라 차량 대수는 100대 미만. VCNC는 운행 데이터, 이용자 수요 등을 분석해 서비스를 다듬어 연말까지 증차해 나갈 계획이다. 박재욱 쏘카·VCNC 대표는 “타다의 기본 정신인 ‘승차거부 없는 바로 배차’를 적용했고, 안전과 위생 강화를 위해 투명 칸막이를 설치했다”며 “2년간 키웠던 타다 베이직에 비해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차근차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실제 타본 타다 라이트의 탑승 여건은 차량 크기(11인승 카니발→ 5인승 소나타) 외에는 ‘타다 베이직’과 유사했다. 타다 베이직의 장점이었던 쾌적한 실내 환경과 조용한 주행 등이 그대로였다. 주행하는 10여분 동안 기사는 “실내 온도와 라디오 볼륨은 적당하신가요?”라는 질문 외에 말을 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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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NC는 28일 타다 라이트를 출시했다. 차량 내부에는 플라스틱 격벽이 설치돼 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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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탄 차량 앞자리와 승객이 타는 뒷자리 사이에 투명 플라스틱 격벽이 설치된 것은 다른 점이다. 침방울로 전파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 등을 막기 위한 용도다. 다만 뉴욕 등 해외 택시에 적용한 완전 차단 격벽이 아닌 위·아래는 뚫린 형태다. VCNC 관계자는 “모든 타다 라이트에 격벽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간 서울시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는 전체 택시에 격벽을 설치하려 수차례 시도했다. 취객이 운전 중인 기사를 폭행하는 등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였다. 지난해에도 서울시는 격벽 설치비 20만원 중 10만원을 보조해주는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격벽을 설치한 택시는 많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인택시 기사는 휴일에는 택시를 개인 용도로 쓰는 경우가 많아서 설치를 꺼렸고, 법인택시는 회사의 비용부담 때문에 꺼렸다”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근 가맹 택시를 시작하는 모빌리티 회사 중심으로 격벽 설치 택시가 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VCNC는 타다 라이트 출시에 맞춰 기존에 운영하는 준고급 택시 ‘타다 프리미엄’의 서비스명을 ‘타다 플러스’로 바꿨다. 회사는 또 이날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 대리 기사 호출 ‘타다 대리’ 서비스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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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NC는 28일 타다 대리를 출시했다. [사진 VC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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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라이트가 170만 이용자를 모으며 충성 고객층을 형성했던 타다 베이직을 대체할 만큼 성장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1만 대 이상의 가맹 택시(카카오T블루)를 확보하며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모빌리티와 SK텔레콤·우버 연합 등 자본력과 기술력을 모두 갖춘 새로운 경쟁자들과 일전이 예고된 상황이다. 이용자가 호출하면 바로 배차될 수 있을 정도 규모로 가맹 택시를 모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규모를 갖춘 후에는, 소수 차량에서 가능했던 질 좋은 서비스를 대규모로 확장할 수 있을지가 숙제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T블루도 초기 좋은 서비스로 호평받았지만 운영 대수가 늘어나자 일반 택시보다 비싸기만 하고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질과 양을 조화시켜 나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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