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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마지막 길 밝힌 도전의 역사…이건희 회장 선영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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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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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운구차량이 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소재 삼성가 선산에서 장지로 향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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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가는 길까지 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이들이 떠올린 것은 집념과 도전의 역사였다.

불세출의 기업가, 그리고 1등 DNA 전도사. 삶 자체가 한국의 산업사(史)이자 경제사였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영결식이 28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비공개로 엄수됐다.

유가족과 지인 100여명만 참석했다. '은둔의 경영자'라는 별호답게 검소한 장례를 원했던 고인의 유지(遺旨)를 따랐다고 유족 측은 전했다.

이 회장의 50년 지기인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이 영결식 추도사를 읊었다. 그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건희 회장보다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뛰어넘다)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고 돌이켰다.

김 회장의 회고대로 영결식 참석자들은 이 회장을 '역사'로 기억했다. 선친 이병철 창업주가 닦은 초석을 딛고 기술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삼성을 세계 1위의 반도체·모바일 기업으로 올려놓는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결단력과 추진력, 혁신가의 면모는 재계와 한국 사회에 지워지지 않을 가치로 남았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으로 삼성 반도체 신화의 한 축을 맡았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1990년대 후반 인텔처럼 CPU(중앙처리장치) 사업을 키워야 한다고 건의했더니 이 회장이 '진 박사가 하고 싶으면 3000억원 정도 까먹어도 좋으니 해보세요'라고 했다"며 "과감한 실행력을 갖춘 탁월한 기업가"라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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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강당에서 비공개로 열린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에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유족들이 참석하고 있다. /뉴스1=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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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영결식은 차분하면서도 고인을 떠나보내는 슬픔 속에 진행됐다.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이 헌화하며 숨죽여 오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결식을 마친 뒤 운구 차량에 실린 영정사진 속 이 회장은 환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영결식에는 고인의 여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등 재계 친·인척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아들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 등이 참석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도 함께 했다.

장례식장을 나선 운구 행렬은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과 이 회장이 생전에 살았던 한남동 자택, 이태원동 집무실인 승지원 등을 정차는 하지 않은 채 차례로 돌았다. 2014년 5월 한남동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뒤 6년 5개월 만의 '귀가'였다.

이 회장이 사재를 털어 일군 기흥·화성 반도체 사업장도 들렀다. 이 회장은 1983년 이병철 선대회장과 함께 직접 사업장 부지를 확보하고 1984년 기흥 삼성반도체통신 VLSI공장 준공식부터 2011년 화성 반도체 16라인 기공식과 이후 준공까지 총 8번의 공식행사를 직접 챙길 정도로 이곳에 각별한 애착을 보였다.

고인이 2010년 기공식과 2011년 준공식에 참석해 임직원을 격려했던 16라인 앞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등 유가족들이 모두 하차했다. 이 회장이 16라인을 방문했을 당시 동영상이 2분여 동안 상영됐고, 방진복을 입은 삼성전자 직원들이 16라인 웨이퍼를 직접 들고 나와 고인을 기렸다. 전·현직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들뿐 아니라 협력사 직원들까지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몰리면서 2㎞에 달하는 화성 사업장 도로 양편에 인파가 4~5줄로 길게 늘어섰다.

'마지막 출근'을 마친 54년 삼성맨은 이날 점심 무렵 마지막 종착지인 수원 가족 선산에 도착해 영면에 들었다. 수원 선산은 이병철 선대회장의 부모와 조부가 잠든 곳이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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