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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참았던 눈물 흘린 이동국 "아빠도 은퇴하신다는 말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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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전북현대 이동국이 28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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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30년 넘게 축구선수 이동국과 함께하신 아빠도 은퇴하신다고 하시더라”

은퇴 기자회견에서 담담하게 소감을 밝히던 ‘라이언킹’ 이동국(41·전북현대)도 부모님을 떠올리면서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부모님 얘기만 하면 왜 눈물이 날까. 오늘 안 울려고 했는데 망한 것 같다”며 애써 농담으로 분위기를 바꿔보려했지만 그의 눈에선 계속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이동국이 23년 간의 화려했던 프로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40대에 접어들어서도 기량이 녹슬지 않았다. 최소 1~2년은 더 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본인도 올해 초까지는 은퇴를 생각하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과 경쟁에서도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 7월 오른쪽 무릎 내측 인대 파열 부상을 당한 뒤 생각을 바꿨다. 치료와 재활은 문제가 없었다. 인대 50~60%가 찢어져 시즌 아웃이 유력했지만 초인적인 회복 능력을 발휘해 2달 만에 복귀했다.

그런데 이동국은 이때 선수 생활을 접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동국은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부상 때 나약해진 내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동국은 “나이 들고 부상을 당하니 스스로 조급해지더라. 그런 나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더이상 선수 생활을 해서는 안되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몸이 아픈 것은 참을 수 있어도 정신이 나약해지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며 “그만해도 될 때가 된 것 같고 누가 봐도 그렇기 때문에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동국은 누구보다 화려한 선수인생을 보냈다. 동시에 누구보다 많은 좌절을 겪었다. 특히 월드컵에 대한 아쉬움이 누구보다 크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선 거스 히딩크 당시 대표팀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본선을 앞두고 치명적인 무릎부상을 당해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큰 무대에도 과감히 도전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쓸쓸히 돌아왔다. 그럼에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그 결과 누구보다 사랑받으며 오랫동안 선수로 활약할 수 있었다.

한때 대한민국 축구선수 가운데 가장 ‘안티’가 많은 선수였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축구팬들 사이에서 ‘까방권’(까임방지권의 줄임말. 욕먹지 않을 권리)을 받은 몇 안되는 선수로 분류된다.

이동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을 때의 기억이 오래 운동을 할 수 있게 한 보약이 됐다“며 ”좌절했을 때 나보다 더 큰 좌절을 겪고 있을 사람을 떠올리며, 그보다는 행복하지 않으냐는 생각으로 이겨냈다“고 털어놓았다.

이동국은 최다 출전, 최다 골 등 K리그의 거의 모든 개인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경기 출전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내가 뛴 공식 경기가 800경기가 넘는다는 것을 오늘 아침에 알게 됐다“며 “10, 20년을 꾸준히 잘했기에 가능한 기록이라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밝혔다.

최근 걸출한 토종 공격수가 K리그에서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모든 팀이 외국인 공격수를 선호하기 때문에 아시아 리그에서 스트라이커로 살아남는 건 참 힘든 일이다”며 “좋은 스트라이커를 키우려면 출전시간을 보장해주면서 구단이 계획을 세우고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국은 11월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대구FC와 K리그1 시즌 최종전에서 은퇴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는 전북이 통산 8번째 우승을 확정짓는 경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선수 인생을 마무리하는 꿈같은 장면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동국은 “모든 것이 미리 짜여진 대로 흘러가는 것 같다,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컵을 들고 은퇴하는 선수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라며 “그 순간에 내가 있다고 하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말한 뒤 살짝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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