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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설계자도 몰랐다?" 김천시립박물관, 부실·임의시공 논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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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시 "설계도대로 했다. 설계자 의도와 다른 부분도 없다"

설계자측 "건축 부문과 조경 부문 달리 발주하는 것이 근본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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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뉴시스] 남쪽 사무실 앞에 설계도에 없는 돌담이 세워졌고 빗물받이 홈통도 외부로 드러나 있다. (사진=건축사무소 제공)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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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뉴시스] 류상현 기자 = 지난 6월 완공된 김천시립박물관에 대해 설계자 측은 많은 부분에서 설계와 달리 부실, 임의 시공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김천시 역시 조목 조목 반박하고 설계상 문제가 있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이에 대해 설계자는 또 "궤변"이라며 재반박을 하고 있다.양 측의 입장과 주장을 들어본다.

◇김천시의 해명과 설계자 측의 재반박

김천시는 먼저 돌담이 산책길에서 1~1.5m 들인 채 반 정도 시공된 데 대해 "박물관 건물공사보다 조경공사가 먼저 이뤄져 그렇게 됐다"며 "박물관 설계대로 시공하려면 이미 설치된 벤치와 나무, 조형작품, 조명장치, 자전거보관대 등을 모두 없애야 해 예산을 낭비하게 된다"고 해명했다.

또 "설계도대로 시공하면 잔디밭이 보이지 않고 닫힌 공간이 되는 곳도 있다"며 설계상의 문제점도 제기했다.

이대 대해 설계자측은 "이렇게 엄청난 문제가 있으면 사전에 설계자에게 통보를 하고 협의를 해야 했으나 이런 절차가 전혀 없었다"며 "혹시 문제가 있을까 염려가 돼 설계자 입회하에 공사를 진행해 달라고 수차례 부탁했지만 묵살됐다"고 말했다.

김천시는 또 눈부신 흰 자갈 시공에 대해서는 "설계도에 '강자갈'로 된 것이 아니라 그냥 '자갈'로만 돼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설계자측은 "재질, 색상등에 대한 감각적인 부분은 설계자의 의도를 듣고 시공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이는 건축설계 자체를 가볍게 생각하는 무지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주 진입로 매표소와 아트샵에 대나무 숲을 시공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또 이 건물 앞의 벽체와 남쪽 사무실 앞의 돌벽을 임의시공한 데 대해서는 "이 벽들이 없으면 내부 사무실의 프라이버시가 확보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설계자측은 "이는 감독관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설계도에 없는 것을 시공할 경우 당연히 설계자에게 물어야 한다. 이는 상식"이라고 밝혔다.

지하 1층 주진입구 경계에 트렌치를 시공하지 않은 데 대해 김천시는 "트렌치를 설치하면 장애인 휠체어가 다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설계자측은 "장애인이 다닐 수 있도록 일부 철판을 활용한 시공을 해도 되고 수없이 많은 방법이 있다. 이 구조물을 빼먹어 지난 여름 비가 많이 왔을 때 빗물이 지하 1층으로 상당히 많이 흘러들어갔다"고 지적했다.

빗물받이 홈통 시공에 대해 김천시는 "매립하게 되면 벽체가 약해져 보강을 해야 하는데 설계도에 보강하는 표시가 돼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서도 설계자측은 "홈통 매립으로 벽체가 약해지지도 않을 뿐더러 약해진다면 설계자가 외형을 손상하지 않도록 재설계를 하면 된다"며 "설계도면을 무시하고 쉽게 임의 시공해 건물 전체를 저급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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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뉴시스] 박물관 지하1층 주진입로 입구. 빗물이 흐르도록 한 트렌치가 설치되지 않았다. (사진=건축사무소 제공)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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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외부 야외 전시공원의 화강석 시공에 대해 김천시는 "설계도대로 시공했고 벽체와 계단 사이의 공간은 설계도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박물관은 보안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가능한 출입구를 줄여야 하는데 보안 측면에서 북쪽 출입구는 쓸모가 없다"며 "설계상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설계자측은 “설계도에 다 있다. 김천시가 멋대로 시공했다"며 "북측 출입구는 야외 조각공원으로 통하는 유일한 출입구다. 내부전시공간과 외부전시공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통로이고 여름철에는 바람길 역할도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김천시가 아직도 박물관 설계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쪽 특별전시실의 줄눈과 조경석 및 돌담 누락시공에 대해 김천시는 "모두 설계도 없는 것"이라고 했으나 설계자측은 "설계도에 분명히 있다"고 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옥상정원에 인조잔디를 깐 데 대해 김천시는 "설계도대로 흙을 덮으면 물이 고이고 유지 관리가 어렵다"고 해명했으나 설계자측은 "물이 고이는 것은 당연하며 설계도면에 배수로가 있다. 설계의도는 자연스레 흙 속의 씨앗이 싹을 틔우도록 했고, 갈대도 심도록 했으나 시가 임의 시공해 조잡하게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지하1층의 메인 로비 천정의 거대한 조형물과 지하 1층 옥외전시장의 돌탑을 설치한 것에 대해 김천시는 "이는 설계영역이 아니라 전시영역이어서 시의 직권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설계자측은 "설계 영역을 어떻게 전시영역이 침범할 수 있나. 공간창조 저작에 관한 권한은 설계자에게 있는 것은 상식"이라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지하1층 메인 로비 바닥을 철판이 아닌 석재로 시공한 데 대해 김천시는 "국내에서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설계자측은 "설계자가 직접 무료로 기획해 서울에 실제 시공된 장소를 관람토록 했고 바닥 철판 시공 담당자도 만나게 해주고 건설사의 현장소장 등에게는 철판 시공 방법과 과정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국내 시공 사례도 있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물관의 유물을 화재 때 보호하고자 화학물질을 매개로 한 소화시스템을 설계했으나 시공이 쉽고 저렴한 스프링클러 방식으로 시공된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유리막 칸막이'에 대해서도 김천시는 "설계도대로 했다"고 주장했다.

◇근본 원인과 대책은 무엇인가

이 같은 일이 일어난 근본 원인에 대해 설계자측은 "첫째로 공사비 예산 배분에 균형을 잃었다"고 지적하면서 "박물관 건축공사비와 기타 목탑 등의 공사비 예산책정, 박물관의 건축공사비와 내부전시시설 공사비의 예산배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물관 외부조경을 포함한 건축연면적 5230m2(약 1585평)의 공사비를 105억원으로 책정하고, 유물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전시시설 공사비로 70억원을 배정한 것은 균형에 맞지 않는다. 이것이 건축공사의 부실을 초래하게 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에 이의를 제기하고 융통성있게 예산 배분을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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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뉴시스] 설계도와 달리 계단 난간 지지대가 수평으로 시공돼 있다. (사진=건축사무소 제공)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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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공원 등 지구단위구역 조성공사 발주 방식이 대부분 토목설계회사가 건축설계보다 우선인 관행도 문제"라며 "토목설계가 주축이 되면 이들은 나중에 발생하게 될 건축공간에 대한 배려없이 도로와 조경공사를 우선으로 진행하고 건축이 시작되기 전 현장을 빠져 나간다. 발주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행으로 김천시립박물관은 공원 입구의 높게 돋운 언덕에 먼저 조성된 소나무숲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 설계자측의 주장이다.

설계자측은 또 "건물을 살리는 조경은 쉽지만 조경을 살리는 건축은 어렵다. 주와 부가 뒤바뀌며 이번의 김천과 같은 사례가 일어났다"며 "이런 폐해를 인식해 LH 등은 단지 및 도시설계를 할 경우 건축물이 계획된 3D 형식의 입체적인 계획안을 요구하는 등 건축이 중심이 돼 도로와 조경이 이뤄지는 도시계획, 단지계획 설계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이 같은 일이 벌어지기까지 감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다.

감리단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설계와 달리 시공되지 않아 메일로 내용을 보냈으나 김천시의 담당자가 바뀌면서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은 것 같다. 또 원설계도와 상세도가 다른 부분도 많았다"며 "설계자와 김천시 사이에 있으면서 말 못 할 사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설계자측은 "감리자의 책무를 제대로 알고서 현장 감리를 했는지 되묻고 싶다. 매우 안일한 자세의 변명"이라며 "공공건축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국가의 자산이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설계도면에 기재된 내용을 임의로 누락, 왜곡되는 것을 눈감아 온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계자측은 또 건축에 대한 공무원들이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설계자측은 "공무원은 건축전문가가 아님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개인적인 호불호를 건축행위에 개입하면 안 된다. 건축의 문화적 가치와, 예술의 행위임을 이해하는 객관적 지식과 시각을 가져야 하는데 대충 쉽게 생각해 편리하게 공사를 마무리하려고 해 설계자와 충돌하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천시는 이에 대해 "감리단이 시공과정에서 수시로 설계자와 구두로 협의했다고 해 정상적으로 설계변경을 했으며 설계자의 의도와 달리 시공된 부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명대사공원과 김천시립박물관은

경북 김천시 대항면 운수리에 있는 사명대사공원은 81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14만3695㎡ 부지에 건립돼 지난 6월 준공됐다.

2011년 '황악산 하야로비공원'이라는 사업명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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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뉴시스] 박물관 지하1층 메인로비 천정에 설치된 조형물과 석재로 시공된 바닥. (사진=건축사무소 제공)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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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악산의 아름다운 자연과 인근 직지사 등 문화·역사 자원을 연계한 자연 속 체험 관광지로 조성됐다.

주요 시설은 평화의 탑, 김천시립박물관, 건강문화원, 솔향 다원, 여행자센터 등이다.

김천시립박물관은 사명대사공원에서 유일한 현대식 건물로 지어졌다.

10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5214㎡ 부지에 3층 규모로 건립됐다.

이 곳에는 올해 10월 현재까지 김천에서 발굴된 선사시대 1만여 점의 유물 중 564점이 전시돼 있으며 전시실, 어린이문화 체험실, 강당 등을 갖추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pr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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