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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일문일답] 이동국 "지금 내 나이 나도 놀라워…우승하고 은퇴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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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프로생활 마무리하며 28일 은퇴식

뉴스1

라이언킹 이동국이 현역생활을 마감한다. (전북현대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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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스1) 임성일 기자 = K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 이동국(41)이 23년 프로선수 여정을 마무리하고 정들었던 필드를 떠난다.

이동국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역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앞서 이동국은 26일 자신의 SNS에 "올 시즌을 끝으로 저는 제 인생의 모든 것을 쏟았던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했습니다"라고 적으며 현역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다고 밝혔다.

말끔한 슈트 차림으로 회견에 임한 이동국은 "구단에서 특별한 자리를 마련해 줘서 행복하게 떠날 수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웃으면서 행복하게 떠나는 선수는 많지 않을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그는 "지금껏 선수생활을 하면서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는 생각으로 지내왔고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말해왔다. 그런데 이번 장기부상 때는 조급해하는 날 봤다"면서 "몸이 아픈 것은 참을 수 있는데 정신이 나약해지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진지하게 고민했고 결국 은퇴를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동국은 "아직도 '전직 축구선수'가 된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웃은 뒤 "그 누구보다 많은 사랑을 받은 선수였던 것 같다. 큰 사랑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제 2의 인생도 잘 살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이동국과의 일문일답

-은퇴를 결심한 이유는.
▶부상으로 나약해진 나를 발견한 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항상 긍정적이고 좋은 생각만하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나이가 든 상태에서 부상을 당하니 조급해지더라. 이제는 더 이상 운동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고 제2의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자고 판단했다. 이제는 그만해도 될 때인 것 같다.

-마지막 경기 앞두고 발표한 이유는.
▶사실 지난 라운드 울산과의 경기 전에 단장님과 감독님께 다 이야기를 했다. 다만 울산전이 너무 중요한 경기다보니 그 일정 지나고 좋은 결과 있을 때 발표하자고 구단과 상의했고 결국 엊그제 발표하게 됐다.

-지금 기분이 어떤가.
▶만감이 교차한다. 서운함도 있고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도 있다. 주위에서 더 뛰어도 될 것 같다며 연락을 많이 주시는데, 경쟁력 있을 때 떠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면.
▶1998년 프로 유니폼을 처음 받았을 때다. 고등학생인 내게 (포항스틸러스에서) 33번 유니폼을 줬는데 며칠 동안 입고 잤다. 그리고 전북현대에 처음 와서 우승 트로피(2009)를 들었을 때도 잊을 수 없다. 그때가 내 축구인생에 가장 화려한 때다.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2002 월드컵에 나가지 못했을 때다. 그때의 아쉬움이 지금까지 현역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보약이 된 것 같다. 그래서 더 잊을 수 없는 아픔이다. 또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십자인대파열)을 당했을 때도 기억이 난다. 모든 것을 쏟아서 준비했는데 부상 때문에 좌절됐다. 경기력 측면에서 가장 완벽했을 때라 아쉬움이 크다.

-이동국을 말할 때 최강희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쓸쓸하게 은퇴하지 않게 해준 분이다. 2009년부터 지금의 전북현대를 같이 일궈냈다고 생각한다. 내 안에 가지고 있던, 내가 모르고 있었던 기량을 끄집어내주신 분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다시 인정받고 사랑 받게 해준 분이다. 평생 감사하면서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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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은퇴를 선언한 이동국 (전북현대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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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을 마지막처럼 지냈다..
▶후배들에게 늘 '올해가 마지막이다' 말하며 지냈는데 이렇게 현실이 될지 몰랐다.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멀리 보지 않고 바로 앞 경기만 신경 쓴 것이 가장 크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지금까지는 내 나이를 모르면서 살았는데, 은퇴하는 지금 이 순간 내 나이를 생각하면 놀랍다.

-숱한 좌절을 이겨낸 선수다.
▶나보다 더 큰 좌절을 맛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으로 견뎠다. 나보다 더 고통 받는 사람보다는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왔고 그래서 스트레스 없는 삶을 살 수 있었다.

-선수 입장에서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은.
▶프로니까 경쟁에서 살아남아야하는 것은 기본이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자기만의 특별한 장점이 있어야하고 그것을 극대화해야한다. 단점을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못 따라올 정도로 내 장점을 키운다면 롱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딱 1경기가 남았다.
▶내가 은퇴하는 것을 좋아하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티팬도 내 진짜 팬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운동장에서 땀흘려왔다. 이제 축구선수 이동국은 볼 수 없으니 (마지막 경기는)그동안 수고했다고 박수쳐 주셨으면 좋겠다. 우승하고 마무리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울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다.

-가족들도 감정이 특별할 것 같다.
▶어제 늦게까지 부모님과 대화했는데... 프로생활은 23년이지만 어렸을 때 축구한 것을 모두 포함하면 30년 넘는 축구선수 생활이었다. 아버지께서, 내가 은퇴하니 이제 자신도 은퇴하신다더라(눈물). 부모님 정말 고생하셨다. 부모님 이야기만 나오면 울컥하게 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은 구체적으로 정한 것이 없다. 일단 쉬면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겠다. 지도자 자격증 A코스를 밟고 있지만 당장 지도자를 해야 겠다 이런 생각은 없다. 만약 지도자가 된다면, 내가 뭘 지시하기 보다는 잘 듣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가장 애착이 가는 기록은.
▶은퇴를 결정한 뒤 돌아보니 진짜 많은 것을 이뤄냈구나 생각이 들었다. 특히 대표팀 경기를 포함해 800경기 이상(844경기) 뛰었다는데, 이 사실은 나도 처음 알았다. 한 선수가 800경기 이상을 뛸 수 있다는 것은 1~2년 잘해서 될 수 없는 기록이다. 이것은 기억에 남는다. 후배들도 깨기가 쉽지 않겠다 싶다.

-이동국의 배턴을 이어받는 정통 스트라이커가 없다.
▶스트라이커로서 살아남는 것이 쉽지는 않은 환경이다. 모든 팀들이 외국인 공격수를 선호한다. (공격수의 능력이)성적과 바로 이어지니 어쩔 수 없다. 결국 외국인 공격수들과의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내가 축구를 시작할 때만해도 1순위 희망 포지션은 공격수였는데 지금은 미드필더나 측면으로 간다더라. 안타깝다. 선수들도 문제지만 구단도 좋은 스트라이커를 키워내기 위한 시간을 투자해야한다. 나도 많은 기회와 사랑을 받으면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아내도 섭섭할 것 같다.
▶부상을 당한 후 내가 조급해 하는 것처럼 아내도 조급해하고 나약해지더라. 그래서 같이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 아내가 늘, 마무리는 해피엔딩이 되어야한다고 그랬는데 그런 상황이 되는 것 같다.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컵을 들고 은퇴하는 선수가 몇이나 될까. 그 순간에 내가 있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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