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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의사국시 놓고… 정부 “추가 기회 불가” vs 의협 “의료대란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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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28일까지 해결책 내놓으라” 요구… 정부는 “힘들다”

세계일보

의사 국가고시 등을 관장하는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의 문이 잠겨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의사 국가고시 추가 응시 기회 부여는 힘들다.”(정부)

“의사 부족에 따른 의료대란을 자초하려는가.”(의료계)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4학년 학생들의 의사 국가고시(국시) 재응시 문제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또다시 집단휴진(파업) 등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태도여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국민들만 극심한 불편을 겪지 않을까 우려된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의대생들에게 의사 국시에 응시할 추가 기회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종전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전날(27일) 이 문제로 의협 등과 논의를 가졌던 복지부는 “의정(醫政) 협의체를 꾸려 출범시키기 전에 의대생들의 의사 국시 문제부터 먼저 해결해달라는 의협의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복지부는 여러 차례 “다른 분야 국가고시와의 형평성 등을 감안할 때 의대생들한테만 국시 재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청와대 역시 “국민들의 수용이 우선”이란 자세를 지키고 있다. 의대생과 의료계를 바라보는 여론이 여전히 싸늘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의협은 지난달 의정 합의에 따라 조만간 출범할 예정인 의정 협의체 구성에 앞서 의대생들의 국시 재응시 문제가 먼저 풀려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여러 차례 정부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빨리 해결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급기야 의협은 집단휴진도 불사할 태세를 내비쳤다. 의협은 이날 입장문에서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28일까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정부의 해결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 이로 인해 벌어질 모든 상황은 정부 책임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세계일보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재응시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최대협 대한의사협회장이 최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시스


의료계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의대생들의 국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당장 내년에는 인턴이 없고, 그 다음 해 2022년에는 인턴이 없기 때문에 레지던트 1년차를 선발할 수 없고, 그 다음 해 2023년에는 ‘2년차→3년차→4년차 레지던트→전임의’ 순서로 없어지게 된다. 대한신경과학회는 최근 내놓은 자료에서 “레지던트 정원은 연 3100명으로 정해져 있어서 더 선발할 수 없다”며 “내년 1년 인턴만의 문제가 아니고 앞으로 5∼6년 동안 연쇄적으로 인턴, 레지던트, 전임의 전체 의사 수련과정 시스템이 망가진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의협은 의대 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등 문재인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해 집단휴업에 돌입했다. ‘예비 의사’인 의대 4학년생들은 선배들과 연대한다는 뜻에서 의사 국기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민들의 의료 수요가 폭증한 상황에서 정부는 결국 무릎을 꿇고 의대 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등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소기의 성과를 거둔 의협이 집단휴업을 철회하면서 의대생들도 방침을 바꿔 의사 국시에 응시, 의사가 되기로 했지만 응시 기회 추가 부여 문제가 꼬이면서 고충을 겪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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